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과 사의 경계
나는 지금도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마음속 깊숙이부터 화가 치민다.
단순한 분노가 아니다.
되돌릴 수 없는 기억, 한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 환자였다. 퇴근길,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신호를 위반한 오토바이에 치였다. 외상성 뇌출혈로 의식을 잃은 채 실려 왔고, 신경외과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로 올라왔다. 얼굴은 고왔고, 그 고운 얼굴이 피로 물든 모습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한순간의 사고였지만, 그 얼굴은 이미 삶의 경계 너머에 서 있었다.
보호자 말로는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참 다정한 선생님이었다고 했다. 병실 앞에서 울먹이며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표정만으로도 그분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느껴졌다.
젊은 환자였기에 모두가 다시 눈을 뜨기만을 바랐다. 하지만 혈압은 점점 떨어졌고, 온갖 약물을 투여해도 반응은 없었다.
그 환자를 위해 온 가족이 병원에 모였다. 보호자들은 며칠 동안 딱딱한 바닥에 웅크린 채, 밤잠조차 잊은 듯 환자의 상태만을 지켜보았다. 면회는 정해진 시간, 소수만 허락됐다. 그 외엔 유리문 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유리창 너머 병상에 누운 환자들을 바라보며, 혹시 저 사람이 우리 딸은 아닐까 하는 눈빛으로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밀었다.
CT 촬영을 위해 병실에서 이동할 때면, 보호자들은 침대 곁으로 달려왔다. 그 순간, 유리문 앞에서는 하지 못했던 말을 쏟아냈다.
“OO야, 너 할 수 있어. 엄마 왔어. 눈 떠야지?”
떨리는 손과 눈빛, 그 목소리는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날, 유리문 너머에서 쏟아지던 어머니의 절규는 아직도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그 절박한 외침이 과연 그녀에게 닿았을까.
하지만 결국,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그녀는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그녀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예고 없이 찾아왔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일상 속에 있던 사람이, 아무런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남겨진 이들은 그 부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했다. 눈물도, 절규도, 기도도 더는 닿지 않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날의 절규는, 지금도 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오토바이를 볼 때마다 떠오른다.
나는 여전히 유리문 너머, 그때의 장면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