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바람

세상과 통풍하며 사는 이유

by 고운 저녁

어린 바람


숨고 싶을 때

세상과 통하고 싶지 않을 때

들키지 않고 울고 싶을 때

출입금지 팻말을 내걸어서라도

철저히 혼자이고 싶을 때

그때마다

바람이 파고든다


나의 동거인은

어린 바람

헤아림을 아직 모르는

철부지 바람

구멍 난 마음들을 헤집고 다니는

개구쟁이 바람

여린 손끝으로 속삭이는

사랑스러운 바람


밝고 뽀송뽀송한 침대 위를 날아

음침하고 눅눅한 침대 밑을 돌며

낡고 더러운 것과

신선하고 깨끗한 것을 버무려

싱싱한 웃음 몇 스푼을 보태어

흐르게 하는 재주


어린 바람이

습한 내 가슴을 파고들 때마다

숨고 싶은 마음을 열고

세상과 통풍하며

눈물을 말려서

함께

바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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