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님이 '나 혼자 컨디션' 중
버스를 탔다.
요즘 들어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많이 타게 된다.
'운전하지 않아도 됨'의 편안함이 있어서 좋다.
흩뿌리는 정도의 부슬비인 것 같아서 우산은 펼치지 않고 그냥 접어들고
마침 버스 정류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별내역으로 가는 남양주 '땡큐 30번' 버스를 향해
덤~벙 덤~벙 뛰었다.
버스 앞문을 올라서자마자 내 얼굴 피부의 모든 땀구멍과 모공들이
버스 안의 공기가 너무 후텁하고 습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이 버스...
냉방을 하지 않는 채로 운행을 하고 있었다.
"여름인데 에어컨을 안 틀어주네..." 생각하며 빈자리에 앉아서 버스의 흔들림 따라서 터덜터덜 가고 있는데...
계속 덥고 습하다.
고개를 돌려 옆 뒤에 앉은 승객들을 보았다.
전부~ 무표정..
"나만 더운가? 다들 안 더운가?"
나의 새로 장만한 이 최신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날씨로 이 지역 현재 날씨를 검색..
날씨 비... 현재기온 23도...
습기 찬 꿉꿉한 버스 내부.
적당히 들어 찬 버스 승객.
밀폐된 공간.
외부는 23도지만 버스 내부의 온도는 아마도 28도 정도는 되었지 않을까 싶었다.
"덥고 습한데 왜 다들 가만히 있지? 누가 좀 에어컨 틀어달라고 말 안 하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 5분 정도 지나갔나?
승객 중에 아무도 아무 말을 않고 아직까지 다들 잠자코 앉아 있다.
진짜 안 더운 건가? 나만 더워하는 건가?
아냐.. 버스가 좀 더운 거는 맞다.
버스가 안 더워도 내가 더워서 안 되겠다 싶었다.
내가 승객들 대신 총대를 메기라도 한 듯이 기사를 향해 말을 했다.
아니, 말을 던져버렸다.
내가...
짜증이 나고 있었나 보다.
왜냐하면,
운전석 부스는 아크릴박스 형태로 사방을 막아져 있었는데...
운전기사는 옆 창문을 반쯤 열고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에!!
즉, 운전기사 본인은 바람이 좀 들어와서 덥지 않았겠지... 싶어서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나는...
"기사님~ 에어컨 좀 들어주세요"라고 말한다는 것을...
"기사님!!! 에어컨 안 트세요? 좀 틀어주시죠????"라고 했다.
누가 들어도 시비조의 말투였다.
내가 원래 이렇게 말을 전투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닌데...
내가 이상해진건가?
하긴...
요 몇 년 새 내가 화가 많이 차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나 보다 확실하게 나이 더 많아 보이는 기사분.
위 쪽에 달린 대형 룸미러를 통해 이 쪽을 쏘아 쳐다본다.
마치, 궁예가 "누가... 틀어주시죠.. 소리를 내었느냔 말이다" 하는 듯이 ~!!
나는 바로 "앗차!" 싶었다.
동시에 기사님이 브레이크를 잡더니 속도를 줄인다.
버스를 세운다.
기사님은...
"젊은 사람이 말이야, 말을 그 따위로 밖에 못하느냐"라고 금방이라도 차 세우고 운전석에서 일어날 기세다.
순간 나는, 이 순간을 어찌 '모면' '대처'할지를 빨리 생각해내야 한다고 머릿속에서 지진이 일어나는데...
'스륵~'
버스 앞 문이 열렸다.
우리 노친네 나이 정도 되어 보이시는 아주머니가 무릎을 힘들어하면서 버스에 올랐다.
"어매! 아유~ 아저씨~~ 에어컨도 안 틀었나 베~~
더워요~~ 아! 안 더웅가? 에어컨 좀 틀어줘요~ 더워 죽갔는디.. 구시렁구시렁..."
곧...
버스에 에어컨 바람이 시원하게 들어왔다.
"아! 죄송합니다 잠깐 껐다가 켠다는 걸... 까먹었어요~~ 죄송합니다~~"
나는 목소리가 작아서, 가끔 상대방이 잘 못 들을 때가 있는데 기사님은 아까 내가 한 말을 못 들은 것 같다.
그냥 나는 혼자 '독백'을 한 꼴.
나는 버스에서 내리기 전에 아까보다 큰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 버스를 내렸다.
기사분이 이번엔 꼭 똑똑히 잘 들었을 것 같다.
몽촌토성역 (올림픽공원) 가는 8호선 지하철 안...
에어컨이 너무 빵빵하다.
지하철 열차 안이 너무 춥다.
나의 목적지,
몽촌토성역에 내리면 '호떡집'이 있어서 겨울이 기다려지고
'스타벅스 몽촌토성'은 늘 나를 유혹한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하나 주세요~ 마시고 갈 거예요"
역시 커피는 뜨건 커피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