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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프로그램에서 깨달은 거절 후 반전의 순간

나는 솔로 로고, 선택은 계속된다

by 서른리셋

요즘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 방송은

단연 연애 프로그램이다.



좋아하는 이성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정성껏 편지를 쓰고,
데이트권을 따기위해

1등으로 달리는 모습에 웃다가도
결국 선택받지 못하는 순간이 오면 지켜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 마음이 서로 닿는 건

참 어려운 일이라는 걸 느낀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고객과 충분히 방향을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결과물은 마음에 들지 않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마치 연애 프로그램에서 오랜 시간 마음을 쏟았던

사람이 마지막 순간,

다른 참가자의 손을 잡는 장면처럼 말이다.


한 번은 고객과 충분히 소통했지만,

디자인을 시안 전달 후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환불요청을 받았다.

그분은 디자이너였기에 피드백을 부탁드렸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로고 디자인을 고객에게 최종으로 보낼 땐

목업이 중요해요. 로고가 고급스럽게 보이거든요.

입체감이 많은 간판 목업을 사용해보시길 추천드려요.”


목업이란 로고를 간판, 명함, 제품 등에

실제로 적용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가상의 이미지이다.

당시 내가 사용한 목업은 평면 이미지 목업이였다.

입체감은 없었고, 고급스러움도 부족했다.
그 말을 계기로 입체감이 많은 간판 목업과

고급스러운 금색 버전 목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후 디자인을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아무리 공을 들여도,
연애 프로그램에서 마음을 다한 참가자가

결국 선택받지 못하듯,
때로는 내 디자인도 선택받지 못한다.
처음에는 내가 감각이 부족한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한다.
하지만 자신을 그렇게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단지 지금이 그 순간이 아닐 뿐,
언젠가 꼭 맞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잠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었다.
선택받지 못한 로고를

포트폴리오에 올려두었는데,
몇 달 뒤 한 고객이

포트폴리오 스타일로

제작을 요청했다.
그때 알았다. 거절당한 게 아니라,

만날 때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임을.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이 다르고,
같은 꽃을 보고도 누군가는 예쁘다 하고
누군가는 시선을 주지 않듯,
디자인 취향도 모두 다르다.

그러니 지금 선택받지 못했다고

낙심하지 말자.
그 디자인을 세상에 내보낸다면,

어느 날 누군가의 마음을

꼭 맞게 두드리는 순간이 온다.


마치 연애 프로그램에서 선택받지 못했어도
방송이 끝난 뒤 더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진짜 사랑을 시작하는 것처럼,
디자인도 언젠가 제 자리를 찾아간다.


나는 솔로 로고, 선택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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