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03: 드릴 손가락
ABS뉴스 속보 자막
“3번째 협상 대상 공개
인기 아이돌 K-엔젤스 멤버 ‘미니’”
영상 속 뱀파이어
손에 드릴을 들고 있다.
“자, 어제 아이들은
천사였으니까…
천국으로 갔겠죠?”
“이번엔 K-천사,
우리 미니를 소개합니다.”
미니의 학폭 영상을 보며
“친구 괴롭히면 안 되겠죠?
뭐, 인터뷰 보니까
그나마 미니가
덜 괴롭혔던 친구라는데.
가끔 미니는
친구가 라이터로
괴롭히려고 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괴롭히는 걸로
바꾸기도 했다는데 큭…
뭐, 언론플레이겠죠.
소속사에서
뭐라도 줬을 테고요.
모두의 예상대로,
드릴 손가락은
사라져야겠죠?
드릴 손가락 하나와
세 명의 천사 같은 아이들
미니의 선택은?
아니, 우리 국민들의 선택은?
그럼 내일 또~”
미니의 학창 시절 영상과
피해자 인터뷰로
모든 미디어가 시끌시끌하다.
ABS 아나운서는
“최근 ‘드릴 손가락’ 논란으로
시끄러운 K-엔젤스의 멤버
미니가 다음 타깃으로
지목됐습니다.
미니는 학창 시절......”
미니 소속사 긴급 회의실.
매니저, 대표, 스타일리스트,
그룹 멤버들과 관계자들이
긴급회의 중이다.
매니저는 눈을 반짝이며
“미니야, 이건 기회야.
너, 힘들게 여기까지 왔잖아.
아니, 우리 모두 힘들게 왔잖아.”
대표도 두 손을 모아 빌듯이
“그래, 이건 선택이 아니야.
당연한 거야.
엄마랑도 통화했어.
이후는 내가 책임질게.
학폭은 책임 못 져도,
이건 할 수 있지. 암.”
아이돌 멤버들과 스태프들
미니를 집요하게 설득 중이다.
미니는 네일아트로 꾸며진
‘드릴손가락’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몇 시간 후 생방송 스튜디오.
미니는 프롬프터와
대본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방송이 시작된다.
“전, 친구를 괴롭혔던
이 손가락이 언제나 미웠습니다.
어린 시절 잘못된 선택으로,
소중한 친구를
아프게 한 손가락이었고요...
여러 감정이 드네요.”
살짝 울먹이나 연기처럼 보인다.
“팬들이 예뻐해 주셨던
제 춤이 제 손가락이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손가락이라니…”
ABS 아나운서는 공감하는 듯
“그럼, 손가락을 자르기로
결정하신 건가요?”
미니는 작게 떨면서 말한다.
“아직 부모님과 팬들과도
이야기하지 못했습니다.
결정된 건
아직 아무것도 없어요.
매니저님과 대표님은
이 손가락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지만,
전 제 손가락이 밉기도 해요.”
SNS 실시간 반응은
“#드릴손가락에서
드림손가락으로”
“#역전의 손가락”
“#연기력이 좋아졌다”
“#드릴춤은 이제 못 추겠네”
팬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격론 중이다.
납치범들은 뉴스를 시청 중이다.
뱀파이어는 어깨를 으쓱하며
“봤지? 단 며칠 만에
세상의 중심이
우리 이야기가 되는 거?
역치라고 알지?
머리가 찢어져서 피가 나도
손에 뜨거운 화상을 입는 것이 더
고통스러우면 머리 아픈 것은
느끼지도 못하거든.
가장 센 것만 기억하는 세상이야.
죄인이 많다면
가장 나쁜 놈만
기억하기 마련이거든…”
엘프는 스마트폰을 보며
“민족성이야 민족성…
K 만 붙으면 다들 난리 난다 니깐.
지금 이건 K 범죄? K 납치?
어쨌든 유튜브도 인터넷도
우리가 메인이야.
심지어 전 세계의 메인이라고!”
오크와 고스트는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부모님들이 보내 준
파이팅 가득한 영상을 보고 있다.
펌킨헤드는 컴퓨터를 보며
“대장은 다 알았지?
이 판도 그 계획 안이지?”
뱀파이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짠단짠은 진리거든.”
또 다른 폐공장을 습격하는
경찰 특공대.
공장은 비어 있고
벽에는 낙서가 쓰여 있다.
“이건 무슨 뜻이죠?”
박반장은 흥미롭게 바라보며
“골 때리는 놈들이네.
재미 좀 있겠는데…”
벽에는
“잠깐만 기다려. 곧 끝나니까.
우리가 참아주는 거야.
원래 경찰이
1번이어야 하잖아?”
ABS 생방송 스튜디오
미니가 붕대를
감은 손을 카메라에 보여주며
밝게 미소 짓는다.
미니
“저는 이제, 저를 괴롭혔던
손가락을 없앴습니다.
더 이상 드릴춤은
출 수 없겠지만…
그래도 저 미니,
그리고 저희 k-엔젤스
모두 계속 사랑해 주세요!”
뉴스 속보 자막
“아이 3명 무사 귀환 확인”
사람들은 환호하고
미니 관련 광고는
계약이 폭주하고
소속사의 주가는 폭발한다.
경찰 고위 간부 회의실
경찰국장은 납치범의
메시지를 보며
“어떻게 생각해?”
부국장은 힘이 없는 목소리로
“방법이 없습니다. 그냥...
수사하는 척만 해야죠.”
경찰국장 경고하듯 말한다.
“괜히 벌집 쑤시지 말고,
하던 대로 해.
우린 무기가 없고
정보도 없어
게다가 자신도 없어
명분만 한 스푼 있다고 해도
방법이 정확히는 정답이 없잖아.
언제나 그랬지.
명분보다 정의보다
경찰에게는 말이 중요하다.
행동은 나중이야…
경찰은 최악만 막으면 되는 거야
아니.
막지 못해도 노력하는 모습.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해…”
오크와 펌킨헤드는
아이들과 푸짐하게 식사 중이다.
엘프는 영상 촬영을 하며
“이번에 돌려보낸 아이가 셋이니까…
현재 남은 애들이 11명이야.
아직 너무 많지 않아?
식비도 장난 아니고…”
오크는 손가락으로 계산하는
동작을 하지만 계산이 맞지 않는다.
고스트는 걱정되는 듯
“절반을 벌써 소모해도 돼?
남은 게 절반이면
너무 빨리 쓰는 거 아냐?”
뱀파이어는 웃으면서
“못 들었어?
밥값이 너무 나온대잖아.
사실, 아이들이 너무 많았어.
돌보기도 피곤하고.
조금 ‘라이트’하게 가도
계획에는 아무런 차질이 없어.
결말이 보이긴 하지?
아니구나..
아직은 나만 보이겠구나… ”
대통령 관저.
비서관이 무언가를
급히 들고 뛰어온다.
비서관은 말을 더듬으며
“이… 이거…”
대통령 선거용 포스터.
V 사인을 내민
손가락 두 개에
빨간 원이 그려져 있다.
빨간색 매직펜으로
쓰인 글씨는
'기호 2번. 2개면 적절하지?'
대통령은 포스터와 비서관을
번갈아서 바라본다.
“진짜야?”
비서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 전국에 몇 장이
뿌려졌는지 몰라요.
방송국에도 이미
들어갔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