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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교의 명상과 불교의 명상

by 전영칠

명상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명상은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건강과 마음의 평화 등을 위해 어필되고 있는 분야이다.

명상의 세계는 역사적으로 크게 힌두교와 불교 두 갈래의 세계가 있다. 명상을 접하고 초기에 흔히 이 두 세계의 공통 상이점에 대해 헛갈리기도 한다.

힌두교와 불교는 모두 고대 인도에서 시작되었기에 명상법 역시 깊은 연관이 있지만, 그 철학적 기반과 최종 목적에서 매우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1. 공통점과 다른 점


1) 공통점


두 명상 전통 모두 고대 인도의 명상 문화(드야나, Dhyāna)에 뿌리를 둔다.

또한 마음을 고요히 하고(사마타), 집중력을 키우는 것을(삼매) 기본적인 수행 단계로 공유한다.

그리고 현재의 괴로움을 인식하고, 그것을 소멸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윤회로부터의 해탈: 끝없이 반복되는 삶과 죽음의 순환(윤회)에서 벗어나는 것을 궁극적인 지향점으로 삼는다.


2) 결정적인 차이점


'자아'에 대한 관점 - 이것이 두 종교의 명상을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차이다.


힌두교 (有我, Atman): "진짜 나(자아)는 존재하며, 영원불변하다." 힌두교 명상은 '나'라고 믿고 있는 이 육체와 생각(에고)을 넘어, 내면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참나' 즉, 아트만(Atman)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힌두교의 최종 목표는 이 영원한 개별 자아(아트만)가 우주적 절대자(브라만, Brahman)와 원래 하나였음을 깨닫는 것이다.


불교 (無我, Anatta): "영원불변하는 '나(자아)'라는 실체는 원래부터 없다." 불교 명상은 '나'라고 집착하는 모든 것(몸, 생각, 감정)이 실체가 없으며 끊임없이 변하는 현상일 뿐임을 통찰하는 과정이다. 불교는 바로 이 '무아(無我, Anatta)'를 깨달을 때 모든 집착과 괴로움이 사라진다고 본다. 힌두교가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이라면, 불교는 '나'라는 환상을 깨는 여정이다.



2. 시작 시기 (역사적 기원)


힌두교 명상

기록상으로 가장 오래되었다. 힌두교의 근간이 되는 경전인 '베다(Veda)'에 이미 명상에 대한 개념이 등장한다. 베다는 기원전 1500년경부터 기원전 500년경 사이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구전으로 전해진 시기까지 합치면 그 역사는 훨씬 더 오래되었다. 이후 '우파니샤드' 시대를 거치며 '아트만'과 '브라만' 사상이 확립되었다.


불교 명상

기원전 6~5세기경 석가모니 붓다에 의해 시작되었다. 붓다 자신도 깨달음을 얻기 전 당대의 여러 명상 스승들(힌두 사상가 포함)에게 배웠으나, 그들의 가르침이 완전한 해탈을 주지 못한다고 보았다. 이후 붓다는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자신만의 명상 수행(사마타와 위빠사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고, 이것이 불교 명상의 시작이 되었다.


요약해 말한다면, 힌두교의 명상 전통(베다, 요가)이 불교의 성립보다 역사적으로 더 오래되었으며, 불교는 이러한 기존 인도의 명상 문화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독자적인 '무아' 사상에 기반한 수행법을 확립했다고 보면 된다..



3. 명상 방법


힌두교 명상 (대표적 방법)

만트라(Mantra) 명상: '옴(OM)'과 같은 신성한 소리(만트라)나 신의 이름을 반복적으로 외우거나 암송한다. 이 소리에 의식을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정화하고 우주적 의식(브라만)과 연결된다.

요가(Yoga) 명상: 단순히 신체 자세(아사나)뿐만 아니라, 호흡 조절(프라나야마)과 감각 제어(프라티아하라)를 통해 마음을 한곳에 집중(다라나)시키고, 깊은 명상(드야나) 상태, 즉 삼매(사마디)에 이르는 체계적인 수행법을 따른다.

신(神)에 대한 명상: 힌두교의 다양한 신(비슈누, 시바 등)의 형상이나 속성을 마음에 떠올리며 집중하고 헌신하는 명상도 있다.


불교 명상 (대표적 방법)

불교 명상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사마타(Samatha, 止) 명상: '고요함, 그침'을 의미하며, 마음을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는 훈련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나빠나사띠' 즉, '호흡 알아차림'이다. 코끝이나 윗입술에서 느껴지는 호흡의 감각에 마음을 집중하여 번뇌를 가라앉히고 깊은 선정(禪定)을 계발한다.

위빠사나(Vipassanā, 觀) 명상: '통찰, 지혜'를 의미하며, '알아차림(Sati, Mindfulness)'을 기반으로 한다. 집중된 마음으로 나의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감각, 감정, 생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한다. 이 관찰을 통해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무상), 실체가 없다(무아)는 진리를 통찰하게 된다.


(참고) 간화선(看話禪): 한국 불교(선불교)에서 발달한 명상법으로, 논리적으로 풀 수 없는 질문인 '화두(話頭)'를 의심하고 참구 하여 깨달음에 이르는 방식이다.



4. 최종 목적


힌두교의 최종 목적

모크샤 (Moksha, 해탈) : 힌두교의 목적은 '합일(合一)'이다. 개별적인 영혼인 '아트만(Atman)'이 이 세상의 유일한 실체이자 우주적 근원인 '브라만(Brahman)'과 본래 하나임을 깨닫는 것이다.

"내가 곧 브라만이다." 이 깨달음을 통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모크샤)이 최종 목표다.


불교의 최종 목적

열반 (Nirvāna, 해탈) : 불교의 목적은 '소멸(消滅)'이다. 괴로움의 원인인 탐욕, 성냄, 어리석음(삼독)이 완전히 꺼진 상태, 즉 '열반(Nirvana)'을 성취하는 것이다.

"모든 집착이 소멸된 고요한 상태." 이는 '무아(無我)'의 진리를 완벽하게 체득함으로써, 더 이상 괴로움을 일으킬 '나'라는 집착의 주체가 없음을 깨닫고 모든 고통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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