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일까, 아니면 억지로 하는 걸까
조급하지 말자, 억지로 하지 말자
40대 초반인 내가 최근 붙잡은 인생의 철칙은 두 가지다.
조급하지 말자. 억지로 하지 말자.
조급하면 될 일도 오히려 어긋난다.
억지로 하면 반드시 체한다.
물론 다짐한다고 해서 늘 지켜지는 건 아니다.
남의 일은 한 발 떨어져 볼 수 있으니 덜 조급하지만, 내 일이 되면 금세 나도 모르게 감정이 동요되며 흔들린다.
그래도 최근에는 그럴 때일수록 마음속으로 더 다잡는다. “조급하지 말자.”
시간이 흘러 깨달은 게 있다.
조급함은 일을 이루지 않는다.
빠름과 조급함은 분명히 다르다.
옛 말에도 있지 않은가.
“급할수록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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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하지 말자
억지로 하는 일은 반드시 체한다.
내가 원하지 않는데도, 결과와 상관없이 보여주기 위한 억지스러운 일들이 있다.
예를 들어, 형식만 채우는 PPT를 만들라고 지시하는 일, 결과와 상관없이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보고서를 시키는 일.
그건 결국 소화되지 못하고 탈이 난다.
그 과정에서 쏟아부은 에너지는 영양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 일을 하는 사람뿐 아닌 시킨 사람까지, 양쪽 모두에게서 말이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제도인 ‘결혼’은 억지로의 전형적인 사례일 수 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억지로라도’ 보여주기 문화가 짙게 배어 있다.
“인생에 한 번뿐이다”라는 핑계를 내세우며, 집과 차, 예물, 신혼여행까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항목으로 채워 넣는다.
정작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들도 다 하니까”라는 이유로 억지로 따라가는 순간부터 관계는 삐걱대기 시작한다.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끝없이 다투고, 결국 결혼 자체가 짐이 되어버린다.
지금은 이혼이 더 이상 특별한 사건이 아닌 시대다.
《우리 이혼했어요》, 《이혼숙려캠프》, 《결혼지옥》 등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이 그 현실을 보여준다.
억지로 한 선택이 남긴 흔적이다.
그래서 나는 또 다짐한다.
억지로는 하지 말자.
특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라면, 크든 작든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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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억지로라도 해봐야 하는 것들
모든 억지가 나쁜 건 아니다.
억지로라도 해야만 성장하는 순간도 있다.
대표적인 건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건강 관리, 운동, 독서, 글쓰기 같은 것들.
하기 싫은 날에도 억지로 지켜야, 시간이 지나 자유가 된다.
나는 지금 트레바리 독서모임 〈어떤 브랜드가 살아남는가〉 10기를 마치고 11기를 준비 중이다.
1 기수가 4개월이니 어느새 40개월 넘게 이어왔다. 매번 책을 고르고, 발제문을 쓰고, 생각을 정리하고, 멤버들과 토론을 이끄는 일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책을 읽고 발제문을 쓰는 게 늘 즐거운 건 아니지만, 억지로라도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결국 지금까지 끌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끝까지 마쳤을 때 찾아오는 묘한 충만감이 있다. 마치 호르몬이 분비되는 듯한 짜릿함 같은 것. 성취감은 매번 조금씩 다르지만, 꾸준함이 주는 힘만큼은 분명했다.
브런치를 시작한 것도 같은 흐름 속에 있다.
일주일에 한 편 글을 쓰는 건 누구가에겐 가벼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억지로라도 쓰며 쌓아온 문장들이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글이 하나씩 쌓일수록 생각은 선명해지고, 기록이 켜켜이 쌓여 내 삶의 또 다른 축이 되어가고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나는 약 10년간 골프를 꾸준히 쳐왔고, 2023년 10월에는 싱글 플레이(79타)를 기록했다.
지금은 화이트 티 기준 80대 중후반 타수를 유지하고 있다. 골프를 조금이라도 쳐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이 기록이 얼마나 많은 반복과 연습이 쌓여야 가능한 것인지.
숱한 연습과 실패의 순간이 쌓이지 않았다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결과다. 그래서 나는 안다. 억지로라도 지켜낸 시간이 결국 나를 원하는 곳에 데려다준다는 것을.
어떤 날은 솔직히 귀찮다.
하지만 이런 건 억지로라도 해야 한다.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지켜낸 시간들이 쌓여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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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과 후회 중 어디로 귀결될 것인가
여기서 중요한 건, 억지로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가이다.
타율적 강요로 시작된 억지는 결국 후회로 끝난다.
여기서 말하는 억지는 남 보여주기 위한 일, 본질 없는 과제, 외부에서 강요된 것들이다.
이런 일들은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고, 마치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먹은 것처럼 탈만 남긴다.
반대로, 나와의 약속에서 비롯된 억지는 몰입으로 이어진다.
처음에는 귀찮고 힘들지만, 반복 속에서 성취감과 충만감이 쌓이면서 어느 순간 그 자체가 몰입이 된다.
즉, 억지로라도 시작했지만, 결과는 성장과 배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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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중요한 건
조급함은 일을 망친다.
억지로 한 선택은 체한다.
그러나 나 자신과의 약속은 억지로라도 지켜야 한다.
경계는 늘 모호하다.
그래서 질문이 필요하다.
이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일까?
아니면 남들이 하라 해서 억지로 하는 걸까?
그리고 이건 내가 나와한 약속이기에 억지로라도 지켜야 하는 걸까?
결국 중요한 건, 그 질문 앞에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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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하지 말자. 그러나 억지로라도 해보자.
그 차이를 아는 게 인생을 버티는 힘이다.”
그냥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