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화. 가난한 사랑을 비웃던 당신들에게 고함

: 결혼은 인간관계의 가장 잔혹하고 확실한 거름망이다

by 유다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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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라는 가면을 쓴 심판대


결혼을 결심하고 청첩장을 찍어낼 때, 우리는 순진하게도 내 인생의 제2막이 열리는 이 순간을 모든 지인이 진심으로 축복해 주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 믿음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결혼은 두 사람의 영혼이 결합하는 성스러운 예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그동안 맺어온 인간관계가 적나라하게 발가벗겨지는 가장 잔혹하고 확실한 ‘거름망’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거름망 위에서 내 인생의 절반을 함께했다고 믿었던 친구들을 잃었다. 아니, 잃은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잘라냈다. 그들은 내 결혼을 축복하지 않았다. 그들은 심판관이 되어 감히 내 사랑의 가치를, 내 남편의 잠재력을, 그리고 나의 선택을 자신들이 가진 얄팍한 ‘자본주의의 계산기’로 두드려보고는 “오답”이라고 판정 내렸다.


나의 남편은 나보다 6살이 어린 연하다. 그리고 우리가 결혼을 약속했을 당시, 그는 가진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은 남자였다. 세상의 기준에서 그는 ‘준비되지 않은 남자’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 눈에 비친 그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비상하며, 내 영혼을 가장 따뜻하게 안아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그 ‘보이지 않는 가치’들은 조롱거리이자 걱정을 가장한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오늘 나는 돈과 조건으로 타인의 행복을 재단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천박한 민낯과, 그 속에서 상처받으면서도 끝내 자신의 사랑을 증명해 낸 우리 부부의 이야기를 아주 긴 호흡으로 털어놓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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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 제정신이니?" : 우정이 오지랖으로 변질되던 날


친구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던 날의 공기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오랜만에 모인 카페의 따뜻한 조명, 달그락거리는 커피 잔 소리, 그리고 내 입에서 “나 결혼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린 그 정적을.


그들은 신랑의 직업을 묻고, 나이를 물었다. 그리고 “6살 연하”라는 말과 “아직 자리를 잡는 중”이라는 나의 솔직한 대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야, 너 미쳤어? 6살 연하? 애 하나 키우겠다는 거야?”

“지금 모아둔 돈은 얼만데? 집은? 대출은?”

“너 그렇게 결혼하면 평생 고생해. 사랑? 그거 3년도 안 간다. 현실을 좀 봐라.”


그들의 눈빛에는 축하가 아닌 ‘경멸’과 ‘우월감’이 섞여 있었다. 마치 자신들은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혹은 할 예정이라서) 안전한데, 너는 왜 스스로 불구덩이로 뛰어드냐는 식의 조소. 그들이 내뱉는 말들은 ‘친구로서 걱정돼서 하는 말’이라는 안전한 포장지에 싸여 있었지만, 그 내용은 명백한 ‘폭력’이었다.


그들은 내 예비 신랑을 본 적도 없었다. 그가 어떤 목소리를 가졌는지, 밥을 먹을 때 나에게 생선 가시를 발라주는 손길이 얼마나 다정한지, 꿈을 이야기할 때 그의 눈동자가 얼마나 빛나는지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은 채, 오직 ‘나이’와 ‘통장 잔고’라는 숫자 두 개만으로 한 사람의 인격을 난도질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선택이, 가장 친하다고 믿었던 이들에게 부정당하는 순간의 비참함. 그것은 낯선 이의 비난보다 수백 배 더 날카롭게 심장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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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대한민국 결혼 시장의 슬픈 자화상 : 육각형 인간의 강요


도대체 언제부터 대한민국에서 결혼이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조건의 합병’이 되었을까.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자랐다. 몇 등인지, 어느 대학인지, 어느 직장인지. 그리고 그 비교의 끝판왕은 바로 결혼이다.


사람들은 ‘육각형 남자’, ‘육각형 여자’를 찾는다. 외모, 학벌, 집안, 연봉, 성격, 나이 그 모든 그래프가 꽉 찬 완벽한 인간. 그리고 그 기준에 조금이라도 미달하면 “하자 있는 결혼” 취급을 한다. 내 친구들은 그 사회적 세뇌의 충실한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그들에게 결혼은 ‘신분 상승’의 기회이거나, 적어도 ‘현상 유지’를 위한 보험이어야 했다. 그런데 내가 그 공식을 깨고, (그들 보기에) 한참 부족해 보이는 연하남과 결혼을 하겠다니, 그것은 그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일종의 ‘배신’이었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능력이 얼굴이야.”

