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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야근과 주말 출근이 기본

사무관 출신 변호사의 대형로펌 적응기 - 2편

by 사무관과 변호사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로펌에서 면접을 볼 때의 일이다. 면접관 중 하나가 나에게 사무관 시절의 월급을 물었다. 그 면접관은 내 말을 듣고는 웃으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는 그 3배를 줄 거예요. 하지만 업무량이 3배까지는 아닐 거예요."


워낙 인상깊었던 말이라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말이다.




그 면접관의 말은 실제와 달랐다.

연봉 상승은 3배까지는 아니었고, 연봉이 늘어난 만큼 업무량도 늘어났다.


이규빈 사무관이 방송에 나와 밝힌 것처럼 공무원의 연봉은 모두 공개돼 있는데, 나는 1년차 때 이규빈 사무관보다 연봉이 더 낮았다. 내가 그보다 공무원을 일찍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소득요건이 5천만 원 이하인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을 정도니까, 그 당시의 내 연봉을 대강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연봉은 참 느리게 올랐다. 내가 연차에 비해서는 성과급을 잘 받은 편임에도 그랬다.

1년에 100만 원, 많이 오르면 200만 원 정도.

연봉상승이 더딘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친한 고시 후배는 작년보다 오히려 실수령이 낮아진 경험이 있다고 했다. 코로나 시절 공무원 연봉상승을 억누르면서 벌어진, 웃지 못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사실 나는 지금 로펌과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었다. 꽤 큰 액수에 퇴근한 후 아내에게 연봉을 자랑하기도 했다.

공무원 경력을 전혀 인정받지 못한 채 1년차 변호사 연봉을 받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공무원에 비해 압도적인 연봉을 받게 된 것이다(물론 퇴직 직전 연봉의 3배까지는 아니었다)




문제는 업무량이었다. 업무량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무관 시절에도 역시 바쁜 때가 있었고, 급하게 주말출근을 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365일 위와 같이 일하지는 않았다. 여유로울 때도 많았다.

공무원으로 일했던 5년 간, 매년 20여 일의 연가(민간기업의 연차)를 사용하며 휴가를 즐기기도 했다.


변호사는 그 반대다. 나는 대체로 평일에는 9시 30분 출근, 11시 퇴근을 한다. 주말에도 하루는 무조건 나가고, 격주에 한 번은 이틀을 나간다. 내가 온전히 쉬는 날은 한 달에 이틀 정도인 셈이다.

공무원 시절에는 야근과 주말출근이 특별한 이벤트였던 것과 정반대로, 변호사는 이를 하지 않는 것이 특별한 날이다(오늘도 밤 10시에 퇴근해서 서둘러 이 글을 쓰고 있다).

연차를 사용해도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가 잦다. 심지어 해외여행을 가서도 노트북으로 일을 한다.


(예능 <나는 솔로> 6기에 출연했던 대형로펌 변호사 광수. 이처럼 나도 사무실에 간이침대를 가져다 두었다. 체력이 달릴 때 10분쯤 누워있곤 한다)


나는 이번 광복절 연휴에도 3일 내내 출근했다. 초반 이틀은 점심에 나가서 자정에 들어왔다. 연휴 마지막 날에도 출근 준비를 하던 중 아내가 눈물을 흘리는 걸 발견했다. 직장인인 아내는 임신 중인데다, 내가 매일같이 집을 오래 비우니 서러움이 밀려온 듯했다. 결국 그 날은 재택근무를 했다. 이런데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공무원 시절과 많이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눈물을 본 이후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환경이 나를 더 빠르게 성장시킨 것도 사실이었다. (이 부분은 시간관계상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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