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왜 돈을 안 쓸까 – 돈과 자기 증명의 역설

인색함이 아니라 ‘자기 증명’의 또 다른 방식

by 석희

부자들은 왜 돈을 안 쓸까?


우리는 누구나 부자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왠지 더 여유롭게, 때로는 호쾌하게 돈을 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옆에서 그 콩고물(?)을 받아먹는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지켜본 현실은 달랐다.

의외로 돈에 대해 훨씬 더 인색하거나, 사소한 부분까지 계산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었다.

그럴 때면 오히려 서운함, 아니 당혹감이 밀려오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부자가 된 거지 뭐.”


물론 모든 부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들 중 상당수는 우리가 상상하는 방식으로 돈을 쓰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부자들은 왜 망설일까


한 지인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정말 힘들 때 도와주는 건,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이 아니더라.

오히려 자기도 힘든데 현금서비스까지 받아서 도와주는 사람이더라.”


그 말을 듣고 나도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제 경험 속에서 느껴온 부분이기도 했다.

손실회피(Loss Aversion) 그래프

심리학적으로 보면, 돈이 많을수록 ‘잃는 것’에 더 예민해진다고 한다.

손실 회피(Loss Aversion).

조금만 잃어도 불안이 커지고, 더 큰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


그래서 오히려 돈이 많지 않은 친구들이 밥값, 술값을 계산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는, 그건 단순히 손실 회피 때문만은 아니다.

돈을 쓰는 가치를 자기 삶에 적용해서 더 깊게 고민하는 것 아닐까.


부자들은 돈을 쓰는 상황 자체로 자기 가치를 증명하려 하기보다는,

돈을 쓰지 않아도 나를 알아봐 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다르게 표현하면, “호구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심리일 수도 있다.


반대로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금액이 상대에게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에,

더 선뜻 내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그 행동이 자기 가치 증명의 한 방식이 되기도 한다.



돈 말고 무엇으로 증명할까


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산다”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미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에게 돈은 충분하다.

그러니 가치를 굳이 돈으로 증명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돈을 쓰지 않음으로써,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성과, 명예, 영향력, 혹은 자신만의 철학.

돈이 아닌 다른 좌표에서 존재 이유를 찾으려는 것이 아닐까?



돈이 많다고 행복할까


한국 사회에서 재벌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다.

뉴스 한 줄, 사진 한 장에도 사람들은 “역시 부럽다”라고 반응한다.

글로벌하게도 포브스 리스트에 오르는 이름들은 언제나 동경을 받는다.

The World’s Richest People in 2025

하지만 그들이 늘 행복하기만 한 건 아닐 것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들, 화려하지만 내면은 공허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돈이 많은데도 왜 불행할까.

그 질문은 곧 돈을 쓰지 않는 태도와도 이어진다.



비교는 끝이 없다


내가 깨달은 건, 돈이 많다는 건 어디까지나 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내 기준에서 돈이 많은 사람이 있듯, 그들 역시 자기보다 훨씬 더 큰 부를 가진 사람을 본다.


한국에서 가장 부자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회장 이재용을 떠올려보자.

그 역시 글로벌 무대에선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같은 이들과 비교된다.

머스크는 또 정치적 권력을 가진 미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와 나란히 언급된다.


비교의 사슬은 끝이 없다.

어떤 위치에 서 있어도 그 위에는 늘 또 다른 존재가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결국 이렇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내 가치는 어디에서 증명되는가?”


돈만으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

그 불안과 공허가 거기서 시작되는 건 아닐까.



결국 필요한 질문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아마도 돈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나는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일 것이다.


돈으로? 일로?

아니면 내가 남긴 관계와 흔적으로?


돈은 필요하다.

없으면 하고 싶은 걸 이루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품이 들고,

규모와 퀄리티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아실현의 욕구, 자기 다운 성장까지 채울 순 없다.


그래서 결국 둘 다 필요하다.

50:50은 아니더라도,

어떤 때는 금전적인 부분에, 어떤 때는 자아실현에 집중해야 한다.


시대와 상황에 맞춰 균형을 찾는 것.

그게 결국 우리 각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돈은 목적이 아니다.

돈을 쓰든, 쓰지 않든,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무엇으로 나를 증명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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