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모르는 인도] 15화
마우크독 마을로 6월에 첫 현장 방문을 하고, 한동안은 현장 방문에 관한 이야기가 없었다. 사실, 나도 큰 생각은 없었다. 후술 하겠지만, 수업도 준비하고 전략 기획 업무가 속도를 붙어서 진행되고 있었기에, 현장 방문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그리고 부서 차원에서도 현장에 나가는 인원이 적기도 했다. 그러다 7월 첫 주에 한 번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는 내가 너무 아팠다. 아예 몸 상태가 출근하기도 벅찼던 때라서, 그 현장 방문은 참석을 취소했다.
그리고 두 번째 기회가 7월 둘째 주에 내게 왔는데, 바로 메갈라야주 마우크르왓에서 진행되는 교사 교육 현장을 가서 보는 것이었다. 내가 돕는 프로젝트 중 MPOWER라는 프로젝트는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팀워크나 적응력과 같은 중요한 생활 기술 (Life Skills) 가르칠 수 있도록 수업 기술을 전수하는 교육을 메갈라야주 세 곳의 파일럿 구역(District)에서 진행한다. 마우크르왓은 우리가 파일럿을 진행하는 사우스 웨스트 카시 힐스 (Southwest Khasi Hills)라는 구역의 중심도시(Headquarters)라서, 이곳에서 3일간 MPOWER 교사 교육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MPOWER 프로그램을 돕는 인턴이기에, 현장에서 직접 어떻게 교육이 진행되는지와 교사들이 주 내에서 교육 현장에서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했기에 방문에 동행하기로 하였다.
출발 당일 아침, 분명 오전 7시에 우리 집 앞에서 픽업을 하기로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는데, 웬걸 오전 8시가 되어도 연락이 없다. 인도에서 생활하다 보면, 인도 시각을 뜻하는 IST (Indian Standard Time)의 실질적인 뜻은 Indian Stretch Time이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일정보다 더 늦어지는 경우도 많다. 물론 나는 여전히 시간을 철저하게 지키지만,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서 모두가 그렇게 철저하게 지키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여유롭게 마음을 먹는다. 차량은 우리 집 앞으로 오전 8시를 넘어서 왔고, 마지막 인턴을 태우고 나니 오전 9시를 넘어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오전 9시가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창때라서 실롱을 빠져나가는데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어디를 가도 차가 막히니 좀처럼 차가 움직이지를 못하고, 한참 동안 기다리고 나서야 실롱을 벗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마우크르왓은 실롱에서 약 세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도시인데, 그곳으로 가기까지의 도로 사정은 실롱을 빠져나가는 순간 안 좋아진다. 비가 와서 그런지 웅덩이로 물이 차는 곳도 많고, 아스팔트로 된 도로도 고르게 정리되어있지 않은 부분이 꽤 있다. 그래서 맨 뒷자리에 앉은 나는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갈 때면 엉덩이가 조금 아프기는 했다.
물론, 메갈라야 주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도로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만들 때,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에 투자하는 것에는 관심이 많지만, 새로 만들어진 사회간접자본을 유지 보수하는 것에 돈을 쓰는 것은 인색한 경우가 많다. 아직 갖추어지지 않은 사회간접자본이 많아서 새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많은 것도 있지만, 정치적으로 돈을 써도 표가 잘나지 않은 유지 보수 비용보다는 성과가 명확하게 보이는 새로운 사회간접자본을 짓는 것이 선호되는 것도 있다. 그래서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때부터 유지 보수 비용을 충분히 고려해서 투자금이나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우크르왓까지 거리가 꽤 되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이동했는데, 이 날의 주제는 구와 하티나 강톡과 같은 인도 북동부 지역의 다른 도시들은 어떠한지, 어디를 방문하면 좋은지와 마침 마우크르왓에 한식을 파는 카페가 한 곳 있다고 해서 한식을 제대로 먹는 법이었다. 이야기하면서 더 이동하니, 도로가 잘 포장된 곳이 나왔다가, 마우크르왓에 가까워질수록 도로 사정이 더 안 좋아졌다.
