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은 어디에 있는가

완생은 없다, 우리는 모두 미생이다

by 석희

완벽을 둘러싼 환상과 허상


우리는 종종 ‘완벽(完璧)’을 절대적인 상태로 상상한다.

결점이 전혀 없는 작품, 더는 고칠 데 없는 성과, 흠잡을 데 없는 인생.

하지만 실제로는 완벽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 맥락과 관점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져 왔다.


플라톤은 ‘이데아(IDEA)’라는 개념을 통해 완벽한 형상을 상정했지만, 그건 현실에서 결코 닿을 수 없는 그림자였다.

어쩌면 완벽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우리가 아는 ‘완벽’은 대개 후대의 시선이 만든 것이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은 완벽한 성군처럼 기억되지만, 실제로는 정치적 갈등과 개인적 아픔도 많았다. 그러나 후대는 업적을 중심으로 그를 “완벽한 왕”으로 묘사했다.


또 다른 경우는 한 측면만 강조된 서사다.

마이클 조던을 떠올려보자. 그는 농구의 신으로 불리지만, 동시에 팀 동료와의 불화나 사업 실패도 많았다. 그러나 ‘전설적인 승부사’라는 이미지가 그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우리가 가장 자주 마주하는 건 편집된 현실이다.

SNS 속 셀럽들의 완벽한 하루, 무결점 몸매, 럭셔리한 여행은 대부분 선택적으로 편집된 장면이다. 그 이면에는 불안, 실패, 흔들림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다.



완생과 미생, 그리고 불완전함의 위로

윤태호 작가 원작/김원석 PD 연출의 ‘미생’

‘미생(未生)‘은 이 문제를 가장 대중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원작 만화도 훌륭했지만, 내 인생 드라마 중 하나였던 〈미생〉, 그리고 최근 〈폭싹 속았수다〉까지 만든 김원석 PD. 내겐 그는 정말 연출의 신으로 느껴진다.)


극 중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은 장그래(임시완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린 모두 미생이야, 완생은 없어.”

이 짧은 대사는 누구도 완전하지 않으며, 중요한 건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응원하는 태도라는 걸 보여준다.


윤태호 작가 역시 “완생은 없다”고 못 박았다.

완벽은 도달해야 할 지점이 아니라, 불완전한 상태를 껴안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것이라는 메시지다.

‘완벽’이란 완전무결한 결과가 아니라, 연대와 성장을 통해 조금씩 다가서는 모습에 가깝다.



ESC가 꿈꾸는 완벽

‘ESC’ 2번째 연말모임 포스터

내가 함께하는 ESC(Essence Slog Club) 역시 같은 맥락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ESC라는 이름은 두 겹의 의미를 품고 있다.


• Slog : 탐구,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묵묵히 이어가는 태도

• ESC(Escape) : ‘탈출하다’, ‘밖으로 나가다’를 뜻하는 escape 키에서 따온 단어


우리는 종종 톱니바퀴처럼 반복되는 삶에 갇혀 산다.

ESC라는 이름에는 그런 삶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담겨 있다.

물론 완벽한 탈출은 없다.

그러나 본질을 탐구하며 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갈 수는 있다.


ESC가 추구하는 건 결과로써의 ‘완벽’이 아니다.

ESC는 미생의 상태를 인정하면서도, 본질을 탐구해 조금씩 단단해지는 과정을 함께하는 모임이다.


우리가 꿈꾸는 건 완벽 그 자체가 아니라, 완벽에 최대한 가까운 삶이다.

그건 도달점이 아니라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풍경이며, 불완전한 우리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여정이다.



완벽에 대한 고찰


완벽은 도착점이 아니다.

완벽은 과정 속에 있다.


우리가 완생에 닿지 못한다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완생을 꿈꾸며 걸어가는 그 길 위에서,

본질을 탐구하는 순간순간이야말로 완벽에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마치 소수점이 끝없이 이어지며 정수에 한없이 가까워지듯,

우리는 불완전 속에서 조금씩 더 단단해진다.



결국,


“완벽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완벽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 속에는 언제나 있다.


그렇기에 내 생각만이 옳다고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기꺼이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은 혼자 도달하는 절대치가 아니라, 서로의 불완전함을 모으고 나누는 과정 속에서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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