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자세 억눌려왔던 감정을 만나다.
고관절 테라피 수업을 들은 날이었다.
천천히 힐링하고 싶어 선택한 수업이었지만,
그날 나는 내 몸을 전혀 몰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말았다.
고관절에 문제는 한 번도 없다고 생각했다.
다리를 옆으로 찢는 박쥐자세(우파비스타 코나아사나)나
발바닥을 붙이고 숙이는 나비자세(받다코나아사나) 같은
안쪽을 여는 동작들은 항상 편하게 잘 되었으니까.
굳이 꼽자면, 오른쪽 다리를 자주 위로 꼬는 습관 탓에
골반에 약간의 비대칭이 있겠거니 했고,
왼쪽 고관절이 살짝 불편했던 정도랄까?
그런데 막상 만나본 진짜 내 몸은 전혀 달랐다.
바깥쪽을 여는 비둘기자세(에카 파다 라자카포타사나)가
나만 유독 안 되는 것이었다.
요가 매트 위에서는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오늘은 동작마다 자꾸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됐다.
'이거 나만 안 되는 거야?'
진짜, 나만 안 되었다. 이럴 수가.
더 놀라운 건, 평소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왼쪽 고관절은 멀쩡했고,
오히려 오른쪽 고관절 전체가 단단히 막혀 있었다는 것.
한 시간 내내 고관절 바깥쪽과 싸우던 나에게
갑자기 알 수 없는 슬픔이 밀려왔다.
안 돼서 속상하거나 화가 나는 게 아니었다.
몸과 다르게 이론 박사인 나는
고관절이 감정 저장소라는 것도 알고 있다.
고관절은 긴장, 분노, 슬픔, 외로움, 억울함 같은
누르고 눌러온 감정들이 쌓이는 자리다.
그래서 비둘기자세처럼 강하게 여는 동작을 하면
그 문이 활짝 열린다.
나는 원래 일을 할 때 긴장도가 높은 편이다.
감정과 에너지를 쏟고 나눠주는 일을 오래 해왔고,
또 잘해왔다.
하지만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점점 커졌다.
근래 이상하게 느껴졌던 변화 하나는
일을 시작하기 전마다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사람의 몸은 정말 재미있다.
뇌는 2025년에 살고 있지만, 몸은 여전히 석기시대쯤에 머물러 있다. 동물들은 맹수를 만나면 도망가기 전에 속을 비우고 달아나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자꾸 긴장하면 화장실에 갔던 것이었다.
그와 비슷하게, 도망갈 준비를 하려면
엉덩이와 고관절에 힘을 줘야 한다.
그래서 우리 몸은 감정을 엉덩이와 고관절 부근에 저장해 두는 것이다.
나는 평소에 그런 긴장 상태를 풀지 못한 채
매일을 ‘견디며’ 살았다.
견디거나 회피하거나, 내 방어 체계는 늘 둘 중 하나였다.
비둘기자세는 굉장히 불편한 자세다.
고관절을 강하게 여는 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담아두었던 감정들이 올라온다.
나는 늘 그런 격한 감정으로부터 도망쳤지만,
비둘기자세에서는 도망칠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 바라보고, 견뎌야만 했다.
"감정과 머무는 연습"
오늘 내가 배운 가장 큰 배움이었다.
‘내가 참 오래도 버텼구나.
내 몸이 이 감정을 담고 있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슬픔이 밀려왔다.
사람들은 흔히 감정은 생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몸이 풀리면 감정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오늘 나는 그걸 몸으로 배웠다.
이제는, 감정이 해소되고
너무 나빴기에 더 좋아질 수밖에 없는
내 몸과 마음이 기대된다.
슬픔으로 시작해서 기쁨,
그리고 고요로 끝난 시간이었다.
“비둘기자세 하다가 감정이 올라오면, 그건 정말 좋은 거야.
그건 네 몸이, 네 마음이 ‘이제 괜찮아. 보여도 돼.’라고 말해주는 거니까.
억지로 이겨내려 하지 말고, 그냥 가만히 머물러봐.
불편함 속에서 조금씩 익숙해지고, 어느 날은 정말 편해질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