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흥분 상태에서 인간의 자유의지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T-R-Θ50404-X
작성일: 20XX-04-04
저자: 박참치 (방배동 해면체 분포 연구소 자칭 수석 연구원)
적용 학제: 성인지해부생리학 × 심리역학적 감정물리학 × 자가실험 기반 해면체 판단 역학
본 연구는 성적 흥분 상태에서 성기와 두뇌 사이의 혈류 분배가 인간의 인지 능력 및 판단력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혈류라는 제한 자원을 두 기관이 경쟁적으로 점유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고전문학·영화·자기반성적 체험 등을 근거로 분석을 시도하였다. 본 논문은 혈류 분배의 함수화를 통해 인간의 파국적 선택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분석하고, 발기 상태에서의 ‘인지적 실수’가 과연 우연인지 구조적 비극인지를 탐색한다.
저자는 방배동 피시방 28번 좌석에서 일시적 멍청함을 반복적으로 겪은 후, 그 원인을 학술적으로 규명하겠다는 사명감으로 이 논문을 집필하였다. 이 ‘일시적 멍청함’은 “일찍 들어오라”는 어머니의 통신적 명령어를 무시하고 배틀그라운드에 투신함으로써 발생하였으며, 자랑스럽게도 게임은 이겼다. 사용된 모든 실험은 자가 뇌와 자가 성기를 기반으로 이루어졌으며, 연구 대상은 온전히 저자 자신이다.
(※ 당시의 몰입은 성기가 아닌 ‘게임 몰입용 영혼 소실 편도체’에 혈류가 집중된 결과였으나, 보다 범용적 모델링을 위해 성기로 재해석하였다. 본 논문은 독자 스스로의 상황에 맞게 ‘식탐-두뇌’, ‘분노-두뇌’, ‘짜장면-짬뽕’ 등으로 자유롭게 응용 가능함을 명시한다.)
※ 주해 – 발기 상태에서 뇌가 진짜 빈혈에 빠질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 뇌는 잘 버팁니다.”
발기는 해면체(corpora cavernosa)에 다량의 혈류가 몰리면서 생기는 생리학적 현상으로, 이때 성기로 유입되는 혈액은 최대 130~150ml에 달한다. 이는 평상시보다 몇 배 이상 많은 양으로, 피가 몰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뇌는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핵심적인 장기이므로, 우리 몸은 뇌부터 챙기는 구조다. 따라서 발기 때문에 진짜로 뇌가 산소결핍에 빠진다거나, 핏기 사라진 뇌가 “아디오스…” 하면서 꺼지는 일은 없다. (그랬으면 인류는 이미 멸종했겠지.) 발기했다고 뇌가 꺼지는 건 그 사람의 인성 문제이지, 생리학적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 흥분 상태에서 실제로 집중력 저하, 판단력 둔화, 충동성 증가 등이 관찰되는 건 사실이다. 이는 혈류 때문이라기보다는, 도파민·테스토스테론 등의 호르몬 변화와 신경학적 전이 때문이다. 즉, 뇌가 가동 중인건 맞는데, 내가 알던 그 뇌가 아닌 것처럼 작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본 논문이 제시하는 ‘성기-두뇌 혈류 분배 이론’은 실제 생리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비유적 확장 모델로 이해해야 하며, 정식 의학 교재에 이 개념을 제안할 계획은 없다. (제안해봤자, 물리적으로 학계에서 쫓겨날 위험만 존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종종 “나도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라며 멍청함을 변명하고 싶어한다. 이 논문이 그 욕망의 이론적 백업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피가 어디로 가는지를 보면, 인간이 무엇을 진실이라 여기는지 알 수 있다. 성적 흥분 상태에서 인간은 놀라운 생리적 반응을 보인다. 심박수 증가, 호흡 가속, 근육 긴장.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혈류의 재분배가 있다. 쉽게 말해, 평소 같으면 뇌로 가야 할 피가 아래로 쏠리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생리적 흥분이 아니다. 이 현상은 판단력 저하, 자기 인식 마비, 도덕적 기준의 일시적 유실을 동반한다. 심지어 일부 임상 보고에 따르면, 성적 흥분 상태에서 내린 본인의 결정을 몇 시간 후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서술한 사례도 있다. 말하자면, 뇌가 바톤을 넘긴 적도 없는데, 성기가 자의적으로 바톤을 탈취하여 출발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인간은 과연 성적 흥분 상태에서 자유의지를 가지는가?”
“아니면 이미 성기가 두뇌의 권력을 탈취한 상태에서,
두뇌는 단지 성기의 선택을 합리화하는 기능만 남은 것인가?”
2.1. 생리학적 기반 – 성적 흥분 시 혈류 변화
인간은 포유류다. 포유류는 번식 본능이 있으며, 이 번식 본능은 교감신경계를 통해 발동된다. 문제는, 발동되는 순간 뇌가 전기장판이 따뜻해질 때처럼 은근히 나가떨어진다는 점이다.
