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 성과를 수치화하는 전략
“법무팀은 무슨 성과를 내요?”
사내에서 법무팀의 존재 이유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누군가는 농담처럼, 누군가는 진심으로 묻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건 저를 포함한 많은 법무팀 실무자들이
늘 겪는 고민이기도 합니다.
리스크를 막아낸 것도, 실수를 바로잡은 것도 결국 ‘문제가 없게 만든 일’이기에
그 자체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
문제는 ‘안 보이는 성과’입니다
법무팀은 본질적으로 문제를 예방하는 부서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예방하면 할수록 티가 나지 않습니다.
법무팀 뿐만 아니라 많은 서포트 부서들의 숙명이지요.
“아무 일도 안 일어나게” 만든 것이 목표인데,
그게 일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아이러니.
예를 들어, 계약서 검토를 통해 큰 리스크를 막아낸 경우
계약이 체결되었고, 아무 사고도 없었다면
그 기여가 조직에 인식되긴 어렵습니다.
법무팀의 노력은 늘 ‘비가시적 성과’로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
그래서 우리는 데이터를 말해야 합니다
결국 저는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말로 설명하지 못할 성과는, 수치로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하나씩 지표를 만들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시스템상 쉽게 모을 수 있는 지표도 있지만, 아직 모으는 방법을 고민하는 지표도 있습니다.
월간 자문 요청 건수
계약 검토 건수
계약서별 평균 처리 시간
계약서 누락률
분쟁 발생률
분쟁 대비 대응률
자문 후 비즈니스 이슈 재발률
이런 것들을 꾸준히 모아두면
단순히 일의 양뿐 아니라 ‘질’의 변화도 설명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최근 분쟁률이 감소했는데, 이는 3개월 전부터 고위험 계약에 대한 리스크 필터링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같은 분석이 가능합니다.
⸻
숫자가 생기면, 전략이 생깁니다
재미있는 건, 숫자가 생기면
법무팀의 업무가 더 이상 막연한 ‘법률 지원’이 아니게 된다는 점입니다.
수치로 법무팀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으면, 전략적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지금은 월평균 계약 검토 50건인데, AI 도입 후 80건으로 늘었습니다.”
“중요 계약에서 누락되는 사안이 매달 평균 2건인데, 이것을 줄이기 위해 교육이나 체크리스트를 준비했습니다.”
이런 식의 보고가 들어가면,
더 이상 법무팀은 ‘필요할 때 부르는 부서’가 아니라
비즈니스 운영의 안전을 지켜주는 전략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
데이터는 법무팀을 '조직 언어'에 참여시켜 줍니다
조직에서 숫자와 데이터는 공통 언어입니다.
기획팀도, 재무팀도, 마케팅도, 모두 수치로 이야기합니다.
법무팀만 여전히 “이건 위험한 것 같아요”,
“과거에 이런 문제가 있었어요”라고만 이야기하면
전략 대화에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법무도
“이런 리스크가 연평균 몇 건 발생했고, 이건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법무는 조직의 전략 회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
결국, 우리는 ‘보이지 않는 일’을 수치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모든 법무 업무를 수치화할 수는 없습니다.
계약 하나를 검토하는 데 들어간 전략적 판단,
조심스러운 표현 조정, 협상의 온도조절 같은 건 숫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런 업무들조차
‘수치화할 수 없는 부분과 수치화할 수 있는 부분’을 분리해 놓으면
법무팀의 일 전체가 더 잘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AI로 반복 업무를 줄이는 동시에,
우리 팀이 만든 성과를 차곡차곡 ‘보이는 언어’로 정리하기 위한 고민을 합니다.
⸻
다음화 예고
Ep.13. 보고는 잘 말하는 게 아니다
— 구조화된 커뮤니케이션 | 리걸 브리핑, 이슈 보고, 경영진 설득을 위한 틀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