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 AI의 실효성과 한계,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핵심 지점
“계약 검토도 이제 AI가 다 해주는 거 아니에요?”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이 질문을 정말 자주 듣습니다.
특히 조직 안에서 새로운 기술 도입에 관심 있는 구성원들,
또는, 법에 대해 잘 모르는 비전공자 분들일수록
‘계약 검토는 곧 자동화될 업무’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이 질문에 답하곤 합니다.
‘될 수도 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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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검토는 자동화를 위한 최적의 후보입니다
계약 검토 업무는 사실상 AI가 도입되기에
가장 먼저 타깃이 되는 분야입니다.
반복적이고, 텍스트 기반이며,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니까요.
실제로도 요즘 계약 검토용 AI 도구들은 꽤나 강력해졌습니다.
특정 키워드를 찾아준다든지, 손해배상이나 해지 조항처럼
위험이 큰 항목을 자동으로 표시해주는 기능은
이미 실무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저도 계약서 비교나, 특정 조항의 누락 여부 점검은 AI의 도움을 받아 더 빠르게 처리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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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아직 ‘완전 자동화’라고 말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계약서라는 문서는 ‘글자의 조합’이 아니라 ‘맥락의 집합체’이기 때문입니다.
이 계약이 왜 체결되는지,
어떤 배경에서 어떤 협상이 있었는지,
상대방은 어떤 유형의 회사이고,
우리 내부 지침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
텍스트 너머에 존재하는 수많은 맥락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동일한 손해배상 조항이라도
국내 업체와의 거래인지,
해외 파트너와의 거래인지에 따라
해석과 대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해당 조항이 협상 가능한지 여부도
사내변호사의 전략적 판단이 개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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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검토는 ‘리스크 분석’을 넘어서 ‘전략적 해석’의 영역입니다
계약 검토는 종종 계약 자체보다 그 계약이 만들어낼 후속 협업과 리스크를 바라보는 역할을 합니다.
단순히 문장을 잘 고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계약이 조직에 어떤 영향을 줄지,
향후 어떤 변수가 생길지까지 감안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은 아직 AI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문장을 읽는 건 AI도 할 수 있지만,
그 문장의 ‘의미’를 해석하고,
조직의 리스크를 분석하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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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자동화란, 사람이 빠지는 게 아니라 사람이 더 잘하게 되는 것
결국 계약 검토는 사라지는 업무가 아니라
“바뀌는 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AI가 초안을 잡고, 반복적인 내용을 정리해주는
기본적인 역할을 맡고,
그 위에서 사내변호사는 전략과 해석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
이것이 바로 진짜 자동화입니다.
사람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잘하기 위해 AI가 도와주는 것.
그런 구조로 계약 검토도 점점 진화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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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요즘은 “어떻게 줄일까?”보다는 “어떻게 더 잘 볼까?”를 고민합니다
AI 도구 덕분에 리스크 필터링 속도는 빨라졌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건
이 계약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전제와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체결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입니다.
그것은 결국, 사내변호사의 역할이자 책임입니다.
계약 검토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는 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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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Ep. 12. 데이터로 말하는 법무팀이 되는 법
- 법무 성과를 수치화하는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