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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겨울 방학.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
나의 어린 시절 방학은 지루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하루 종일 뜨끈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고,
가끔 지루할 때면 어항 속 금붕어를 하염없이 바라보거나,
마당에 나가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만들며 시간을 흘려보내곤 했다.
요즘 아이들의 방학은 그와는 정반대다.
특히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일터에 나가 있는 동안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학원을 전전하며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방학은 더 이상 '쉼'이 아니라 학원의 연장이 되어버렸다.
물론 잠깐의 휴가로 해외든 국내든 모처럼의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그 행복도 잠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만 하는 것이다.
바쁜 부모님을 둔 아이들은 그 흔한 체험 학습마저도 사치가 되곤 했다.
그리하여 공부방 친구들과 함께 견학과 체험을 통해 배우고 느끼며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기로 했다.
목적지는 서대문 형무소.
설레는 마음을 덜컹 거리는 버스에 실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은 가족여행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우리는 풍선처럼 부푼 기대감을 꼭 끌어안고 목적지로 향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다소 긴장한 표정이었다.
높은 담장, 차가운 철문,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시관을 둘러보고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아이들의 표정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 간 워크북을 풀며 생각을 나누는 시간 속에서
별빛이 스며든 듯 반짝이는 눈빛과 끝없는 재잘거림에 호기심이 가득 묻어났다.
"형무소에 갇혀 있던 사람들은 어떻게 버텼을까요?"
"이분들은 왜 무서워도 그만두지 않았어요?"
질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의 눈빛에는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억압된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고통과 희생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그 속에는 자유와 해방의 소중함을 조금씩 알아가는 표정이 역력했다.
견학이 끝난 뒤에도 아이들은 발걸음을 쉽게 떼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늦추려는 듯, 넓은 형무소 앞마당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이번 견학은 단순한 체험처럼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남겼다.
아이들은 억압과 해방을 몸으로 느끼고,
빽빽한 학원 일정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숨 고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그 자유가 주는 기쁨이야말로, 형무소 앞마당에 울려 퍼진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