성적 흥분 시, 뇌는 “이성을 장기 보관함에 잠시 보관” 모드로 전환되며, 뇌혈류는 갑작스럽게 외곽지대인 성기 지역으로 재배분된다. 이 혈류 이동은 마치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었는데 샤워기가 터지는 격이며, 결과적으로 전두엽의 판단력과 자제력은 물리적으로 빈혈 상태에 돌입한다. 그러니까, 바보가 된다.
2.2. Penile Steal Syndrome — 성기 도둑질 이론
저자는 이 현상을 심장학 파생 용어인 Subclavian Steal Syndrome에서 착안한 개념인, “Penile Steal Syndrome”, 일명 ‘성기 도둑질 증후군’이라 명명한다. 이는 혈류라는 국가 예산을 성기가 빼돌리는 예산 전용 행위에 가깝다. 즉, 해면체라는 지방 소도시가 두뇌라는 수도의 예산을 몰래 빼돌려, 자기 구청에 ‘크고 아름다운’ 분수대를 짓는 데 쓰는 꼴이다. 이 도둑질은 말 그대로 ‘은밀하게, 하지만 급격하게’ 발생한다. 전두엽은 당황하고, 편도체는 울고, 해마는 출장을 떠나고—그 사이 성기 쪽 해면체는 밤꽃축제를 준비한다. (LED 간판 예시: “금일 행사: 판단력 부재의 밤!”)
저자는 이 현상이 단지 성적 맥락에서만 발생한다고 보지 않는다. 분노, 탐식, 질투, 주식 몰빵, 아버지께 개기기, 전 여친에게 새벽에 톡 보내기 등 다양한 해면체적 사건들 역시 이 이론의 변종이다. 요약하자면, Penile Steal Syndrome은 두뇌라는 민주주의 국가의 예산이 해면체라는 독재자에게 삽시간에 넘어가는 비극적 혈류 쿠데타이며, 이로 인한 판단력 저하는 필연이다.
혈류라는 유한한 자원 Q가 있다면, 이것은 다음 두 기관에 분배된다:
뇌: B (Brain)
성기: P (Penis) ← 여기서 P는 심각한 약어임을 명심하자
t를 시간, 또는 자극 진행 단계, 혹은 흥분 곡선의 시간 축이라 보면, 총 혈류량 Q는 다음과 같다:
Q = B(t) + P(t)
3.1. 혈류 분배 모델
Q: 총 순간 혈류량 (고정값 or 일정 범위) → Q는 일정함
α(t): 시간 t에 따른 흥분 민감도 증가 함수 → 자극 지속 시간이 길수록 더 민감해짐
σ: 성적 자극 강도 (Stimulus intensity) → σ가 높을수록 성기로 더 많은 피가 감
θ: 억제력 계수 (자제력 또는 사회적 상황의 억제 인자) → θ가 높으면 성기로 가는 피는 줄어듦
δ: 테스토스테론 민감도 → δ가 높으면, 작은 자극에도 폭주함
η: 뇌의 기본 유지 혈류량
3.2. 특이점 시뮬레이션
θ → 0 (억제력 거의 없음): P(t) = Q, B(t) = 0
→ “완전 멍청화” 상태
σ → 0 (성적 자극 없음): P(t) = 0, B(t) = Q
→ “정상 사회인” 상태
3.3. 박참치식 이름 붙이기
본 함수는 일명 “동맥 우선권 모델(Arterial Preemption Model: APM)” 또는 “해면체 자가 납치 모델(Cavernosal Hijack Equation)”로 명명한다. 혹은, 간단히 “P(t)-Steal 공식”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4.1. 영화: <오디션>
아오야마는 분명히 감지했다. 목소리 너무 작고, 친구도 없고, 지나치게 순종적이고, 표정이 한 가지밖에 없는 여자. 감이 오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그 순간, 성기는 전두엽보다 빠른 판단을 내렸다. 결국 아오야마는 판단 대신 본능, 논리 대신 욕구, 안전 대신 모험을 택했고—그리고 다리는 잘렸다. 피아노줄 장면은 그저 육체 절단이 아니다. 성기-우선주의가 두뇌를 눌러 이긴 결과의 상징적 표현이다.
“그날 밤, 아오야마의 뇌는 그를 버렸다. 진심으로.
두 다리뿐만 아니라, 판단력도 절단된 밤이었다.”
