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하고 있나요, 탐욕하고 있나요?

오늘의 사유 : 탐욕

by 루누


어릴 적, 연년생인 저희 남매는 매일같이 전쟁을 치렀습니다. 소위 ‘식탁 전쟁’이었죠.

오빠는 식탁 위에서 신체적 조건은 물론이고 지능적인 플레이까지 압도적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자장면과 탕수육을 먹을 때 그는가운데 놓인 탕수육부터 공략했습니다. 처음엔 그런 전략을 눈치채지 못하다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탕수육을 보며, ‘내가 너무 안일했구나’ 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배가 불러도 터질 때까지 먹었습니다. 식탁 위의 약체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요즘 저에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해오는 부류가 있습니다. 바로 각종 광고들입니다.

아무리 차단을 해도 틈을 비집고 눈앞에 등장합니다. 회사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절, 그들에게 자주 낚이는 한 마리의 먹잇감이었습니다. 사실 얼마나 간단한가요. 손가락 한 번만 움직이면 집 앞까지 물건이 도착하는걸요.

그런데 그렇게 구매한 물건들 중에는 한동안 열어보지도 않거나, 유통기한이 지나서 폐기해야 했던 것들도 많았습니다.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욕심을 부렸던 거죠.


조금 부끄럽지만, 제 탐욕의 기억들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탐욕은 욕망과는 다릅니다.

욕망은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탐욕은 이미 배가 부른데도 계속 먹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욕망은 물건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매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탐욕은 이미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즉, 욕망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하고자 하는 마음이지만 탐욕은 그 이상을 넘치도록 원하는 마음이지요.


무엇이 탐욕을 불러오는 걸까요?

어린 시절의 저는 매일 패배하고야 마는 오빠와의 식탁 전쟁에서 지고 싶지 않아, 승부욕에 불타올라 식탐을 부렸습니다.

어른이 된 후에는 통제력 없는 직장인의 억눌린 스트레스를 충동적인 소비로 보상받으려 했고요.


오빠와 따로 밥을 먹는 일이 많아지면서 경쟁 상대가 사라지니 자연스레 식탐도 줄었습니다.

그리고 회사를 쉬면서는 소비가 극단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일상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글을 쓰고 생각을 표현하면서 제 내면의 결핍된 지점들을 채워가다 보니, 신기하게도 갖고 싶은 것이 거의 없어지더라고요.




욕망과 탐욕은 모두 내 안의 결핍과 불만족을 채우려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둘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욕망은 나 자신이 기준점이 되어, 내게 부족한 결핍과 불만의 지점을 정조준합니다. 배가 고프면 음식을 먹고, 필요하면 물건을 삽니다. 반대로 배가 부르면 멈추고, 필요 없으면 사지 않습니다. 그래서 욕망이 채워지는 순간 충만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탐욕은 내 안의 결핍과 불만족의 지점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 상태에서 일어납니다. 내가 충만함을 느끼는 기준점이 어디인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고,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 무언가를 과도하거나 엉뚱하게 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경쟁에서 이기고 싶은 마음, 보상받고 싶은 감정이 클수록 탐욕은 더 크게 부풀어 오릅니다. 남의 욕망을 나의 것이라고 착각하게 됩니다. 배가 불러도 먹고, 필요 없어도 삽니다.

끝내 나의 결핍된 부분이 채워지지는 않기에 이미 넘쳐나는데도 허기짐은 해소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항상 '더 나은 것'을 원합니다. 더 좋은 주거 환경, 더 많은 수입, 더 비싼 명품, 더 좋은 차.

그런데 내가 더 나은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더 원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남들보다 더 나아 보이고 싶어서 더하는 것일까요?


욕망에서 비롯된 선택은 충만함을 주지만, 탐욕에서 비롯된 선택은 아무리 이루어도 허기를 남깁니다.

욕망과 탐욕의 구분와 적절한 조절은 우리 삶을 한층 만족스럽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지금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아도 좋겠습니다.

이건 욕망일까, 탐욕일까?”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탐욕은 바닥 없는 구덩이와 같아서, 결코 만족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끊임없는 충족을 요구하며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여러분은 그것을 욕망하고 있나요, 탐욕하고 있나요?

사유하는 오늘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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