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도 막지 못한 긍정의 마음
난 거미줄이 싫어요.
상당히 싫어요.
광복절 연휴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월요일 출근길.
지하주차장에서 1층 사무실로 올라가는
내 발걸음이 멈칫했죠.
아~ 이 놈의 거미줄.
피부에 닿는 순간,
내가 마치 날파리가 된 듯
필사적으로 두 팔을 휘저었어요.
그때 문득 생각했죠.
날파리와 나, 뭐가 다를까?
둘 다 발버둥은 치지만
결정적 차이는,
나는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
심지어 마음만 먹으면
줄을 친 거미의 생도 끝낼 수 있다는 것.
즉, 내 의지로 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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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마음이 가는 길에도
거미줄이 가득한 계절이 있더군요
그 시간엔
걸음을 멈추어 감정을 피해도 보고,
허우적대다 겨우 빠져나오기도 하고,
때론 감정을 밟아버리고 싶은
분노를 누르기도 했죠.
결국엔,
내 안의 긍정이 부정을 걷어내고,
나는 다시 뚜벅뚜벅 걸음을 옮깁니다.
거미줄이 접착력을 잃게 되는
그 계절 겨울을 향해서.
물론, 거미줄의 시간, 여름은 또 오겠죠.
그 순간 또한 나의 사계이니 더 성장하는 기회일 뿐, 날 삼키진 못할 겁니다.
내가,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파리가 아닌 게 너무 감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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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있잖아요~
거미줄 같이 나를 괴롭히는
부정의 감정들이 내가 숨 쉬는 한
다스리고 토닥거리며 같이 동행해야 하는
또 다른 나란 걸 알지만,
그래서 매번 마음을 다잡게 되지만,
반응할수록 더욱 날뛰는 감정의 칼춤이
무섭고, 버겁고, 힘들고, 아픕니다.
늘 한결같이.
평생 같이 가야 한다니 그 녀석들은 100미터 앞에서 먼저 갔으면 좋겠어요.
긍정의 마음이 전하는 솔직한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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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긍정이 왜 긍정이겠어요
나는 희망하고 또 믿어봅니다.
어떤 순간이 와도
나와, 나를 감싸는 마음들이
나를 지켜나갈 것이며,
결정적인 순간엔 늘 그랬듯이
운까지도 나와 함께 할 거란 걸.
그리고 이건 나만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란 걸요.
같이 가봐요!
긍정이 긍정했다 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