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2 : 삿대질은 조심조심
ABS 뉴스센터에서는
연일 김한국 사건 관련 내용을
하이라이트로 반복해서
방송하고 있다.
ABS 메인 아나운서
“오늘 아침, 저희 ABS 방송국에
납치범이 보낸 것으로 보이는
USB가 도착했습니다.
김한국 회장 사건 때와
동일한 형식으로,
아이들 사진과 함께 왔는데요.
저희는 납치범의 요구대로,
미리 확인 없이
바로 영상을 송출하겠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시청하시는 것은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나운서가 눈짓으로
송출 사인을 보낸다.
영상 속의 뱀파이어가
“자, 김한국 회장에게 박수~!”
뒤에서 납치범들이 박수를 친다.
“우리는 말한 대로 합니다.
약속은 지켜야 약속이니까요.
오늘의 타깃은 바로…”
태블릿을 카메라에 보여준다
김영수 의원이 삿대질하며
소리치는 영상이다.
“자, 언제나 시끄러운
보수의 아이콘
국회의원 김영수.
당신의 손가락은…
아이들의 목숨만큼 가치 있습니까?
어제 전 국민이 연습해서
굳이 설명 안 해도 되죠?
간단하죠?
자르면 아이 3명 자유!”
영상 속엔 다음 타깃으로 예상되는
아이 셋이 즐겁게 놀고 있다.
“결단이 빠르신 분이니
24시간 드리죠.
그럼 내일 이 시간에 다시 만납시다.
어제처럼 해피엔딩을 원합니다.”
영상 속의 납치범들은
모두 "안녕~"하고 손을 흔든다.
김영수 의원이 기자들과 마주한다.
(60대, 보수 성향, 방송인 출신)
김영수
“테러와의 협상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무기를 들었고,
우리는 헌법을 들고 있습니다.”
익숙한 삿대질, 이어서
주먹을 불끈 쥔다.
“대한민국은 절대 테러와
협상하지 않습니다.”
SNS 실시간 반응
“#김영수결단”
“#야당강력비판”
“#진작에 잘렸어야 할 손가락 1위”
납치범의 창고 안 사무실에서
고스트가 영상 편집 중이다.
펌킨헤드가 옆에 앉아 있다.
펌킨헤드
“자 이제 드라마를 만들어야 하지...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있어.
분노할 대상을 찾지.
사건이 일어났을 때
뭔가 분풀이할 대상은
꼭 필요하지…
누구라도 책임을 지거나
옷을 벗어야 분노가 사그라들지…
그렇다고 죽은 애들이 돌아온다거나
벌어진 사건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아마도 분노의 대상에게
자신이 갖고 있는
미묘한 죄책감을
던져버리는 것 같아…
아니면 그것에 속거나 당한
자신의 어리석음도 함께 말이야…
분노가 나라를 뒤엎을 때
사람들이 냉정한 판단을 못할 때
그때가 우리 같은 악당에게는
최고의 찬스지.
고스트
“마녀를 만들어야 하지.
군중에 숨어 함께 돌을 던지면
어느새 같이 돌을 던지던
군중은 서로 한편이 되겠지…
이번 판도 예상대로 흘러가겠지?”
창 밖에서 아이들과
뛰노는 오크의 모습.
아이들은 장난감 칼로
오크를 때리며 웃는다.
오크는 덩달아 웃으며 맞아준다.
경찰청 작전실에서는
박반장 팀이 회의 중이다.
전화 통화하던 이형사가
“USB 전달책은
일반 택배기사입니다.
신원 확실하네요.”
박반장은 큰 기대 없었다는 듯
“지금까지 수사로 알아낸 건?”
팀원들은 침묵한다.
중얼거리듯 조용히
“… 없겠지…
그런데 뭔가 빠진 거 같아.
어떻게 납치 사건이…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쉽고
완벽하게 진행되지?
동선도 상황도…
또한 아이들은 변수가 많을 텐데…
또 대한민국은 CCTV천국이잖아?
가능한가?”
이형사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한다.
“현장조사에서 특별한 건 없는데요.
사건에 충격을 받은
선생님 한 분과 운전기사는
퇴사했답니다.”
ABS방송국의 특별토론 방송
토론 주제: ‘협상할 것인가, 말 것인가’
진보 논객
“손가락 하나로 아이를
그것도 3명이나 구할 수 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닙니까?”
보수 논객
“단순히 득실을 따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건 국가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인질극입니다.
협상은 다음 폭력을 부릅니다.”
진보 논객
“그러니 경찰이 수사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할 것 아닙니다.
아이들 목숨을 먼저 살리고
국가 시스템을 살릴 생각을 해야지요.
그리고 국가 시스템은 현재 정권이
다 망쳐놓은 거 아닙니까?
뭐 기계화다 첨단화다 하면서
예산이란 예산을 다 가져다 쓰고,
방산비리도 밝혀지고…
책임자만 옷을 벗고…
그 책임자도 사실은
내정되어 있다는 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압니다.
