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
녹음이 우거진 짙은 숲의 들숨과 날숨
고요한 숨결의 리듬에 맞춰
웅크린 발끝에 닿은 이끼와 여린 잎을
한숨 섞인 손길로 어루어 만진다
습한 흙내음과 상쾌한 나무 향이
폐 속 깊숙이 닿아
잠자고 있던 세포 하나하나
건드려 깨워 내고
촉촉한 공기가 메마른 가슴속을 훑고
오래 묵은 두려움마저
소리 없이 뒤흔들어
그 안의 썩은 것들을
모조리 끄집어낸다
시커멓게 쏟아지는 날숨과 들숨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세워
한 줄기 빛으로 묵은 때를 벗겨내듯
햇살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본다
살아라 아이야
살아가라 나의 아이야
깨끗하다 못해 투명해진 모습으로
청연한 이슬비 되어
초록의 숲 부드럽게 감싸 안고
나뭇잎마다, 가지마다 스미듯 내려앉아
고요한 숲의 숨결을 따르듯
청량한 숨 내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