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다

소설 같은 하루

by 이땡은

바다는 높게 걸려있었다. 금방이라도 눈앞에 펼쳐진 모든 것을 덮쳐버릴 기세지만, 고요히 자기 권역을 지킨다. 별안간 평화를 해치지 않는 바다에게 감사하며 그가 준비한 쇼를 천천히 관람한다.

'누가 저기에 구름을 저리 흩뿌려놨지?'

하늘은 하얗다가 파랗다가, 구름들이 여기저기 모양을 바꾸며 뛰논다. 그리고 저 먼 구석에서 당근 빛이 번지기 시작한다. 이에 질세라 밑에 있던 바다도 하늘과 같은 색상의 옷을 걸쳐 입는다.

"행복하다. 즐겁다. 좋다. "
그녀는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는 버릇이 있다. 언뜻 모든 걸 털어놓는 듯 보이지만 말 몇 마디는 목구멍에서 막힌 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구석에 웅크린 노을이 스멀스멀 녹아내리자, 밝던 생당근 빛 낯빛은 아픈 기억을 떠올린 듯 흙당근 빛으로 갈변한다. 그 변화를 목의 뻐근함은 잊은 채 지켜보며, 해는 지는 장면 보다 뜨는 장면이 더 보기 좋다는 생각을 한다. 온전히 완성된 결과보다 과정이 더 흥미롭다. 지금의 그녀와 같이.

살아갈수록 느끼는 건 이 세상에 좋은 게 참 많다는 것.
'그 애는 너무 못 보고 갔어.'
순수한 감탄사 속 숨겨둔 다른 결의 상념

그래도 그녀에겐 내일이 있다. 눈을 뜨면 오늘 사라진 밝음이 다시 돌아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늘은 햇살을 내어줄 것이고 바다는 소리 내어 깨워줄 테니 알람은 필요 없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