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동거를 시작하다
올해 입양법이 개정되면서, 입양 전 아동을 임시로 위탁할 수 있는 임시양육결정 제도가 신설되었다. 예비 입양부모의 위탁 보호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그동안은 법에 근거한 절차가 아니었다. 앞으로는 공식적으로 운영되는 제도가 되었는데, 그로 인해 두 가지 큰 변화가 생겼다.
(1) 임시양육결정도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2)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은 양자가 될 '아동의 임시후견인'이 된다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제22조(임시양육결정)
시행 2025. 7. 19. 법률 제 20369호 2024. 2. 27. 타법개정 보건복지부(아동복지정책과)
① 가정법원은 제21조제1항에 따른 입양허가에 대한 청구가 있는 경우 입양허가를 청구한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임시양육결정을 할 수 있다.
② 가정법원은 제1항에 따라 임시양육결정 여부를 결정할 때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가사조사관에게 입양 동기, 양육능력 및 양육 환경 등에 관한 조사를 하도록 명할 수 있다.
③ 임시양육결정이 있는 경우 양부모가 되려는 사람은 양자가 될 아동의 임시후견인이 된다. 이 경우 양자가 될 아동에 대한 친권자의 친권행사는 정지된다.
④ 제1항에 따른 임시양육결정 신청에 대한 기각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⑤ 가정법원은 제1항에 따라 임시양육결정을 할 때 양자가 될 아동의 양육을 위하여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을 할 수 있다.
⑥ 제1항부터 제5항까지에서 규정한 사항 외에 임시양육결정의 신청 절차, 심리 및 결정, 임시양육에 관하여 필요한 처분 등에 필요한 사항은 대법원규칙으로 정한다.
우리 부부는 개정법 시행일 전에 아동위탁을 시작했다. 법원허가는 받지 않았지만, '임시후견인'으로 경정청구를 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긴 여정 끝에 (할 말은 많지만 여기서는 생략한다) 후견인 신고를 마쳤다. 내가 누군가의 후견인이 되었다 생각하니 괜히 어깨가 양옆으로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너의 후견인이
너는 우리의 동거인이 되었네.
전입신고도 했다. 아기 꼬꼬 이름을 등본 서류에서 확인한 순간, 우리의 관계는 '동거인' 한 단어로 정리되었다. 후견인과 동거인이 되었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어제도 오늘도 똑같은 일상을 함께했으니까. 그저 서류상으로만 달라졌을 뿐이라 여겼다.
큰 오산이었다. 아기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신청하러 동주민센터에 들렀다가 알게 되었다. 후견인이라서 가능한 일이 있고, 동거인이라서 신청할 수 있는 복지 혜택도 있다는 것을. 생각보다 탄탄한 우리나라의 복지 제도에 놀랐고, 더 놀라운 건 ‘대상자라도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 혜택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후견인으로서 내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아동이 누릴 수 있는 복지의 폭이 달라진다니. 몰랐던 제도를 하나씩 알아갈 때마다, 내가 가진 권한과 책임의 무게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행정 서류 속 한 줄의 이름이 이렇게 큰 의미를 지닐 줄 몰랐다. 법이 관계를 정의했지만, 진짜 관계는 매일의 시간 속에서 자라는 중이다. 오늘도 꼬꼬의 웃음을 보며, 후견인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감사히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