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 산다는 것

by 고운 저녁


지천에 꽃이 피었다,

꽃이란 이름을 받들어


꽃에 기댄 그 많은 존재들

꽃을 키우는 수많은 관계들

만 년의 약속대로

꽃은 어쨌든,

힘껏 꽃으로 피어나

아름다웠다

꽃답게, 흐드러졌다


꽃잎 저무는

그의 계절 끝자락까지

무당벌레 한 마리

고이 품어주고

꽃자리 단정히 거두는

아리따운 꽃이었다


꽃이 기억을 놓은 날

그를 바라보던 수많은 눈빛과

그에게 닿은 입술들의 온기는

까맣게, 꽃의 소망을 저버리고

끝끝내

뜨거운 이슬을

떨구고 말았다


눈앞이 가려

꽃의 씨앗

바람결에 흐르는 것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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