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밖에서도 유연하게

몸이 뻣뻣하면 마음도 굳는다.

by 기쁨



나는 요가에 대한 브런치북을 연재 중이지만,
요가 고수도 아니고, 체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완벽하게 건강한 것도, 운동을 잘하는 것도, 날씬한 것도 아니다.

그냥 ‘운동을 한다’는 사실 자체로 만족하는 인간이다.


주 2회, 겨우겨우 운동을 한다.
요가일 때도 있고, 유산소나 근력 운동일 때도 있다.

어떤 사람은 “겨우 주 2회? 그게 무슨 운동이야?”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운동을 꾸준히 하다니 대단하다!”라고 한다.
결국 ‘어떻게 하느냐’보다 ‘하느냐 안 하느냐’로 판단되는 것 같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 눈엔 나는 ‘운동 코스프레’ 일 거고,
운동을 안 하는 사람 눈엔 운동의 신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건강, 멋진 몸매 같은 게 아니다.
정말 ‘생존하기 위해서’다.

원래 체력과 근력이 거의 없는 편이라
30대가 되자마자 허리 통증이 심해졌다.
심지어 걸을 수도 없을 정도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운동을 시작했다.

지금도 일주일만 쉬면 목이나, 허리가
“살려 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내 체력은 겨우 이틀을 버틸 만큼이라,
운동을 안 하면 남은 이틀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진다.


승부욕이 없고, 나와의 싸움에 항상 지는 편이라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까지 오래 걸렸다.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다.

그중에 요가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유연성’ 때문이다.
나무랑 견줄 정도로 뻣뻣한 몸을 가진 나는,

자유자재로 몸을 찢는 요기들을 보며
‘저건 나 같은 사람은 못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한참 요가 열풍이 불 때, 나도 유행에 올라타
체험 수업을 들었다.
그곳에서 나는 단연 제일 뻣뻣했고,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는 게 없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고통스럽지만, 내 몸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아사나를 하며 근육이 당기는 곳에 집중하니
내 몸이 얼마나 굳어 있었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그 굳은 몸을 풀어주고 있는 나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요가를 계속하면서 알게 된 건,
몸과 마음이 정말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요가는 단순히 다리를 찢고 허리를 젖히는 운동이 아니었다.
굳은 곳을 느끼고,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풀어내는 과정이었다.

매트 위에서 조금씩 유연해진 몸은
어느새 매트 밖의 나를 바꾸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계획이 틀어지면 짜증부터 났다.
내 생각과 다른 상황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데 요가를 하면서 깨달았다.
몸이 당장 펴지지 않아도, 오늘 안 돼도 괜찮다는 걸.

어느 날, 친구와의 약속에 갑자기 친구가 늦는다는 연락을 받았다.
예전 같으면 속이 부글부글했을 텐데,
그날은 ‘아, 커피 한 잔 할 시간이 생겼네’ 하고 웃을 수 있었다.

매트 위에서 “안 되는 건 안 되는 대로” 호흡하던 내가,
매트 밖에서도 그렇게 되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요가에서 배운 유연함은
운동 실력보다 더 큰 선물이 됐다.
몸이 부드러워지면, 마음도 부드러워진다.
그 부드러움이 나를 조금 덜 힘들게 만든다.


앞으로도 요가는 계속할 거다.
타고난 내 몸이 나를 요가 고수로 만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다.

매트를 펼칠 때마다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단단해지는 나를 만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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