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부의 동행, 그 길 위의 자취
발자국
둘이서 길을 갑니다
20세기의 산길을,
당신은 저만치 앞서 걷고
나는 조용히 그 뒤를 따릅니다
고개 숙이고
당신의 발자국만 밟습니다
둘이 걸어도
발자국은 오직 하나인 까닭입니다
내 발자국이 없어
왠지 섭섭한 나는
뒤돌아 하나뿐인 자취를 바라봅니다
저쪽의 나란한 발자국을
몰래, 오래 훔쳐봅니다
내 발자국의 흔적을 찾아
저 끝에서 이 끝까지
찬찬히 더듬어봅니다
당신의 무게만큼
묵직하고 큰
발자국이 생겼습니다
그 안에 내 삶만큼
꾹꾹 눌린
작은 발자국이 보입니다
하나뿐인 발자국 속을
나도 함께 걸었습니다
한 줄의 긴 발자국을 남기며
21세기의 들녘을,
둘이서 소리 없이 걸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