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갈수록 나아지니까
나는 철학이 어렵다.
그래서 잘 모른다.
학창 시절
성선설과 성악설을 배웠을 때,
아무 근거도 없이
성선설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착한 게 나쁜 것보다 좋으니까.’
세월이 흐른 지금.
그때 단순무식했던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여전히 사람의 본성은 선하다고
믿고 싶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순자의 ‘성악설’에는 크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솔직히 말해
철학자 순자 선생님보다
<나는 솔로>의 순자가 더 익숙하다.
가끔 시청하다 보면
남성 출연자로 빙의해서
'짜장면은 첫인상 선택 이후로는 안 먹을 자신 있다'며 혼자 뿌듯해한다.(죄송요)
얘기가 옆길로 샜지만
어쨌든,
나는 성악설에 동의한다.
타인의 본성은 잘 모르겠고
적어도 나만큼은 그렇다.
내 안에는
욕심, 이기심, 아집 등
무수히 많은 ‘악’의 범주들이 산다.
측은지심은 분명 ‘선’에 가깝지만
그 선한 행동마저도 돌이켜 보면
내 마음 편하려고 하는 이기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삶이 조금 달라졌고,
세상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어떤 조언, 어떤 정보, 어떤 교육도
결국 다 받아들이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스스로 가슴을 쓰다듬으며 이렇게 칭찬한다.
성악설에 따르면 나는 원래 본성이 악한데,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얼마나 대견한가.
모니터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생각한다.
‘중후해진 얼굴만큼
마음도 조금은 무르익었구나.'
그리고 다짐한다.
“내 마음의 곡간부터 채우자.”
오늘도 마음의 곳간을 조금 더 채우려
노력해 본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