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세상은 그대로인데 나만 멈춘 기분이었다.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고,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다.
하지만 밤이 가장 어두운 순간, 새벽은 가까워진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시간도 결국 끝났다.
그 정지된 시간, 내가 버텨낸 이야기를
지금 가장 힘든 당신에게 들려주려 한다.
첫 번째, ‘100번 쓰기’
퇴직 후 혼자 있으니까, 예전에 힘들었던 일들,
마음 아팠던 순간들이 끝도 없이 떠올랐다.
마치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한 번 떠오르면
계속 이어서 재생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루는 결국 울면서 끝났고,
다음 날도 똑같았다.
나쁜 기분이 반복됐고,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100번 쓰기 챌린지’를 알게 됐다.
목표를 하루에 100번씩, 100일 동안 종이에 써보면
이루어진다는 말은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하루에 단 하나라도 내가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평소엔 눈길도 주지 않던 낡은 공책을 꺼내 들고,
펜으로 첫 줄을 써봤다.
100번씩 쓸 목표를 정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때는 이직이 급했고,
로고 디자인은 이직에 도움이 된다고만 들어본 정도였다.
뭐가 뭔지도 모르던 시기였다.
그래서 처음 내가 세운 목표는
‘1년 안에 로고를 200개 판매한다’였다.
그 당시엔 터무니없게 느껴졌던 문장이었다.
하루에 100번씩 같은 문장을
100일 동안 반복해서 썼다.
신기하게도 부정적이고 사소한 감정들은 점점 사라지고,
‘어떻게 하면 이걸 이룰 수 있을까’라는 생각만 남았다.
방향이 바뀌었다.
쓰고 또 쓰다 보니 마음이 붙들렸고,
행동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리고 1년 뒤, 나는 그 목표를 정말 해냈다.
200개가 아니라, 무려 300개의 디자인을 판매했다.
두 번째, 산책
매일 누워 유튜브에 빠져 살았다.
그런데 짧은 쇼츠 동영상을 보면 기분이 더 우울해졌다.
나는 유튜브 검색창에 “우울할 때”를 검색했다.
영상 하나가 나왔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딱 5분만 산책해 보세요.”
말은 간단했지만 진짜 어려웠다.
낮에 직장 없이 혼자 걷는
내 모습이 이상해 보일 것 같았다.
문 열 용기도 안 났다.
현관 앞에만 서 있다가 다시 들어온 날도 많았고,
그다음 날은 문만 열었다가 닫았다.
그렇게 며칠을 망설이다가 결국엔 밖으로 나갔다.
걷다가 울컥해서 울면서 걷었는데,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냥 자기 갈 길을 가기 바빴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가 울어도 세상은 아무 관심 없다는 걸,
생각보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처음엔 허무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때부터는 누굴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조금씩 나를 자유롭게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푸르른 나무와 밝은 햇살,
맑은 하늘이 아름답게 보였다.
그렇게 산책이 내 하루를 숨 쉬게 해주는 루틴이 되었다.
매일 5분 햇빛은 어두운 침대 이불속에서의
나를 깨워주었다.
세 번째, 작은 성공 하기
그때 나는 나 자신을 진짜 많이 미워했다.
밥을 먹으면서도 ‘내가 이걸 먹을 자격이 되나?’,
설거지를 하면서도
‘남들은 일하고 돈 벌 시간에 나는 뭐 하고 있는 거지?’
같은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하루는 그 생각들에 눌려 통째로 구겨졌고,
나는 더 작아졌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밥을 먹었으면
“꼭꼭 씹어 잘 먹었네, 체하지 않게 먹은 것도 잘한 거야.”
설거지를 했으면
“뽀득뽀득 열심히 했네, 이 정도면 대단하지.”
스스로를 칭찬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만 해도 ‘오늘은 성공’이라고 불렀다.
아무도 나를 칭찬해 주지 않으니까
내가 나를 칭찬하기로 했다.
처음엔 나 스스로고 오글거리고
남들 눈엔 별거 아니었겠지만,
내겐 전부였다.
그렇게 아주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성공’이라고 불렀고,
그게 내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됐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는 그렇게 나를 하루하루 붙들었다.
그 버팀이 결국, 나를 다시 살아나게 만들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퇴직 후 힘들고,
자기 자신을 원망하며 매일을 버티고 있다면,
나는 이 세 가지를 꼭 추천하고 싶다.
나도 그랬다.
매일 울고, 하루를 아무것도 못 한 채 흘려보냈다.
나 자신이 너무 싫어서,
스스로를 계속 미워하며 무너졌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작은 실천 하나씩을 해봤고,
그게 내 삶을 바꿨다.
그리고 꼭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지금 당신이 우는 건, 실패해서가 아니라
좋아지기 위한 과정이라는 거다.
세상이 내게 등을 돌려도,
내가 나에게만은 등을 돌리지 않으면 된다.
결국 다시 일어나는 건,
굽었던 내 등을 내가 스스로 세울 때다.
당신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며,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니크한 존재다.
나는 진심으로 당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