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브런치 스토리의 책이 주욱 나열되는 것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아마 이것은 작가 지망생들의 어떤 로망이 아닐까! 무턱대고 신청했다가 신청서를 쓰는데 이게 그리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감이 왔다. 바로 접수를 취소하고는 조금 더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기 위한 방법들과 경험들을 찾아보았다. 일곱 번 도전해서 떨어진 사람도 있다 하니, 그리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작가등단의 길은 아닌가 보다.
내가 너무 얕잡아 본 게다.
차일피일 계속 작가 신청을 미루고 있다가, '일단 한 번 저질러보자'하면서 연재하고 있었던 <줌마 리부트> 세 편과 '네이버 블로그'를 추가 자료로 냈다. 내 손에서 떠났으니, 이제는 되든 안 되든 결과에 상관없이 마음을 비워야지 하며 담담한 척 하지만, 후들거리는 기대는 어쩔 수가 없다.
매일의 루틴에 따라 묵상 시간에 그적거리는데, '너의 우선순위가 뭐니?'라는 물음이 찾아왔고, 글 쓰는 일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이 일이 내게 간절한가? 이 일이 진짜 내 몫인가?' 하며 질문하다가 '하필 지금 이런 깨달음이 오는 거야' 하며 '왠지 작가가 안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불안감을 마주해야 했다. 심지어 '작가가 안 되어도 괜찮겠다!'라는 자기 암시적 합리화를 하기도...
02.
저녁에 모임을 하고 돌아와, 이메일을 열었는데,
당당히 1차로 합격이 되었다. 나를 '작가'라 불러주며, 브런치스토리에서 담길 소중한 글을 기대하겠다고 한다.
하루 종일 <폭싹 솟았수다> 세 편을 내리 연달아 보면서 임상춘 작가의 감성 묻힌 글에 반하고 있던 차, 어쩜 저런 독특하고 따스한 표현을 쓸까 하면서 내도록 부러운 감탄을 자아내었는데, 나를 작가반열에 세워주는 문이 열리는 순간이다. 여러 버킷 리스트 중 하나가 지워지는 순간이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인 셈이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이미 작가 지망생이었는데, 공식적인 이메일을 받아 '작가'라고 불리워진다는 것은 또 다른 감흥이다.
줌마 리부트로 '인생 재부팅' 제대로 하고 있다.
다음에 뭘 또 도전할까?
03.
브런치스토리를 잘못 알았다. 작가가 되고픈 마음 굴뚝같아 그다음 스텝을 예상 못한 내 탓이다. 쉽게 합격하고 들어왔기에 더 많이 당황한 게 아닐까. 뭣도 모르고 도전하고 들어와 보니 상당한 사람들의 글력들과 서로 소통하면서 눌러주는 응원이 즐비한 플랫폼에 홀로 선 듯한 느낌이다. 구독자가 있다는 것, 응원하트와 댓글이 달리는 구조였다는 걸 미리 몰랐었다.
이미 네이버 블로그에서 공감하트 없는 글에 익숙한 나다. 빈 들에서 외치는 소리 되는 거 아무 문제없다. 진정성을 가진 글의 힘을 믿으며 진득하니 글을 써 내려가는 일, 네이버 블로거를 하면서 내성을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교우위에 또 서게 되는 일은 늘상 극복이 힘들어 보인다. 초연해지지 못할 바에야, 흔들리는 감정까지 껴안고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브런치가 내게 준 선물은 따로 있다.
하나, 출간을 간절히 그렸음에도 '저자로서의 기본기'에 대한 것들을 정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하면 좋은 저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질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이 없었다.
둘, 책 제목을 여러 권 미리 지어놓았지만, 정작 그 책에 무엇을 담고, 어떻게 풀어낼 지에 대한 기획이나 목차를 구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셋, 연재에 대한 압박감이 '글 연습'을 강제한다. 내가 쓰고 싶을 때만, 내 마음이 내킬 때에만 쓰던 블로거에서 이제 연재 발행일을 지키는 '습관의 습작 길'로 안내한다.
넷, '독자'라는 존재를 체감하게 된다. 구독자는 적어도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 봐 준다. 독자의 마음에 닿기 위해 한 문장, 한 문장 마음을 담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다섯, 아직도 '나답게 쓴다'라는 걸 모른다. 어떤 표현과 어떤 단어들로 구성해서 독자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아직도 많이 서투르다. 내 색깔, 내 쪼, 내 느낌이 아직도 선명하지 않다.
브런치가 준 선물들을 다 풀고 나면,
어느덧 '초짜딱지'도 벗겨지겠지.
작가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나다운 글을 쓰는 그날까지,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