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를 재다 자아를 발견한 인간에 대하여
#T-R-Δ41029-S
작성일: 20XX-10-29
저자: 박참치 (측정된 자아의 우울한 탐사자)
적용 학제: 인간존재론 × 페니스계량학 × 자아형성의 비극적서사
본 논문은 청소년기 남성의 은밀한 통과의례인 '성기 측정 행위'를 계량학, 존재론, 심리구조학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특히 자아 형성과 비교우위 인식의 시작점으로서 측정 행위의 본질을 파헤치며, 이를 통해 남성 자아가 사회적 환원 수치에 어떻게 포획되는지를 추적한다. 측정 도구 선택의 상징성, 기준의 임의성, 그리고 재는 자와 재지는 자의 혼란된 일치를 통해, 본 논문은 질문한다:
"우리는 정말 재고 싶었던 게 길이였을까?"
“재봤어?” 이 질문은 수많은 남성 청소년들에게 은밀하게, 혹은 놀림조로 던져진다. 하지만 실은 이 질문은 훨씬 더 근본적인 것을 묻는다:
"너는 너 자신을 숫자로 줄 세워본 적이 있는가?”
남성의 성기 측정은 단순한 음란한 유희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최초 계량 시도다. 그리고 최초의 좌절이다. 이 논문은 성기 측정을 통해 인간이 처음으로 스스로를 수치화하려는 충동과, 그로 인해 형성되는 왜곡된 자아를 다룬다.
대다수의 남성은 이 측정을 플라스틱자로 시도한다. 이는 곧 측정 행위를 공업적이고, 단단하고, 엄정한 작업으로 인식한다는 상징이다. 반면, 소수의 섬세한 남성들은 부드러운 줄자를 선택한다. 이들은 말한다:
"측정에는 연민이 필요하다.”
또한, 측정 시 가장 자주 발생하는 오류는 바로 뿌리부터 재기 전략이다. 이는 사실상 인체 해부학적으로도 무효인 방식이며, 페니스 기저부를 과도하게 압박하며 시작점을 왜곡시키는 시도다. 이들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측정을, 누군가에게 과시하기 위해 속이며 측정한다. 이는 측정이 자기 기준이 아니라, 타인의 상상 속 시선을 위한 행위라는 방증이다.
검색창에 “남자 평균 성기 길이”를 입력하는 손은 떨린다. 한국 남성의 평균은 대략 발기 시 12.7~13.1cm로 알려져 있으나, 이 평균은 지역, 샘플 수, 측정 도구, 실험자 조건 등으로 인해 극도로 가변적이다. 하지만 개인은 이를 절대치로 받아들인다. 특히 이 평균값은 신뢰성에 있어 본질적인 딜레마를 안고 있다. 대다수의 연구는 자기 보고 방식(self-report)을 따르며, 이는 다음과 같은 왜곡을 낳는다:
부풀리기: 측정자가 본인이기에 과장된 수치를 보고하는 경향.
측정 방식의 비표준화: 어떤 이는 기저부 압박을 허용하고, 어떤 이는 곡률을 따라 재며, 어떤 이는 줄자를 접어 사용한다.
타인 측정 방식의 위축 효과: 극히 드물게 임상적 타인 측정을 실시하더라도, 이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해 실제 길이가 수축되는 위축 편향(shrinkage bias)을 초래한다.
즉, 평균값은 과장과 위축 사이의 불완전한 타협이며, 실제 남성 개개인에게는 거의 아무런 현실적 위안도 통계적 도움도 주지 않는다. 결국 개인은 다음 중 하나의 전략을 택한다:
측정 오류로 합리화하기
"둘레가 더 중요하다"는 새로운 기준 도입
자기 수치를 기억에서 지우기
결과적으로, 숫자는 자존감의 도구가 아니라 불안의 시작점이 된다.
성기 측정 시, 주체는 스스로를 잰다. 즉, 잰다는 행위의 주체와 대상이 동일하다. 이 구조는 극단적인 정신분열을 야기한다.
"나는 나를 평가한다. 그리고 나는 그 평가에 낙제했다."
이는 사실상 자가성적 검사에 기반한 자기실격 선언이다.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존재 전체가 흔들린다. 그러므로 측정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너무 빠른 자기심판”이며, 성장은 때때로 이 첫 측정의 좌절로부터 출발한다.
성기 측정은 남성 자아가 처음으로 자신을 수치로 환원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그 행위가 결코 자아를 완성시키지 못함을 우리는 경험으로 안다. 박참치는 다음과 같이 회고한다:
“내 성기는 10.3cm였고,
내 존재는 그보다 조금 작았지만,
내 의심은 그보다 훨씬 길었다.”
우리는 결국 숫자보다 큰 무언가로 존재하기를 원한다. 그리고 진짜 자아란, 정확히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자기 성기를 자로 재는 것은, 남성에게 있어 ‘자기 정체성의 시작점’이자, 가장 우울한 지표 설계 행위이기도 하다. 그래서 재봤다는 건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숫자가 곧 자존감인 사회에서 자란 증거이다. 처음으로 자를 들이댄 건 성기가 아니라, 자기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 성기를 잴 때, 단지 그 길이를 재려던 게 아니었다.
그건 내 존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최초의 측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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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무신론자 (20XX). 데이터화된 나 – 계량 사회에서의 자아 형성. 사회이론연구소.
지금 손에 든 그 자를 내려놓으십시오.
측정 대신 사유를 할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