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1: 실종된 천사들
한국유업 광고 촬영 현장
플래시가 번쩍인다. 붐 마이크와
카메라가
김한국을 둘러싼다.
50대 초반의 한국유업대표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카메라를 응시한다.
김한국은 약속을 상징하는
새끼손가락을 보여주며,
미소 짓는다
“한국유업은 약속입니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아이들과 국민과의 소중한 약속.”
유기농 우유, 아이들의 웃음,
광고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약속의 손짓(새끼손가락)을 강조한다.
어느 고속도로
천사유치원 버스 주행 중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새어 나온다.
교사
“다들 안전벨트 했죠?
오늘은 캠핑이에요~!
캠핑할 때 주의 사항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 있나요?
아이들
“네~"
여러 가지 캠핑 주의사항에
대하여 너도 나도 말한다.
'끼리이익!'
버스가 급브레이크를 밟아 멈추고
검은 승합차가 버스 앞을 가로막는다.
괴물 가면을 쓴 인물 5명이 하차한다
뱀파이어, 엘프, 오크, 펌킨헤드, 고스트.
가면과 방독면이 교차되며
아이들과 대비된다.
창문이 깨진다.
수면가스가 투입된다.
이곳저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수면가스가 가득한 버스 안에서
마지막으로 의식이 있는 교사는
범인 중 누군가를 안다는 듯
말한다.
“어… 다… 당신은… 당신이 왜…”
ABS 뉴스센터의 앵커
“오늘 낮, 천사유치원의 캠핑 버스가
괴한들에 의해 공격받았습니다.
아직까지 아이 20명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속보 자막
“실종된 아이들, 경찰 전면 수사 착수
아이들 명단 발표”
경찰청 상황실에
50대 후반의 베테랑 형사의
느낌이 가득한
박반장이 등장한다.
“미쳤군... 뭐야 이 새끼들...
대한민국이 CCTV 천국인 걸
모르는 건가?
이 정도면 군대가 온 거 아냐?”
피곤하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오랜만이네, 이런 납치 사건은…”
ABS방송국으로 흰 봉투가 도착한다.
봉투의 내용물은
USB와 납치된 아이들의
사진이다.
사진 위로 '8시 생방'이라는
네 글자가 써져 있다.
뒤늦게 방송국장이
내려와서 흰 봉투를 둘러싸고
회의를 하고 있는 직원들 사이로
몸을 욱여넣는다.
방송국장의 의미심장한 태도
“진행시켜.”
8시 ABS 뉴스 생방송 – LIVE
화면 전환이 되며
딥페이크 기술로 얼굴에
몬스터 가면을 쓴 5인의
납치범들이 있다.
영상에는 뱀파이어 가면을
쓰고 있는 의자에 앉아있는
남자와 그들을 둘러싼 4인의
몬스터 가면을 쓴 인물이 있다.
“자, 기다렸죠? 우리를?
아니, 이 심심한 대한민국에
쇼킹한 사건을?
그래서 저희가 왔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잠시 빌렸습니다.
식상하게 말 길게 하지 않겠습니다.
핵심만 딱! 딱! 딱!
1. 아이들은 안전하다.
2.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면
아이들을 보내준다.
3. 들어주지 않으면 결과는
정해져 있다. 쉽죠?
첫 번째 요청은 간단합니다.
손가락과 약속을 강조한
광고 속 김한국을 가리키며
"김한국! 당신의 새끼손가락을
24시간 안에 자르면
아이 셋을 돌려보내겠습니다.
왜 이런 요구를 하냐고요?
당신은 아주, 아주 나쁜 놈이니까요."
신문과 잡지를 펄럭이며,
김한국의 각종 비리 기사를
카메라 정면에 보여주며,
"아휴 많기도 하다. 많기도 해.
마약, 병역비리, 갑질에 탈세까지...
선택하세요. 간단하죠?”
영상의 마지막 장면은
납치된 아이들 20명이
커다란 창고에 앉아
서로 장난치고 웃으며
한국유업 제품을 먹는다.
돌려보내기로 한
3명의 아이들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클로즈업된다.
다음날 김한국의 사무실
“방법이 없나?
이 새끼들 뭐야! 전혀 몰라?”
비서는 연신 고개를 엎드려며
“죄송합니다. 전혀…
저희가 최근 문제가 된
사건들이 너무 많아서…
그리고... 대표님, 여론이...
‘김한국 손가락’이
연관검색어 1위입니다.”
김한국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다른 요구는 없어? 경찰은 뭐래?
이 자식들...
왜 돈이 아니라 손가락을...?”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어두운 밤
경찰들은 도심 외곽의
한 공장을 급습한다.
내부는 텅 빈 창고였다.
경찰들은 빈 창고를
두리번거리고 있고
박반장은 담배를 물며
창고 내부로 들어온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없겠지. 당연히 여긴 아니지...
제보자의 신원은 확인했나?”
“네… 확인 불가랍니다.
어떡하죠?”
박반장은 담배를 발로 비벼 끄며
“어떡하긴… 다음 단계를 잡아야지.
이건 살인이 아닌 납치잖아?
납치를 했다는 것은
요구할 것이 있다는 거지.
기다려보자고…”
김한국은 자택 거실에서
지난 생방송을 다시 보고 있다.
잠옷을 입은 아내가
거실로 나오면서
“결정한 거예요?”
김한국은 묘한 미소를 짓는다.
커다란 거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조용한 목소리로
“이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될 거야...”
김한국의 시선은 거실의
가족사진으로 향했다.
"큰 놈은 뭐 해?”
“뭘 하긴요… 저지른 게 있으니
한국엔 오지도 말라했죠.
그보다 세금 문제가 더 커요.
원산지 표기 위반에,
함량 표기도 그렇고…”
“신경 쓸 것도 없어.
냄비의 민족이잖아 우린
빨리 끓고, 빨리 식지...”
다음날 저녁 8시
ABS전국 생방송에
김한국은 붕대를 감은
손으로 스튜디오에 입장한다.
방송국 카메라를 보며
"자 여기 너희들이 원했던
나의 새끼손가락이다."
속보 자막
“아이 3명 무사히
집 근처에서 발견됨.
매우 건강한 상태로 보임...”
부모와 아이들이 만나는 장면.
감격적인 분위기가
전국의 TV에 나온다.
아이들 집 주변의 검은 차량에는
한 남자가 휴대폰으로
전국 생방송을 보고 있다.
고스트
“대단해.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모든 게 예상대로야…”
전국의 모든 방송은
ABS뉴스만 나오는 것 같다.
“아이 셋 무사히 발견.
김한국 대표, ‘국민의 손가락’
‘약속의 손가락’으로 불려.”
SNS 실시간 반응:
“#김한국의 결단”
“#아이 살렸다”
“#영웅탄생”
“#약속의 손가락”
납치범들의 창고 안
별도의 사무실에서
뱀파이어와 엘프는
뉴스를 보고 있다.
사무실에 있는
창문 너머로
펌킨헤드와 오크는
아이들과 장난치며 논다.
보던 뉴스를 끄고
“시작이 좋아. 이제 개떼처럼
달려들겠지...”
다른 태블릿을 집는다.
태블릿에는
국회에서 삿대질하며
고함을 치고 있는
여당 의원 김영수가 있다.
뱀파이어는
태블릿영상 속의
김영수 의원의 검지 손가락을
확대한다.
영상 속 손가락을
액정 위로 톡톡하고 두들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