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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3

젊음, 그리고 이념과 신앙 사이

by 전영칠

오후 7시. 교회 제2강의실에서 월, 화, 목 일주일에 3번을 토론하기로 했고, 오늘은 두 번째 날이다.

먼저 하고 싶은 말 다하기 - 무작정 토론은 그렇게 이어졌다.


- 나는 무엇보다 지금도 살아서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고 있는 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

- 좋아요.

그녀는 강의실의 학생으로 얌전하게 앉았다.


- 니체는 신은 죽었다 하였고 신이 하던 일을 하기 위해 그는 '초인론'을 펼쳤어. 좋아. 그가 무신론자이든 뭐든, 내가 생각하기에 인간은 뭐라도 해야 해. 그는 부지런한 사람이야.

- 부지런한 것 이전에 우선 무신론자에 대한 비판을 먼저 깔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녀가 약간 실망한 듯 물었다.


- 성급하군. 들어 봐.

요한은 물을 한잔 마셨다.


- 도스토예프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한 장면이 있어. 이반은 하인이자, 배 다른 동생인 스메르쟈코프에게 "신이 없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고 가르친 것이 이반의 아버지를 살해한 동기를 부여했음을 깨닫고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는 장면이 나오지. '신이 없다면' 우리는 신대신 무슨 일이든 해야 해. 그것은 자신의 존재증명을 위함이기도 하지.

니체는 신의 빈자리를 대신해 초인처럼 살아야 한다며 초인사상을 들고 나왔고, 마르크스와 레닌은 신의 빈자리를 대신해 그들의 지상천국인 공산주의 세계 건설을 들고 나왔어.


문제는 그들이 '신처럼 전지전능한가' 야. 신은 완전 완미한 경지에서 사랑으로 역사를 이끌었으나, 신이 된 인간은 미완성되고 불완전한 상태에서 목적을 이루려고 하니 모순 투성이 역사가 된 거지.

- 그것은 설명 가능하지요. 모순을 받아들였기에, 역사는 변증법으로 발전한다는 유물사관의 역사 말이에요.

- 역사는 정(正)에서 반(反), 그리고 합(合)으로 발전한다 ? 모순을 없애려고 ‘돌이킬’ (反)으로 해결하려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을까?

- 이상적 공산주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정도 희생은 감수해야지요, 어차피 모순은 존재하니까요.

- 그런가?

요한은 옳거니, 기다렸다는 듯 재빨리 말했다.

- 공산주의 혁명과 이후 국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숙청, 강제 노동, 정책적 기근 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20세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였어.

마르크스, 레닌은 신은 없다는 전제하에 인간이 지상천국을 만들 것을 세계 인민들과 노동자들에게 선포했어. 그 결과는 인간을 혁명의 도구, 살인은 혁명의 수단으로 치부되어 인류역사상 최고의 살인기계를 만들어 냈지. 소련 혁명직후, 소련, 중국, 북한의 숙청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또 어떻고?

소련은 혁명 직후 '적색 테러', 스탈린 시대의 '강제 집산화'와 '대숙청', 그리고 '굴라크' 강제 노동 수용소 시스템에서 인간들을 그야말로 '떡 먹듯' 해치웠어.

볼셰비키 혁명 직후, 반혁명 세력과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해 비밀경찰 체카가 주도한 즉결 처형 사망자가 50만 명이야.

스탈린은 농업을 강제로 국유화하는 과정에서 '부농'으로 지목된 이들을 숙청하고 수십만 명을 죽였어. 우크라이나에서는 400만 명을 굶겨 죽였어.

스탈린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당, 군대, 지식인, 심지어 일반 인민까지 "인민의 적"으로 몰아 재판 없이 100만 명을 처형했어. 스탈린 통치기간 동안 1,500여 만 명이 죽어 나갔다고.

중국은 어떤가?

중화인민공화국 사망자는 공산당 집권 초기에 토지 개혁과 반혁명분자 이름으로 숙청하여 400여 만 명을 죽였어. 그뿐인가. 대약진 운동 실패와 숙청으로 4,000여만 명을 굶겨 죽였고, 문화 대혁명 숙청으로 300여 만 명이 속절없이 죽어 나갔어.

북한은 어떤가?

김일성이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남로당파, 연안파, 소련파 등 자신의 정적들 수만 명을 숙청했어.

그렇게 세운 나라가 무신론 국가 소련, 중국, 북한이야. 신의 섭리를 인간이 대신한 결과는 이렇게 참혹해.


요한은 잠시 그녀를 보았다.


-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 것은 물론 기가 막힐 일이지요.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되었다고 생각해요.

- 그렇지!

- 그러나 역사는 필연이라지요. 그럴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된 것이라는 것 말이에요.

-......

요한은 잠시 침묵했다.

- 차 한잔할까.

요한은 차를 저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 천천히 생각해 보자고.

누구라도 분명한 팩트에 입각한 역사와 정확한 수치, 성공과 실패의 결과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요한은 그것을 안다.

그러나 그녀는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4. 그녀의 분노


- 자, 이제 아우님의 하고 싶은 말을 들어 볼까?

- 그럴까요?

그녀가 잠시 입을 다물고는 말을 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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