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너를 만나> 연재를 마칩니다
법원 1층에서 소지품 검사 기기를 보고 멈칫했다. TV에서 보던 광경을 눈앞에서 보니 낯설었다. 물 반입이 금지인 줄 모르고 챙겼던 물통을 맡기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널찍한 복도는 고요한 정적으로 가득 차있었다. 남편과 나는 조사실 앞 의자에 앉아 각자 스마트폰을 쳐다보며 작은 속삭임을 이어갔다.
- 조사실 내에서는 촬영, 녹취 등은 불가합니다
조사실 안 책상에 붙은 경고 문구에 긴장감이 더해졌다. 투명한 유리판을 사이에 두고 조사관과 마주했다. 그녀는 "저도 어느 법원에 가보니 긴장하지 말래도 괜히 긴장이 되더라고요" 라며 편안하게 임하면 된다고 말을 건네주었다. 다행히 카더라로 들었던 무시무시한 조사관은 아닌 듯싶었다.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과거 이야기부터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 입양 기관에서 상담받을 때 질의와 비슷했다. 지난 결혼 생활을 돌이켜 보며, 입양 후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고 두 시간 넘게 이야기를 마치고 나왔다. 1차 만남에 좋은 이상을 남겨서일까. 가정 방문으로 진행되는 2차 조사 역시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지막 단계인 심문 기일을 앞두고 생각날 때마다 법원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사건 번호와 당사자 이름을 넣으면 사건 현황을 조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양 사건 접수 이후, 법원 절차는 사건 접수(위탁 허가) - 심리 검사 - 가사 조사 1차(법원 출석) - 가사 조사 2차 (가정 방문) - 심문 기일까지 5단계로 이루어진다. (2025년 7월 국내입양특례법이 개정된 후로 위탁 역시 사건 접수와 동시에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가사 조사와 심문 기일 사이에 부부 상담 명령이 떨어지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내 경험상 각 단계마다 한 달가량 소요되는데, 상담 명령을 받으면 기한이 훨씬 길어진다.
한 달, 한 달, 그리고 또 한 달... 드디어 심문 기일이 확정되었다. 사건 접수를 시작한 지 여섯 달 만이다. 10월의 마지막 날, 우리는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후견인에서 부모로, 동거인에서 가족으로.
이 한 문장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시간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단단해졌다. 법의 절차를 밟아가는 동안, 마음은 이미 그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이제 절차의 끝을 넘어 마음이 먼저 도착해 있던 곳으로 걸어가려 한다.
* 지금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던 너를 만나> 연재를 사랑해 주신 모든 독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해피엔딩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이야기를 들고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만났다>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