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철석같이
그 말만 믿었는데
나만 빼고 다 알더라
나 혼자만 몰랐더라
모든 것이 착각이란 걸
깨달은 순간,
나를 지탱하던
단 하나의 점이 허상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지고
세상의 전부였던
믿음의 껍데기가
바람에 쓸리듯 벗겨져 나간다.
그 안에 자그마하게
웅크리고 있던
한 사람이
까마득한 낭떠러지로
한없이
곤두박질쳐진다.
한 사람이 가진 신념이나 믿음, 진리처럼 여기던 것들이 한순간 무너져 내릴 때가 있다.
이를테면, 믿었던 사람의 배신. 혹은,
옳다고 믿어온 일들의 또 다른 이면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는다.
그러나 무너진 건 세상이 아니라, 내가 쌓아 올린 믿음의 탑이었다.
그 탑이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너무 단단히 그리고 까마득히 높이 쌓아 올렸기에,
조금의 균열에도 크게 무너졌던 것이다.
어쩌면 무너짐은 오래 고여 있던 생각을 흘려보내기 위한 필연이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