도착까지 한 시간 정도 남은 지점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당연하지만) 카시 음식을 파는 식당에 갔다. 원래는 간단하게 빵이나 페이스트리와 차를 마실 수 있는 곳에 갔었는데, 직원 중 한 명이 빵보다는 밥을 먹고 싶다고 이야기해서 카시 백반집으로 갔다. 우리 사이에서는 이제 “핑크 가게 (Pink Shop)”라고 불리는 곳인데, 여기에서 밥을 왜 먹지 싶을 정도로 동떨어진 곳이다. 회사에서 파는 카시 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팔아서, 카시식 훈제 돼지고기, 감사 볶음, 그리고 렌틸콩 수프 (달)을 주문해서 먹었다. 직원들도 처음으로 방문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매우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너무 배가 고파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맛은 오히려 더 좋은 것 같았다. 특히, 다른 곳보다 렌틸콩을 더 많이 넣고 만드시는지 달 맛이 진해서 정말 좋았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하다. 도로 사정도 그렇지만, 비도 꽤 오고 안개도 엄청나게 껴서 시야가 흐릿하다. 나에게 운전하라고 했으면, 아예 못 했을 정도라서 기겁하니, 직원들이 메갈라야에 이번 여름은 비가 생각보다 많이 오지 않았다고 한다. 평소에는 여름이 몬순 기간이라서 더 심하게 비가 오는데, 올해는 해 뜨는 날도 많은 특이한 날씨라고 한다. 한국에 있을 때도 평소보다 더 뜨거운 여름으로 이상 기후의 영향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 이러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더욱이 지구가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계속 이어지는 커브 길과 정리되지 않은 도로까지 차가 엄청나게 흔들리면서 자동차 벽을 열심히 잡으면서 이동했다.
이번 현장 방문에는 우리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는 매직 버스 인디아 재단 (Magic Bus India Foundation)의 메갈라야 및 아삼주 지역 담당자 한 분, 우리 부서의 직원 세 명, 그리고 나를 포함한 인턴 두 명이 방문했다. 비가 쏟아지고 있어서 차 밖을 나가기 정말 싫었지만, 그래도 비를 뚫고 마을 회관으로 들어가니 이미 교육은 진행되고 있었다. 우리가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교육의 시작은 보지 못했지만, “마스터 트레이너(Master Trainer)”라고 우리가 부르는 강사님들이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수업하고 있었다.
수업용 핸드북 (교과서)를 우리가 가지고 있었기에, 도착하자마자 짐만 내려놓고 바로 자료 배부를 시작 했다. 교육이 이날은 두 곳에서 이루어져서, 마을 회관 옆에 있는 지금은 문을 닫은 카페 건물에도 수업 자료를 배달하러 가야 했다. 카페 건물은 우리나라로 치면 지역농협과 비슷한 지역 농촌 조직을 위해서 지어진 건물인데, 지금은 활용되지 않는 건물 같았다. 이미 마을회관에 다른 인턴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나는 카페 건물에서 진행되는 교육을 관찰하고 도와주게 되었다.
모든 교육은 카시어로 진행된다. 당연히 나는 단 한 마디, 쿠블레이 (감사합니다.)를 제외하고는 알아들을 수 없다. 그래도 영어로 된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보면, 강사님이 어떠한 이야기를 지금 하고 있는지 대충 추측할 수 있었다. 마우크르왓 주변 지역에서 교육을 몇 차례 한 다른 직원이 설명해 주기를, 이곳 선생님들도 영어를 알아듣기는 하겠지만, 농촌 지역이기에 평소에는 카시어나 또 다른 부족 언어로 소통하므로 선생님들께서 영어가 아주 편하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이곳 사람들에게 생존 스킬과 같은 어려운 주제를 영어로 설명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기에, 되도록 카시어로 모든 세션을 진행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내가 교육 세션에 직접 진행을 하거나 참여하는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만 보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수업을 계속 듣고 있으니, 무엇인가 할 일이 계속 생긴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다음날 세션 준비를 강사님과 같이하고 있다. 물론, 성격상 내가 어떤 일을 도울 수 있을까 계속 찾는 성격이라서 일을 스스로 만든 것도 있지만, 강사님들께서 수업 준비를 충분히 못 하셔서 수업이 무엇인가 계속 끊기고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조금 더 나은 세션이 될 수 있도록 어떻게든 역할을 하고자 했다.
