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계획서, 원고쓰기, 투고, 계약, 그리고 앞으로의 기록
흔한 직장인,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다
변호사가 흔한 세상입니다.
저도 그 흔한 변호사 중 한 명입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도 아니고, 특별히 화려한 경력을 가진 것도 아닌, 그냥 ‘직장인 1’에 불과한 사람입니다.
그런 제가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팔로어도 없는 채, 그저 방구석에서 혼자 시작한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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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출판 준비 — 시장 조사부터 출판계획서까지
글을 시작하기 전에 시장조사부터 했습니다. 유튜브에 책 투고방법등도 검색해서 출판관계자들 유튜브 영상, 그리고 출간작가분들의 브런치 글들도 많이 읽어봤습니다. 그래서 쉬운일이 아니라는 걸 미리 알고 시작했습니다.
100명이 투고하면 그 중에 1명이 회신을 받을까 말까 하다는 기획출판 시장에 대한 설명도 알고 있었습니다. 자비출판을 할 수 도 있고, 온라인 출판, POD주문출판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이야기들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사의 판단을 받아 정식출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먼저 타겟을 정해봤습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나보다 훨씬 훌륭한 변호사님들에게 무슨 조언을 할 수 있을까. 자신감은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직장인들은 많을 것 같았습니다. 저처럼 일하다 막히는 순간마다 책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을 것 같았고, 그런 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쓰기 전에 출판계획서부터 직접 만들었습니다. 출판사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책을 내본 친구도 하나 없으니, 유튜브를 참고해서 제목, 부제, 타겟 독자, 유사 도서 비교까지 한 번 정리해봤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이 책도 출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이 조금은 생기긴 했습니다. 많은 작가분들이 이런 마음으로 시작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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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 자료의 바다에서 길을 찾기까지
그다음엔 본격적으로 자료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자료가 너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풍부한 정보가 든든한 자산처럼 느껴졌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오히려 방향이 막막해졌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자꾸 뒤로 밀리고, 쌓인 자료들 속에서 현실과 생각을 어떻게 엮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업무에서는 늘 빠르게 정보를 찾아 정리하는 데 익숙한 편인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분명 정리할 능력은 있는데,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 그 ‘방향’이 서지 않으니 자료만 나열된 채 맴돌았습니다.
‘이게 정말 누군가에게 필요한 이야기일까?’, ‘그저 내 개인적인 경험에 그치는 건 아닐까?’ 이런 고민들이 따라붙었습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맞는지, 이 주제가 보편적인 울림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들을 붙잡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면서 방향을 조금씩 좁혀갔습니다.
그렇게 수차례 고치고 다듬은 끝에, 드디어 초고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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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그리고 ‘연결’의 힘
초고가 완성되자, 이제는 투고할 차례였습니다. 제가 ‘유사 도서’라고 생각한 책들을 출간한 출판사 5군데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그 중 한 곳에서 바로 연락이 왔습니다. 그 출판사는 변호사들이 좋아할 만한 책을 많이 냈지만, 제 책보다는 무게감이 있는 쪽이라 방향성이 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좀 더 가볍고 실용적인 책을 지향했거든요. 그래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투고사실은 널리 알리는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투고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자, 뜻밖에도 출판사를 운영하거나 연결해줄 수 있는 분들이 생겼습니다. 소개받은 두 군데에는 전체 원고를 보내게 되었고, 두 군데 모두 출판 의사를 밝혀주셨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력 분야가 책의 방향성과 잘 맞지 않는다고 느껴,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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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작가라면, 전체 원고부터
돌이켜보면, 아무래도 초반에 보냈던 원고투고는 샘플원고만 보내서 연락이 없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자신감을 가지고 전체 원고를 들고 투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초보작가라면 전체원고가 완성된 이후에 투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출판사에서 다시 연락이 왔고, 이번엔 제가 생각했던 방향성과 가장 잘 맞는 곳과 계약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책의 방향성에 대해서 제가 생각하고 있던 내용들을 A4 두 장 가득 정리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작가의 생각이 명확할 수록 출판사 입장에서도 작업이 훨씬 수월해지는 것 같긴 합니다.
아무래도 책의 내용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작가 자신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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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수정 —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협업
원고를 다듬는 과정에서 legal tech와 AI 업계에 대한 사실 관계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빠른 기술 발전 덕분에 수정할 곳이 계속 생기더군요. 이 부분은 업계 관계자분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연락을 드렸더니 흔쾌히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책에 좀 더 정확하고 풍부한 내용을 담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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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니라 시작
이제 곧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책이 출간된 후엔 이 내용은 잊힐까봐, 기억이 생생할 때 미리 써둡니다.
이 책을 쓰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글을 쓰면 쓸수록, 내 지식과 사유의 부족함을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는 왜 책을 쓸 땐 이 생각이 안 들었을까, 이런 관점은 왜 놓쳤을까 하는 아쉬움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써볼 생각입니다.
생존 전략은, 계속 진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