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많이 사랑해
내가 많이 사랑해 - 20210611
사랑해라는 말은 무겁고 어색하다. 딱히 쓸 일이 없다고 여겨지기도 하고, 막상 써야 할 때는 망설이느라 타이밍을 놓친다.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있는데, 사랑한다는 말은 전하기 어렵다. 지금껏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단 한 명, 예외적인 인물이 생겼다. 바로 나 자신이다.
처음부터 사랑해라는 말을 손에 달고 살지는 않았다. 그저 어느 순간부터 일기의 끝자락에 사랑한다는 말이 붙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좋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기 시작한 때이자, 실제로 좋아하게 된 순간이었을 테고, 내뱉었기에 실현된 소망의 시작점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애정으로 가득한, 말 그대로 사랑스러운 단어이다. 그래서 좋아한다. 다만 남에게 전하고자 하는 용기는 없어서 나에게 들려줬는데, 생각보다 편했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같다는 건 아주 작은 거리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남에게 말을 걸듯이 전하는 방식이 어색할지는 몰라도, 익숙해진 후에는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 듣고 싶은 말을 하면 되고,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면 되는 이러한 방식은 사랑 고백을 하기에도 아주 걸맞은 자리였다.
다이어리를 적기 시작하면서 나름의 꾸밈도 같이 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빈 공간을 채우고자 하는 것이었다. 물론 스티커와 같은 꾸밈 도구를 사용해도 되었지만, 은근히 어울리는 것을 찾지 못하여 직접 그리는 때가 더 많았다. 혹은 글 한 줄을 더 써넣기도 했다. 내가 많이 사랑해라는 짧은 문장과, 반짝이는 효과를 손으로 그려 넣어 채운 다이어리는 그 미숙함이 마음에 든 상태로 기록된다.
몇 년간 적힌 사랑해 라는 말이 나를 이루고 있다. 너무 많이 사용하여 그 뜻이 약해졌냐 하면, 분명 아닐 것이다. 사랑은 그저 사랑이기에, 몇 번을 내뱉어도 사랑으로 남는다. 하물며 내가 나에게 주는 사랑인데, 변해봤자 얼마나 변하겠는가. 익숙해진 모든 것이 소중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 매번 들어도 좋은 말은 매번 하게 될 뿐이다.
남에게 할 수 없어 나에게 들려준 사랑해는 이제 남에게 하지 않고 나에게 들려줄 이유를 만들었다. 특별하지 않아도, 필요하지 않아도 평범하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일기장 속 적힌 여럿의 사랑을 기억하고, 그로부터 사랑을 받아 자라날 것이다. 응원이자 바람이며 진실인 사랑해는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