강사님뿐만 아니라, 부서 직원들도 도와야 했다. 현장에 온 우리 부서 직원은 한정되어 있고, 수업은 동시에 두 개의 다른 건물에서 진행되기에 누군가는 양쪽 반 사이의 소통을 도와야 한다. 그래서 한쪽 반에서 무엇인가 부족하면 다른 반으로 달려가서 가지고 오고, 다른 쪽에서 무엇인가 부족하면 다시 가져다주러 달려가야 하는 일을 계속 반복했다. 그날 마침 비가 또 엄청나게 쏟아지고 있으니, 우산이 남아나지를 않았다. 지금 나의 우산은 완전히 녹슬어서 버렸다. 우산도 우산인데, 바람도 세게 불고, 바닥은 또 무지하게 미끄러워서 넘어질까 봐 조심하면서 뛰어야 했다.
부지런하게 일을 하는 사이, 수업은 꽤 진행되어서 선생님들께서는 릴레이 경주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셨다. 항상 활동이 끝나면, 선생님들께서 활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어떠한 점이 중요한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이렇게 활동이 진행되는 와중에, 지붕 재질 때문인지 비가 건물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린다. 바람이 불 때면 아예 지붕이 뽑혀 나갈 것처럼 흔들리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있다가 상사분이 선생님들과 함께 게임을 해보라고 초대해 주셨는데, 세븐 업 (7 up)이라는 게임이었다. 우리로 치면 369 게임과 비슷한 게임인데, 5의 배수가 나오면 박수를 한 번 치고, 7의 배수가 나오면 게임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 잠깐 정신을 놓으면 바로 탈락이다. 옆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계속 집중하고 있어야 이길 수 있다. 나도 어떻게든 버텨서 최종 3인까지는 남았는데, 찰나에 실수해서 탈락했다. 이런 활동들을 쭉 지켜보면, 항상 부끄러워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그래도 많은 선생님들께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사님을 바라보는 것을 볼 때면, 아이들을 정말 많이 생각하신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일 차 교육이 마무리되고, 교육장이 어느 정도 정리된 이후 3일 동안 지낼 홈스테이에 도착했다. 우리가 지낸 반리카 홈스테이 (Banrika Homestay)는 한국으로 치면 읍내 느낌의 마우크르왓 시장 (Mawkyrwat Market)에서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는 곳이라서 식당이나 상점들과 접근성이 좋았다. 반리카는 홈스테이 주인의 이름이기도 한데, 홈스테이 활성화와 사업 활성화를 지원하는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서 2025년 봄에 홈스테이 건물을 짓고 영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로 마우크르왓을 돌아다니면 새로 지어지는 홈스테이가 꽤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자연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그 외에 관광지가 더 있는 것은 아니라서 이 많은 홈스테이가 모두 장사가 잘될지 궁금했는데, 마우크르왓이 사우스 웨스트 카시 힐스의 중심 구역인 만큼 지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나 교육이 자주 있다. 그래서 그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더 많은 홈스테이가 필요하다고 한다.
만약 마우크르왓에 방문할 일이 생긴다면, 단연 반리카 홈스테이를 추천한다. 우리가 지내는 동안 확장 공사는 계속되었지만, 잠을 자거나 생활하는 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내부도 매우 깔끔하고, 화장실도 인도 교외 지역임을 고려하면 충분히 잘 정돈되어 있다. 침대가 물론 180cm가 넘는 나에게는 다소 짧았지만, 그 외에는 현장 방문을 다니면서 지냈던 숙소 중에 가장 좋은 방이었다. 인도 홈스테이의 특징 중 하나가 칫솔이나 치약과 같은 편의용품이 없다는 것인데, 시장이 매우 가까우므로 쉽게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선풍기도 마찬가지로 없었는데, 마우크르왓의 날씨가 웬만해서는 덥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여름밤을 보냈다. 홈스테이 방을 예약하면 무료로 조식을 제공하는데, 빵과 달걀 (오믈렛 혹은 삶은 달걀), 버터, 차 등으로 구성된 간단한 조식이다. 간단하지만 충분히 맛있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정도이고, 메뉴의 조정이 필요하면 반리카와 이야기를 하면 된다. 반리카와 그녀의 가족들이 홈스테이를 관리하는데, 모두 너무 친절하고, 최대한 편의를 봐주고자 하는 마음이 강해서 정말 편하게 현장 방문 동안 지냈다.
