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한다는 것의 위로

뭐 하나 잘하는 게 없는 나에게

by 기쁨



나는 다섯 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다.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동네 아이들에게 자주 맞고 울면서 집에 돌아오던 날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다 못해

“강한 사람이 되어라”며 태권도장에 등록시켰다.

운동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끼면서도 어영부영 계속 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잘하는 것이라곤 태권도밖에 없었다.
그래서 운동은 내 전공이 되었고,

결국 먹고사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는 텅 빈 감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재능도, 열정도 없다고 느껴졌고
가끔은 스스로를 속이며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배움이 느린 편이다.
머리가 비상하거나 성격이 야무졌다면
벌써 다른 길을 찾았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하는 일을 꾸역꾸역 계속해온 건,
무엇이든 잘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 친구들이
금세 내 역량을 뛰어넘는 걸 볼 때마다
몇 년을 들여 가까스로 이룬 목표가
누군가에겐 몇 달 만에 가능한 걸 알게 될 때마다
자신감을 잃고,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오랜 시간 일해왔음에도
아무것도 증명해내지 못한 것 같아
입으로만 나를 자꾸 꾸며댔다.


그러던 어느 날, 요가 수업에서
내가 가장 애정하는 요가 스승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제가 하는 게 여러분 눈엔 쉬워 보이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도 처음에는 쉽지 않았어요.
체력도 약했고, 근력도 없어서 남들보다 더 오래 수련해야 했죠.
그렇게 10년을 하니까 이제는 안 되던 동작도 되고, 이렇게 할 수 있게 되었어요.
오늘 안 되면 내일, 내일도 안 되면 한 달 뒤.
한 달 뒤에도 안 되면 1년 뒤, 1년이 안 되면 10년을 하면 돼요."


그 말이 왜 그렇게 내 마음을 흔들었는지 모른다.
지금껏 노력에 비해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것 같아 서운했던 마음이,
그 순간엔 위로받고,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아, 뭔가를 간절히 바란다면
간절한 마음을 눌러가며 꾸준히 하면 되겠구나.
재능이 없어도, 느려도
계속하는 건 나도 할 수 있어.
더 차분하게,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자.'


이런 생각이 불쑥 떠오르는 자세가 있다.
바로 고무카아사나, 소 머리 자세.

소의 머리를 닮은 모양이라 그렇게 불리는 이 자세는
어깨와 골반을 동시에 여는, 말 그대로 ‘무서운’ 자세다.
몸의 한 군데만 불편한 게 아니라,
어디가 아픈지도 모를 정도로 온몸이 불편해진다.


그 불편함이 극에 달할 때,
오히려 호흡에 집중하게 된다.
호흡에 집중하다 보면 생각이 줄고,
내면 깊숙이 집중하게 된다.

좌우 균형이 하나도 맞지 않는 상태에서
내 몸에 실망하고, 조급해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게 된다.

‘지금 이 모습도 괜찮아.’
고무카아사나는 그렇게 말해주는 듯하다.


막힌 어깨와 골반에 프라나(기운)를 흘려보내주는 이 자세는
몸과 마음을 풀어주고,
결국 ‘지금 여기 있는 나’를 인정하게 만들어준다.

꾸준히 한다는 건, 느리고 어설픈 나에게도

희망을 주는 가장 따뜻한 방식이었다.
결국 지속하는 힘이 나를 만든다.
오늘이 안 되면 내일, 내일이 안 되면 1년 뒤,
1년이 안 되면 10년을 하면 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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