brunch

로고를 시작한 날, 아무것도 모르던 나의 첫 도전

로고의 '로'자도 모르던 나의 도전

by 서른리셋

“너 로고 해봐."


퇴직 후 방황하던 나.

내 옆에 조용히 함께 앉아준 남자친구가 있었다.

남자친구는 나를 위해 이직에 대한 책을 보고

유튜브 영상도 찾아보며

나에게 맞는 일을 끊임없이 탐색해다가

갑자기 로고디자인을 추천했다.


“내가 로고디자인을...?

나 포토샵 켜본 적도 없어.”

나는 포토샵은커녕

일러스트레이터조차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디자인은 정규과정을 거친

전공자들의 영역이라 생각했고,

로고디자인은 나와 전혀 다른 길처럼 느껴졌다.


남자친구는 다시 물었다.

“3년 배우면 할 수 있어? 내가 기다려줄게.

너는 분명할 수 있어.”

그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라면

나도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지만,

이상하게 마음 한편에 용기가 피어올랐다.


잊고 있었지만 예전 직장에서

우연히 로고 비슷한 걸 만든 적이 있었다.
자연 교육을 추구하던 직장의 특징을

하늘, 연못, 나뭇잎, 건물 등을

조합해 추구하던 이미지를 로고로 만들었었다.

그런데 직장에서 그걸 실제로 써주셨고,

공문과 안내문에 인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즉흥적인 그림에 가까웠다.
진짜 로고디자인을 배운다는 건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지 더더욱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나.

그날부터 매일매일 스터디카페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로고를 공부했다.


유튜브로 포토샵을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 접하는 포토샵은 낯설고 어려웠으며,

영어 투성이 화면 앞에서

선 하나 긋는 것도 버거웠다.

“내가 이걸 진짜 할 수 있을까?” 매일 좌절했다.

그때마다 남자친구는 말했다.

“하루에 한 획만 그어.

너만의 선을 매일 하나씩 그으면 돼.”


그 말을 떠올리며

‘그래, 오늘도 한 획 그었으니까 성공이야’

스스로를 다독였다.

서른셋에 뜻하지 않게 시작된

새로운 디자인 공부는

처음엔 혼란 그 자체였다.

컴퓨터 앞에 앉아 디자인을 배우는

내 모습이 너무 낯설고,

어울리지 않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로고를 정말 만들 수 있을까?”
“하나라도 판매할 수 있을까?”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까?”

매일같이 불안했고, 밤마다 울며 잠들었다.

점점 약해져 가는 나를 느끼면서도 그래도,

하루에 한 획씩 선을 그었다.


솔직히 말하면, 포기하지 않았다기보단

포기할 수가 없었다.
돌아갈 곳이 없었고,

이 길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불안에 눌려 집 안에서 울던 다음 날에도

나는 일어나 조용히 한 획을 다시 그었다.


하루에 한 획씩만 그었던 내가

정말 로고를 판매할 수 있을 거라고?

딱 1달 만에 나는 32개의 로고를 판매했다.



새로운 길에서 불안할 때마다 손목에 글귀를 쓰고 마음을 다잡았다. '의심하지 말고 킵고잉!'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02화멈춘 시간, 나만 정지된 것 같은 날들을 버티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