“돈 없으면 싸우게 되어 있어. 우리 언니 봐라.”


그들은 끊임없이 타인의 불행한 사례를 끌어와 내 미래에 덧씌웠다. 마치 내가 불행해져야 자신들의 속물적인 가치관이 옳았음이 증명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들은 내가 “그래도 우리는 행복해”라고 말할 때마다 코웃음을 쳤다. 그들에게 행복이란 ‘한강 뷰 아파트’와 ‘샤넬 백’ 없이는 성립 불가능한 개념이었으니까.


나는 그때 깨달았다. 이들은 나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믿는 ‘돈의 신(神)’을 내가 모독했기에 화가 난 것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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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처는 굳은살이 되고, 침묵은 칼이 된다


결혼 준비 기간 내내 나는 싸워야 했다. 예식장을 예약할 때도, 신혼집을 구할 때도 친구들의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그거 봐, 돈 없으니까 구질구질하게 시작하잖아.”


신랑에게는 티를 낼 수 없었다. 그 착한 사람이, 아직 사회 초년생이라 가진 게 없다는 이유만으로 내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까. 나는 혼자서 그 독화살들을 받아내며 끙끙 앓았다.


하지만 신랑은 영리하고 예민한 사람이었다. 내 표정 뒤에 숨겨진 그늘을 읽었을 것이다. 어느 날 밤, 그가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자기야, 미안해. 내가 더 열심히 해서, 나중에는 자기 친구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게 해 줄게. 조금만 기다려 줘.”


그 말을 듣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정작 무시한 건 내 친구들인데, 사과는 왜 이 사람이 해야 하는가.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내 남편을 초라하게 만드는 모든 관계를 끊어내기로. 내 남편은 지금 ‘가난한’ 것이 아니라, 단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내가 믿어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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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관계의 정리 : 당신의 불행을 비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다


결혼식 날, 나는 친구들의 눈빛을 유심히 살폈다. 진심으로 박수쳐주는 이와, 팔짱을 낀 채 품평하듯 신랑을 훑어보는 이. 그날 나는 마음속의 명부에서 많은 이름을 지웠다.


결혼 후에도 간간이 연락이 와서 “잘 사니? 신랑은 무슨 일 하니? 월급은 좀 올랐니?”라며 염탐하듯 묻는 친구들의 연락처를 차단했다. 그것은 매정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 내 가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 기제였다.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고, 무례함을 솔직함으로 포장하며, 나의 불행을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기에 내 인생은 너무 짧고 소중했다. 관계의 다이어트. 그것은 결혼이 나에게 준 선물이었다. 비로소 내 곁에는 ‘조건 없는 지지’를 보내주는 진짜 내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그 수는 적었지만, 그 깊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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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반전의 서사 : 복수는 ‘돈’이 아니라 ‘증명’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친구들이 “돈도 못 버는 어린애”라고 무시했던 내 6살 연하 남편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는 보란 듯이 성공했다. 친구들이 그토록 숭배해 마지않던 ‘경제력’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는 이제 또래 누구보다 앞서가는 위치에 섰다. 그가 가진 특유의 감각과 성실함, 그리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독기 어린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건너 건너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나를 무시했던 그 친구들 중 일부는 여전히 남편의 조건 때문에 불행해하거나, 남과의 비교 지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우리 부부는 주말이면 맛집을 찾아다니고, 밤이면 서로의 하루를 이야기하며 배꼽 빠지게 웃는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이 통쾌함의 본질은 “우리 남편이 이제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다. 만약 남편이 돈을 많이 벌어서 그들을 이겼다고 생각한다면, 나 역시 그 친구들과 똑같은 ‘속물’이 되는 꼴일 테니까.


내가 진짜 자랑스럽고 통쾌한 지점은 이것이다.


“돈이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서로를 존중했고 행복했다는 사실.”

그리고 “돈이 많아진 지금도 남편은 변함없이 나를 1순위로 여긴다는 사실.”