첫날부터 떠날 때까지 매일 저녁은 라바니 카페 (Labani Café)라는 식당에서 먹었다. 카페에서는 양식, 중식, 인도 음식 등 여러 가지 메뉴를 판매하는데, 정말 특이하게도 한식이 메뉴에 있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가 인도 북동부에서 매우 높아서 교외 지역에서도 생각보다는 쉽게 한식 메뉴를 찾을 수 있다. 한국인으로서 한식이 어떨지 궁금해서 비빔밥과 라면을 시켰는데, 와, 생각보다 맛이 괜찮다. 비빔밥은 물론 바스마티 쌀로 만든 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소스를 추가해서 비벼 먹으니 얼추 한국에서의 맛이 난다. 이상한 채소도 없고, 최대한 정석대로 만들려는 의지가 엿보였다. 라면은 국물 라면이었는데, 특이하게도 불닭 소스를 따로 접시에 담아서 줬다. 국물 자체가 한강 라면처럼 조금 싱겁기는 하지만, 불닭 소스에 면을 찍어서 먹으면 먹을 만하다. 한국식 치킨도 있지만, 추천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아는 맛과는 조금 다르다.
첫날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도 또 갔는데, 서비스가 조금 아쉬웠다. 음식 메뉴도 잘 못 나오고, 한참 걸려서 나오는 등 문제가 많았다. 알고 보니 그날이 장이 열리는 날이라서 사람이 더 붐볐다고 한다. 서비스 때문에 구글 지도에 후기를 남기면서 별점을 얼마 줄지 고민이 많았는데, 결국은 5점 만점에 4점을 주었다. 언제 방문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혹시나 한국인 관광객이 미래에 오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한국어로도 후기를 남겨두었다.
2일 차 교육은 1일 차와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되었다. 선생님들께서는 “Simon Says”라고 불리는 미국 게임으로 몸을 좀 푸신 뒤에 수업을 시작하셨다. 선생님들께서 너무나도 즐겁게 활동에 참여하시는 것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많이 웃으시고, 즐겁게 참여하시는 모습이 정겹다. 활동을 진행한 이후에는 선생님들과 피드백 세션을 진행하는데, 강사님께서 PCP 방식, Positive Constructive Positive라는 샌드위치 방식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PCP 방식으로 이야기할 때 결국은 긍정적인 이야기로 대화가 마무리되기에 그런 것 같다. 선생님들께서 교육에서 하시는 모든 활동은 선생님들께서 학교에 돌아가서 다시 하셔야 하는 활동 들이기에, 피드백하는 과정까지 모두 직접 겪어보면서 배우는 것이 이 교육의 핵심이다.
선생님들께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시강을 준비하시고, 점심을 드시는 동안 우리 부서 직원들도 외부로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조금 거리가 있는 식당으로 가서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장사를 안 하신다. 결국은 수업 장소와 가까운 블레스 하베스트 이터리 (Bless-Harvest Eatery)라는 식당으로 돌아와서 식사했는데, 나시고랭이 참 맛있었다. 이후에도 점심은 이곳에서 자주 먹었는데, 치킨 모모라고 부리는 만두도 우리 만두 맛과 비슷하니 대체로 모든 메뉴가 괜찮다. 다른 식당에 비해서 깔끔하게 정돈도 되어있고, 해산물부터 면 요리까지 다양한 요리가 메뉴에 있어서 고르는 재미도 있다. 단점이라면 주문량이 많아지면 요리가 나오는 속도가 조금 늦어지고, 요리가 나오는 순서가 섞일 수도 있다. (특이하게 음료가 제일 먼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거의 마지막에 나온다.)
2일 차 교육도 마무리되어서 홈스테이로 돌아온 후 마우크르왓 시장 구경을 했는데, 관광객이 살만한 물건은 없다. 현지인들이 생활에 필요한 장을 보는 시장이라서 식재료, 공구, 옷 등을 파는 상점들이 주를 이룬다. 그나마 방문해 볼만한 곳은 Thrift Shop이라고 불리는 중고 옷 판매장인데, 잘 찾아보면 한국어가 적혀있는 옷들도 있고, 노스 페이스와 같은 브랜드 옷들도 널려 있다. 가장 좋은 점은 이 옷들이 주로 50 루피면 구매 가능하다는 점! 물론, 옷을 바로 입으면 안 되고 산 뒤에 깨끗이 세탁한 후에 입어야 한다고 직원들이 설명해 줬다.
