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엄마로서의 리부트를 꿈꾸는 일은 결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여전히 엄마가 필요한 자녀들은 때때로 대화를 원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바란다.
따스한 포옹으로 안아주어야 할 때도 있고, 인생의 선배로서 따끔한 조언이 필요할 때도 있다.
어떤 날은 그저 잔소리 없이 들어주는 '진짜 경청'이 필요할 때도 있다.
대학생이 된 남매를 둔 엄마로서, 나는 자녀들이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가도록 지켜보고 돕는다.
그것만으로도 내 인생의 큰 과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과제에만 마음을 묶어둘 수는 없다.
나는 여전히 다시 시작해야 하고, 그래서 아이들을 품은 채로 일어서야 한다.
02.
자녀들만 나를 바라보는 게 아니다.
남편을 든든한 지원군으로 만드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내가 왜 리부트를 원하는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내 마음이 분명해야 한다.
그래야 남편과 대화할 때 설득할 수 있고, 그가 조력자로서 내 곁에 서줄 수 있다.
당장 글쓰기만 해도 밤 작업이 많은지라 침대 옆을 비워두고 자는 데 익숙해져야 할 몫도 남편의 것이 된다. 마감이 가까워질수록 남편이 커피를 내려주고, 때로는 저녁을 차려야 할 때도 많아진다. 이 모든 것들을 감당하려면 부부가 함께 같은 길을 바라볼 때 비로소 이 모든 과정이 가능해진다.
03.
가족을 돌보면서 나를 리부트 하려면
지혜와 분별력, 세심한 계획과 실행력, 그리고 체력이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의 평정심이다.
나를 키우겠다고 조급하게 달려들었다가 가족의 핀잔을 듣기 쉽고, 무심코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때로 혼자만의 시간을 떼어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나의 선택과 방향에 대해 날카롭게 날을 세워 생각하고 질문하면서 숨을 고른다.
그래야 식구들의 원성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그냥 쉽게 하자'는 꼬드김에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04.
이 전환기에 필요한 건 삶의 우선순위를 다시 짜는 연습이다.
내 하루 속에 가족과 나의 시간을 함께 놓아야 한다.
내 비전과 목표를 작게 쪼개어
가족의 일상과 자연스럽게 엮는 것.
아이들 픽업하는 시간에 영어 오디오를 듣고, 기다리며 책을 읽고, 설거지하면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청소를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한다. 가끔은 남편과 자녀에게 도움을 요청해 가사를 분담하고 서로의 역할에 변화를 준다. 틈틈히 이야기나누면서 남편과 자녀들의 꿈이야기에도 열렬한 치어리더가 되기도 한다.
모든 걸 완벽하게 해내는 엄마는 이 세상에 없다.
나도 그 환상을 내려놓았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내 꿈과 목표를 가족이 편안할 때 솔직하게 나누다 보면, 엄마와 아내의 인생을 응원하는 힘을 얻게 된다. 나 혼자의 꿈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단단한 여정이 된다.
05.
전환기에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후회들을 보면, 대부분은 '사랑과 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그들이 바라던 것은 성취나 성공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있어주지 못한 시간과 관계를 소홀히 한 선택들이었다.
내가 나만의 성공을 향해 달리다 가족과의 관계를 잃어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후회가 아닐까.
그래서 나는 가족과 나, 두 가지를 모두 붙들기로 했다.
욕심을 덜어내고 작은 비전과 목표로 시작해 나를 동력화한다.
아주 작게 쪼개어, 최소한의 성취로도 자족할 수 있도록.
그래서 엄마라는 이름을 안고
나는 오늘도 멈추지 않고
나를 지켜낸다.
나를 리부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