남편은 성공한 뒤에도 거만해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내가 설거지를 하고 있으면 뒤에서 가만히 안아주고, 내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인다. 친구들이 말했던 “남자는 돈 벌면 변한다”, “연하남은 철이 없다”는 편견들을 그는 온몸으로 깨부수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복수다. 당신들의 그 좁은 식견이 틀렸음을, 사랑은 조건이 아니라 태도임을, 행복은 통장 잔고가 아니라 관계의 깊이에서 온다는 것을 우리 부부의 삶 자체가 증명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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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서 탈출하라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남자 친구가 집이 없어서 부모님이 반대해요.”

“친구가 제 남편 직업을 무시해요.”

이런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예비 신부들에게, 결혼 선배로서 단호하게 말해주고 싶다.


“그 입 닥치라고 하세요.” (물론 속으로만)

남들의 시선, 부모의 체면, 친구들의 평가... 그 모든 것은 결혼식장 문을 나서는 순간 먼지처럼 사라지는 것들이다. 결혼 생활이라는 긴 항해의 키를 잡는 건 오직 당신과 당신의 배우자, 두 사람뿐이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배를 지키는 건 친구들의 조언이 아니라, 내 옆사람이 잡아주는 손의 악력이다.


타인의 시선에 당신의 행복을 저당 잡히지 마라. 그들은 당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그들이 훈수를 두는 이유는 당신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저 씹을 안줏거리가 필요하거나 자신의 불안을 해소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가진 것이 없는 것은 죄가 아니다. 하지만 ‘미래’를 꿈꿀 의지가 없는 것은 문제다. 당신의 남자가, 혹은 당신의 여자가 지금은 비록 빈손일지라도, 서로를 향한 존경심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올바르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태도야말로 주식보다 부동산보다 더 확실한 우량주다. 우리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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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완벽한 귀인(貴人)이다


가끔 남편과 와인을 마시며 옛날이야기를 한다.

“자기야, 그때 친구들이 자기는 너무 어리다고, 고생길 훤하다고 엄청 말렸던 거 알아?”

그러면 남편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알지. 그래서 내가 더 이를 악물었잖아. 우리 유다람 작가님, 보는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 증명해주려고.”


그때 우리를 비웃던 친구들에게, 이제는 미움조차 남지 않았다.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사람을 조건으로만 바라보는 그 삭막한 시야 속에 갇혀, 진짜 보석을 알아보는 눈을 영영 갖지 못할 테니까.

결혼은 완성된 성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허허벌판에 둘이서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는 과정이다. 남들이 “거긴 땅이 안 좋아”, “벽돌이 너무 작아”라고 비웃더라도, 둘이서 땀 흘려 쌓은 그 집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안식처가 된다.


나는 나의 6살 연하 남편을 존경한다. 그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최고의 술친구이며,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큰 ‘대박 투자’ 성공 사례다.

그러니 부디, 당신의 사랑을 세상의 저울 위에 올리지 마라. 그 저울은 고장 났다. 당신의 심장이 가리키는 눈금, 오직 그것만이 진실이다. 서로 잘 살면 그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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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들리는 당신에게 보내는 유다람의 편지


지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혹시 세상의 잣대와 주변의 시선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놓아야 하나 망설이는 분들이 계실까요?

"사랑만으로는 살 수 없다"는 어른들의 말,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 없이는 사는 의미가 없다"는 말 또한 진실입니다.

제가 6살 연하의 가진 것 없는 남자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세상은 저에게 '어리석은 선택'이라며 손가락질했습니다. 그때는 그 손가락질이 너무 아파서, 남편 몰래 이불 속에서 많이도 울었습니다. 내 남자의 진가를 아무도 몰라주는 게 억울해서 울었고, 혹시나 그들의 말처럼 우리가 불행해질까 봐 무서워서 울었습니다.

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때의 그 불안과 가난, 그리고 주변의 무시는 우리 부부를 단단하게 묶어주는 '접착제'가 되었습니다. 가진 게 없었기에 서로의 체온에 더 의지했고, 무시당했기에 서로를 더 귀하게 여겼습니다.

조건으로 맺어진 인연은 조건이 사라지면 깨지지만, 믿음으로 맺어진 인연은 고난이 닥칠수록 빛을 발합니다.

당신 곁에 있는 그 사람, 지금은 조금 초라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이 믿어주는 순간, 그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거인'이 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저의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요.

부디, 남들의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에 당신의 심장 뛰는 소리를 묻어버리지 마세요. 당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사랑을, 그리고 당신의 사람을 믿으세요.

당신의 험난하지만 아름다울 그 길을, 제가 진심을 다해 응원하겠습니다.

사랑이 이긴다는 것을 믿는, 유다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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