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왜 타로 책을 팔았을까?

타로와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재회

by 김소영

어떤 사람이 아무런 미련도 없듯 타로카드와 타로 책을 중고로 내놓았다. 카드 2~3 덱, 책은 10권 남짓.

가격은 30만 원쯤이었는데 사진을 보면서 마음이 이상해졌다. 한때 애정을 가지고 공부하려고 야심 차게 샀던 책을 왜 팔까?


소중한 책들은 버리지 않고 가끔 꺼내서 한 장씩 넘겨보기도 할 텐데 그 사진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단순히 정리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책의 쓸모는 다했고, 서재를 정돈하거나 이사를 준비할 수도 있겠지.

괜히 나 혼자 과하게 감정을 이입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자꾸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혹시 이 사람, 이제 타로를 접으려는 걸까?' 예전에 나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
한때는 타로를 정말 좋아했고, 깊이 빠져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너무 버겁고 멀게 느껴졌다. 정말로 타로를 다시는 안 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오래 소장했던 카드 한 덱이 너무나 헐어서 잠시 머뭇거리다가 정리했던 기억이 있다. 그 카드는 지금은 절판돼서 구하기도 힘들고 간혹 중고로 올라오면 금세 팔리는 귀한 몸값이 되어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에 나는 다시는 하지 않을 것 같았던 타로 카드와 재회했다. 다시 타로를 꺼내게 된 건, 아주 우연한 계기 덕분이었다. 어느 날 다시 카드를 펼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다시 타로를 읽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그 타로 덱이 자꾸 눈에 아른거려 여러 곳으로 수소문한 끝에 겨우 구했다.


그 당시 나의 마음은 타로와 이별 후 다시 만난 연인 같았다. 힘들었던 그 사람과 이별을 하니 마음 한쪽은 시원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는 아쉬움으로 어지러웠던 것처럼. 지금 타로 책을 팔고 있는 그 사람도 혹시 그런 시간을 지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무리 공부를 해도 리딩을 하면 할수록 어렵고, 타로 상담이라는 게 생각보다 체력도 에너지도 많이 드는 일이라는 걸 느끼면서 “이젠 그만해야겠다” 마음을 먹은 걸 수도 있다. 물론, 내가 너무 감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사실 그는 타로 공부를 다 끝냈고, 집에 있는 물건들 정리하는 게 취미인 사람일 수도 있다. 요즘은 중고 거래를 마치 취미처럼 일상으로 하는 시대이니까.


가장 마음이 쓰였던 건 ‘한때는 타로를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마음’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거였다.

더 안타까운 건, 이미 타로를 배우는 데 꽤 많은 돈과 시간을 썼을 텐데 결국 만족할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손을 놓게 되는 그 마음이라면? 그동안 내가 겪은 일이라서 이해가 간다.


타로 공부에 천만 원 넘게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문득 궁금해진다. 도대체 무엇에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었을까? 비싸야 좋은 강의일까? 물론 훌륭한 강의도 분명히 있지만, 혼자서는 헤매기 쉬운 첫걸음을 함께 내딛고 이후에는 각자 걸음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여러 시행착오 끝에 타로는 훨씬 다양한 방식으로 배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꼭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중요한 건 꾸준히 읽고 생각해 보는 과정 그 자체라는 걸 말이다. 누군가 그런 시행착오를 덜 겪고 자신만의 리듬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어떤 사람이 타로와 멀어졌던 마음이 다시 돌아올 때, 그때는 그게 그냥 취미든, 직업이든, 타로카드와의 특별한 인연이든 조금 더 부드럽고 단단하게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엔젠가 다시 손에 쥐게 될 그 카드 한 장이, 마음에 작은 불씨 하나로 남아 있기를. 나처럼,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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