그러곤 사라진 예산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아니 애초에 대한민국에서
납치극이 말이 되냐고요.
얼마나 나라 시스템을 말아먹었으면…”
보수 논객
“지금 논점이 조금 벗어난 것 같은데,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테러와는 협상하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원칙이 무너지면
결과는 더욱 참혹할 테니까요”
진보 논객
“아 그럼 의원님께서 말씀해 보시죠.
원칙이 있으니 아이들의 생명은
고려하지 말자는 겁니까?
저라면 무조건 아이들 생명을 살리고,
이후에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보수 논객
“아니… 아이들의 생명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진보 논객
“그게 아니라.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해 보시라니까요?
지금 의원님의 말씀은
아이들의 생명은
개의치 않아 하시는 거 같은데…
일단 현재 대한민국의 정권.
대한민국의 시스템 이야기만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려울 것 같네요.
구체적 방안이 없으시다면
무능한 정부라고
스스로 인정하시는 거죠?
국가네 뭐네 이야기하시기 전에
국가를 구성하는 3요소 중
국민을 먼저 생각하셔야죠…”
보수 논객 (침묵)
실시간 국민 여론 그래프가
뒤바뀌기 시작한다.
댓글들이 화면을 채운다.
ABS 8시 담당 아나운서
“속보입니다. 결국 김영수 의원은
납치범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은
테러와 협상하지 않는다.
라는 메시지만 남긴 상태인데요…
방금 전, 납치범 측에서
새로운 영상이 도착했습니다.
이 영상이 비극적인 내용이
아니길 바랍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고 계신
시청자께서는 잠시 TV를
꺼주시길 권고드립니다.
저희는 조작 없이
원본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USB속 영상은 처참했다.
얼굴을 가린 아이 셋이
구덩이에 던져지고
구덩이에 총을 쏘는 장면이다.
잠시 후 뱀파이어는
구덩이 속을 바라본 후
안타까운 듯 고개를 젓는다.
“이건 김영수, 당신의 선택이지?”
카메라를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킨 뒤, 좌우로 흔든다.
"아니지. 아니지… 이건
김영수를 설득하지 못한
국민들의 선택이겠지…
큭… 마음이 아프네요…
나는 약속을 지켰을 뿐이고…
아참!
아이들의 부모님들께 부탁이 있어요.
아이들이 며칠 지나니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고 해서…
저희가 또 착해서
윽박지를 수는 없잖아요?
방송국과 함께
영상들을 찍어주세요.
내용은 간단합니다.
엄마, 아빠는
우리 아들 딸이
용감하게 그리고
열심히 캠프를
하고 있는 것을 믿는다.
뭐… 힘내라. 조금 더 견뎌야 한다.
아빠 엄마는 너희를 믿는다.
뭐 그런 내용들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틀어주면
아이들이 힘을 내겠죠?
울거나 해서 아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부모님들은
없으실 거라 믿고,
그럼 빨리 부탁합니다.
영상이 나오는 대로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겠네요.
그럼 내일 또~"
납치범들은 해맑게 손을 흔든다.
거리와 SNS에서는 난리가 났다.
“살인마 김영수”
“김영수 OUT”
“납치범에서 테러범으로”
죽은 아이들의
부모 오열하는 영상.
국민 분노 폭발.
경찰 비판.
김영수 의원 차량 습격 시도. 도망.
김영수 의원, 사퇴 기자회견.
김영수
“… 난 옳은 선택을 했다고
믿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로 향한 분노는 거둬 주시고…
테러범들을 용서하지 마십시오.
자유대한민국은 절대…”
국민 여론은 회복되지 않는다.
김영수와 관련된
모든 신상 털기가 시작된다.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줄 영상을
ABS 방송국의 협찬으로
제작하고 있다
울고 웃는 촌극이 벌어진다.
납치범 은신처에서
고스트와 뱀파이어는
밥을 먹고 있다.
고스트가 음식을 씹으며,
“캬~ 무섭네. 무서워
몇십 년을 손가락질을 하며
대한민국을 호령하던
김영수가 무너지는 데는
단 24시간도 걸리지 않네…
알았어?
김영수가 그렇게 나올 줄?”
뱀파이어는 입을 닦으며
“모든 건 예상대로지.
예상 못한 건 단 하나
김영수가 자살 안 한 것
혹은 아이들의 부모 중
누군가가 김영수를 때려
죽이지 않은 것… 빼고.
뭐, 언젠가는 자살을 하던,
테러를 당하겠지.
시간문제일 뿐이지…”
불 꺼진 김영수 의원 사무실.
김영수 의원의 비서는
책상 위 낙서와 욕설이
가득한 노트를 본다.
노트에는 김영수 의원의 자필로
자살, 범인, 누가?
등 여러 글씨가 거칠게 쓰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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