4.2. 문학: 『채털리 부인의 사랑』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서 부인은 하반신이 마비된 남편 대신 정원사 멜러스를 선택한다. 물론 혈류도 멜러스 쪽으로 몰린다. 일부 평론가는 이 장면을 “육체의 해방”으로 포장하지만, 본 논문은 이것을 “완전 멍청화 상태”에서의 판단착오로 본다. 이 선택이 내려질 당시, 채털리 부인의 IQ는 30%정도 남은 상황이었으며, 이는 멜러스의 근육 밀도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멜러스 쪽으로 혈류가 쏠릴 때, 채털리 부인의 이성은 반대 방향으로 흘러내렸다."
4.3. 실존 사례와 임상 보고서 분석
대한민국 법원 판례 중, ‘성적 흥분 상태에서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2005년~2020년 사이 24건. 그중 8건은 감형되었고, 3건은 심신미약이 인정되었다. (참고로, 심신미약이 인정된 3건은 특히 대국민적 분노를 야기했으며, 그 중 “피고가 목욕탕에서 비누를 훔치던 당시 발기 상태였던 점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는 판결은, 도대체 어떤 지점에서 심신이 미약해졌는지에 대한 국민적 의문을 남겼다.)
또한 임상적으로도 발기 상태의 남성은 전두엽 활성도가 22%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곧 혈류 방향에 따라 인간의 사고력이 3G에서 Edge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출처: Neurology of Lust, 20XX)
“즉, 성기에 피가 몰릴수록, 대가리에 피가 빠진다.
학문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인정된 사실이다.”
※ 주해 – 이건 실제 판결문이 아니다
본문에서 언급된 수치, 판례 건수, 뇌 기능 저하 비율, 심지어 ‘Neurology of Lust’라는 학술지까지 전부 믿으면 안된다. 이는 박참치가 만들어낸 유쾌한 자작 허구이며, 공식 석상에서 이걸 인용하면 공식적으로 무식쟁이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하지만 의심많은 당신이 검색을 시작했다면, 이미 이 논문의 진정한 목적은 달성된 셈이다.
우리는 질문한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인가? 그러나 이 질문은 전립선과 전두엽 중 누가 최종결정을 내리는가라는 문제로 환원된다. 이 논문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하지만 농담이 맞다. 농담이기 때문에 농담이 아니며, 농담이 아니기 때문에 농담이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다.) 본 논문은 인간의 판단, 욕망, 도덕, 자기합리화는 피의 흐름, 즉 물리적 자원 배분에 지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성기는 항상 정직하다.
문제는ㅡ정직하다고 해서 항상 옳은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 논문은 특정 성별을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묻는다:
“인간이란 도대체 어디서부터 인간인가?
혈류의 분포인가? 자유의지인가? 아니면 그냥 그날의 발기율인가?”
‘키리키리 공포증’은 실제로 존재한다. 정식 명칭은 없다. 그냥 영화 본 사람들이 싫어한다.
전두엽 활성도 22% 감소는 임상적 수치는 아니며, 박참치가 포장마차에서 오뎅 국물 먹으며 결정한 값이다.
아오야마가 “감이 쎄했다”는 문장은 영화 대사에 나오지 않지만, 모든 남성들이 공감한다는 점에서 사실로 간주하였다.
피아노줄 결말을 스포한 건 인정한다. 지금 사과해봤자 뼈는 이미 잘렸겠지만, 어쨌든 죄송하다. (어차피 안 볼거면서 왜 화내요—라고 하면 더 혼날까…)
혈류 재분배는 성기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집에 돌아온 남편이 양말을 벗자마자 게임기부터 켠다면, 그 순간도 혈류가 ’두뇌 외부’로 치우친 것이다.
이 논문은 박참치의 뇌에서 자위 중 발명된 가설이며, 과학계의 검증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썼는데 뭐.
Sapolsky, Robert M. (2017). Behave: The Biology of Humans at Our Best and Worst. Penguin Press.
LeDoux, Joseph. (1996). The Emotional Brain: The Mysterious Underpinnings of Emotional Life. Simon & Schuster.
Barrett, Lisa Feldman. (2017). How Emotions Are Made: The Secret Life of the Brain. Houghton Mifflin Harcourt.
Ogas, O., & Gaddam, S. (2012). A billion wicked thoughts: What the Internet tells us about sexual relationships. Plume.
박참치. (20XX). 피가 가는 길: 방배동 해면체와 판단력 상실의 함수론. 제2의 자가출판.
프랑스자수. (20XX). 전두엽이 당신을 버렸을 때: 멍청한 선택의 생리학. 변명출판사.
물리망나니. (19XX). 릴레이의 비극: 뇌에서 성기로 바통이 넘어가는 그 순간. 도망가는 지성총서 1권.
Obvious, D. (20XX). How to Not Get Your Legs Cut Off by a Psychotic Ballerina. Tokyo: Occult Film Review Press.
성기는 늘 직진하지만, 그 직진은 윤리적 내비게이션이 없는 속도의 질주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질주는 종종 줄톱 소리와 함께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