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정박. 너에게는 엇박.
세상이 나에게 왜 이러나 싶을 때가 있어.
뭔가 타이밍이 하나도 맞지 않고, 주위 사람들과 말 그대로 엇박자가 날 때.
더러운 세상.
나에게만 힘겨운 세상.
그럴 땐 과장 봉지 하나 제대로 뜯어지지 않고, 컵라면 포장지는 아무리 손톱으로 긁어봐도 그 틈을 찾아볼 수가 없어.
세상과 사람도 나와 엇박자가 나는데, 이런 사소한 것들조차 나에게 등을 돌리다니.
그래서 나는 간혹 허공에 삿대질을 해대곤 해.
그래야 분이 풀리니까.
그러다 마음이 잠시 가라앉으면, 세상은 왜 이리 나와 엇박자가 날까를 생각해봐.
내가 바란 일은 일어나지 않고, 바라지 않은 일들은 득달같이 일어나고.
그저 같이 잘 지내면 될 텐데, 회사 사람들과 친구 그리고 가족들과는 왜 이리 삐걱이는지.
그런데 말이야.
엇박자는 다름 아닌 나라는 걸 깨닫고 말아.
무슨 말이냐면.
이 세상은 누구나 저마다의 정박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거야.
나에게 내 박자와 리듬은 '정박'이거든.
나에겐 내가 맞는 거야.
그러다, 그 정박들이 모이면 엇박이 되는 거지.
내게는 정박이지만, 네게는 엇박이거든.
이 엇박은 참으로 시끄러워.
내 삶을 괴롭히는 소음이 되고 말지.
그런데, 어떤 엇박자는 멋지고 아름답게 들릴 때가 있어.
음악이란 게 그렇잖아.
음표와 음표의 이동, 엇박자의 모임이 음악이듯이.
삶의 엇박자 속에,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이 숨어 있을 거야.
인생은 어차피 엇박자야.
정박으로만 살아가려면 그건 너무 고단할 거야.
엇박에서 오는 갈등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면, 생각보다 삶은 좀 더 흥미진진해질 거야.
엇박이라고 귀를 막기보단 그 리듬을 한번 음미해봐.
그 어떤 공명이 일어나 나를 아주 힘들게 할 수도 있지만,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를 볼 수도 있게 될지도 몰라.
나에겐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 따윈 없어.
아주 행복한 일이든, 아니면 그 반대이든 말이야.
인생 뭐 있겠어?
그저 그렇게 엇박자인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