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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갈 때 가야지 5년도 늦다

결혼이 필수는 아니지만, 할 거라면 빨리 하는 게 좋다

by 마르쉘


"남들보다 한 5~6년 늦게 한다고 해서 뭐가 그리 크게 늦을라고?"


내 나이 20대 후반...

스물여섯인가... 여덟인가...


동네 친구 놈들 중에는 벌써 장가를 간다는 놈들이 두엇 놈 나타나기 시작했었다.


"가라 그러지 뭐.."


난 청춘을 더 누리고 싶고 아직 결혼의 '기역'자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나는...

결혼.....이라는 걸...

정말 어른이 돼서야 만...

영혼적으로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그때가 돼서야 만...

그때 가서 비로소 슬슬 생각을 해 볼만한 것이 아닐까?라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결혼을 하다]에 대한 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20대의 나이가 꽉꽉 차가고 이윽고 20대의 나이가 다 지나갈 때 까지도

결혼에 대하여 생각해보지 않았고 결혼은 꼭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결혼을 슬슬 준비해야 하는

나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300여 명의 전체 직원들 평균나이 26세~27세...

늘 젊고 후레시한 사람들과 함께 활달하고 명랑하게 일을 하고 있고, 한 사무실 내에 남직원과 여직원의

성비율도 거의 각각 50퍼센트 정도여서 그런지 몰라도 업무를 보면서도 분위기도 참 좋고 항상 웃음 넘치고 카페 분위기 같은 사무실이며 근무 환경도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던 그런 곳에서 함께 어우러저 있다 보면 나의 나이가 까딱하면 완전한 노총각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잘 느낄 수 없었던 것도 아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 두어도 되었다.


훗날...

아주 나~~ 중에 내가 '서른여덟이라는 나이에 느지막하게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예전 그때 생각은 '참 어리석은 어리숙한 생각'이었다고 한탄을 하게 될 때까지 말이다.


한마디로!

결혼할 생각을 하지도 못할 정도의 그 좋은 시절은 그저...

그저.....'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 그런 것이었다.


흔히들 말하길..

철없을 때 결혼하고...

철없을 때 애 낳고 하는 게...

나중엔 좋다고 하는데..

나는 도대체 어떠한 '철'이 없었다는 것인지 결혼 생각을 무작정 많이 미뤘던 것 같다.


20대 나이의 시간이 흘러가고 내 나이 딱 '서른'이 되던 해에는..

서른셋!

그래... 내 후년 '서른셋' 정도 되면 '결혼'이라는 걸 나도 슬슬 생각해 봐도 되겠다.....싶 었's.. 었다.


그때...

그런 생각이나마 잠시 들었던 이유?


"있다!"


나는 웹마케팅팀의 웹디자이너.

그녀는 넷피스팀(국내 최초로 인터넷으로 모든 사무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인터넷 기반 업무 환경을 개발한

사업팀)의 수석 웹디자이너.

그녀 이름은 '황ㅇ원'

업무상... 일찍 출근을 하면 저쪽 파티션 너머 넷피스팀에 벌써 출근해 있었던... 수석 디자이너 '황ㅇ원'.


9시가 되어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까지는 아침 일찍 사무실에는 우리 둘만 있는 날이 많았고...

계속.. 날마다 출근 1등 2등을 다투었고...

같이 아침 샌드위치를 먹게 되고...

썸을 타게 되고...

그랬던 때가 있기는 했다.

그때가 결혼을 아주아주 잠시 꿈꾸던 때라고 해두자.


그리고는 But.

그때부터 바빴다.

너~무 바빴다.


30대의 나이에 나는... 내내~ 일에 너무 치었다.

그 때문인지 황ㅇㅇ, 그녀도 흐지부지....

어쩌면 나이차 때문인지도 모르지만(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났었다)

수더분하고 괜찮았던 웹디자이너 처자와도 오래가지 못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이제는 자력(?)으로는 힘들어진 나이로 접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가끔 아버지 친구분의 소개로 교육청 공무원이었던 어떤 아가씨를 만나보기는 했지만

결국 이어지지는 않았고..

2년이 지난 후에, 그때 그 아가씨를 또 만나라 해서 또 보고..

그래도 또 아닌 것 같아서 그만하고...

그러다가 아래아 한글동호회의 나보다 어린 젊은 회장의 소개로 간호사였던 그분 아내분의 동료인

지금의 와이프를 만났다.


늦은 나이인 만큼 신혼물 뚝뚝 떨어지는 애절한(?) 기간은 적었고

큰 애는 많이.., 둘째는 제법...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두 딸을 낳고 나도 와이프도 이제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요즘 들어 친구들 동창들의 장성한 아들 딸들의 결혼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아주 오래전에는, "남들보다 한 5~6년 늦게 한다고 해서 뭐가 그리 크게 늦을라고?" 했었는데...

안 그래도 요새는 가끔씩 생각은 하게 되지만 요즘 또다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결혼을 진짜... 참... 늦게 하긴 했구나...."


나는... 큰 딸이 이제 스물...

내가 많이 늦다는 것을 요즘 와서 정말 많이 느낀다.


'빨리 결혼할 것을...'


'뭐 하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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