크게 살 것이 없던 나는 저녁 장소인 라바니 카페로 일부 팀원들하고 빨리 이동해서 카페에 있는 우노 카드도 하고, 루도(Ludo)라고 불리는 보드게임을 하고, 젠가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이미 오후 7시다. 특히 루도는 인도에서 정말 유명한 전략 보드게임인데,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기까지 시간이 한참 걸린다. 하지만 그만큼 재미도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게임을 했다. 저녁을 먹고 와서도 MT 분위기같이 현지 직원들과 카드 게임도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이야기도 나누고, 농담도 주고받으면서, 정말 가깝게 친해졌다.
마지막 3일 차 교육, 우리 카페 건물에는 선생님들이 없다. 그래도 열여섯 명 정도의 선생님들은 계셨던 것 같은데, 두세 분의 선생님들만 계신다. 휴가 기간이랑 겹쳐서 못 오신 선생님이 꽤 있다고 한다. 결국 우리 건물에 있던 선생님들을 모시고 마을 회관으로 가서 수업을 계속했는데, 3일 차 수업의 시작인 자신이 아는 청소년을 소개하는 시간이었다. 한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아주 똑똑하고 철학적 호기심이 많은 조카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 우리도 들으면서 와 정말 똑똑한 애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기억이 있다. 이후에는 아동 보호에 대한 강의도 진행하고, 인도 아동 보호 번호인 1098번에 대한 소개도 진행했다.
시간이 잠시 비어서 마우크르왓에서 유명한 돌기둥들을 보러 갔는데, “마우크르왓 모노리스”라 불리는 이곳은 이전에 마을 이장님들이 모여서 회의하던 장소라고 한다. 탁 트인 공간이고 자연경관도 아름다워서 넋 놓고 잠시 바라봤던 것 같다. 돌기둥 지역까지는 가는 길은 많이 굽이졌는데, 절벽임에도 펜스가 없다. 제일 앞자리에 타서 그 광경을 보니, 겁이 조금은 났다.
이후 수업이 마무리되고, 돌아가는 길. 유명한 빵집이자 휴게소인 매리스 베이커리 앤 카페 (Mary's Bakery and Cafe)에 들러서 식사했다. 빵을 다른 곳에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드는 것이라서 특히 더 유명한데, 모든 빵의 품질이 좋다. 이미 여러 번 현장 방문을 했던 직원이 꼭 먹어야 한다고 추천하는 집이었다. 나는 달걀이 들어간 페이스트리를 먹었는데, 매우 만족스럽다. 삶은 달걀이 페이스트리 가운데에 있고, 양념된 양파와 야채가 들어있는데, 크루아상과 크로켓 그 중간쯤의 맛이다. 그리고 인도의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인 파니 푸리도 있길래 조금 먹었다. 파니 푸리는 튀긴 과자 안에 매시 포테이토와 기타 양념을 넣고, 라임 주스와 같은 액체에 담갔다가 먹는 간식인데, 새콤하니 괜찮다. 물론, 길거리 음식인 만큼 위생 수준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나는 먹고 나서 아프지는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밖에 서 있으니, 전기가 나갔다. 한 10초 정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있었는데, 휴대전화 플래시를 켤 생각도 못 하고 그냥 서 있었다. 다행히 전기가 돌아와서 우리도 이동을 시작했는데, 가는 길 내내 전기가 없거나 불이 켜진 곳이 없는 마을들이 꽤 있었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먼 길처럼 보이는 다리도 불 없이 건너고, 학생들도 휴대전화 플래시에만 의존해서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뿐이 안 들었다.
돌아오는 내내 마우크르왓의 선생님과 학생들을 인터뷰했던 내용들을 되새기면서 왔다. 분명히 선생님들은 가르치려는 의지가 있고, 자기 일에 대한 강한 사명감도 가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도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나 학교 건물과 같은 시설의 질이 제한적이다 보니,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구역 전체에 한두 곳 밖에 없던 학교가 몇 km마다 생겼다는 것은 이미 큰 발전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한 선생님께서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다. “의사나 엔지니어는 실수할 수도 있지만, 교사가 실수하면, 마을 한 세대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나도 동의한다. 교육의 중요성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미래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그렇기 위해서는 지금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아마 내가 하고자 하는 역할도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미래의 내 또래들이, 나의 다음 세대가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