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삼켰더니, 내가 사라졌다.
절망편 Chapter 1. 말을 삼켰더니, 내가 사라졌다
우리 가족은 다들 자기 목소리가 컸다.
엄마는 제일 컸고, 아빠는 제일 길었다.
오빠는 말대답이 컸고, 나는 말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있어도 없었다.
엄마는 술을 좋아했다.
기분 좋은 날엔 마셨고, 기분 나쁜 날엔 더 마셨다.
기분과 상관없이 마신 날이 대부분이었다.
사람을 부르고, 음식을 차리고, 웃고, 부르고, 또 웃고.
뭔가를 시켜야 할 때만, 엄마는 나를 찾았다.
우리는 집이 없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고,
전세로 옮길 수 있게 된 날, 엄마는 말했다.
“이제 우리도 사람답게 산다.”
그 말에 모두가 웃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람답지 않은 집에서,
사람 대접도 받지 못한 채 자란 나는
그 ‘우리’ 안에 없었다.
이사하고 나서, 엄마는 더 자주 사람을 불렀다.
부엌에선 음식 냄새가 났고, 거실에선 웃음이 터졌다.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엄마는 늘 중심에 있었다.
그 중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내가 있었다.
처음엔 말도 해봤다.
엄마, 술 좀 그만 마셔.
엄마, 사람들 좀 그만데려와.
이런 말 할때면,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엄마의 큰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 술에 취했을 때의 엄마는 늘 “그래그래~” 하고 웃었다.
그 말은 거절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늘, 술자리는 엄마가 먼저 끝내는 편이었다.
어느정도 취기가 오르면
"이제 다들 들어가봐~ 내일 또 출근해야지!"
하며 사람들을 밀어냈다.
말은 배려였지만,
그 뒤엔 언제나 엄마 혼자 남았다.
그렇게 손님들이 다 나가면 꼭 혼자 소주 한 병과 라면을 드셨다.
이런 엄마에게, 엄마도 그만 마시고 들어가서 쉬라고 하면 항상 고개만 끄떡하고 아무말도 안했다.
말이 없으니 불편하고, 말을 해도 성가신 취급이었다.
나는 어떤 상태로도 괜찮은 존재는 아닌가보다.
그래도 여러번 말을 해봤지만,
그 때마다 난 유별난 애가 돼있었다.
말은 줄었고, 감정도 줄었다.
소리가 커질수록, 나는 작아졌다.
숨을 쉬었고, 눈도 떴고, 밥도 먹었지만
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 집엔 우리 가족들이 산다.
그런데, 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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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의도는 절망편 이후 희망편을 보시도록 하려고 한권에 번갈아가면서 글을 올리려고 했는데, 헷갈리실 것 같아서 아예 분리합니다.
부족한 글 보러 오시는 분들께
혼선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