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 연재부터는 인도가 배출한 성자 - 불교 석가모니, 자이나교 마하비라, 힌두교 가우디파타, 샹카라, 미슈라, 미드바, 차이탄야, 타고르, 라마나 마히리쉬 등을 한 편씩 알아보기로 한다. 이 아홉 분의 성자, 성인들은 인도 출신으로 인류 정신세계의 지평을 마음껏 펼친 거룩한 영혼들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적 스승 중 한 분이자, 세계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석가모니 부처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수행을 통해 그 해답인 '깨달음'을 얻어 불교라는 거대한 종교를 창시한 인물이다.
그는 신의 계시나 초월적 권위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한 인간의 이성과 직관, 그리고 수행을 통해 진리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인간의 스승'으로 불린다. 요청한 6가지 항목을 중심으로 석가모니 부처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인도 불교의 흥망성쇠를 상세히 정리해 둔다.
본명은 싯다르타 고타마이다. '석가모니'는 '샤카족 출신의 성자'라는 뜻의 존칭이다.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깨어난 자'라는 뜻의 '붓다(Buddha)'로 불린다.
정확한 생몰 연대에 대해서는 학계와 불교 전통 간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남방 불교에서는 전통적으로 기원전 624년 ~ 기원전 544년으로 보고, 현대 역사학계에서는 기원전 563년 ~ 기원전 483년 혹은 기원전 480년 ~ 기원전 400년경으로 추정한다. 이는 인도의 마하비라(자이나교),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중국의 공자와 비슷한 시기(축의 시대)에 해당한다.
출생지는 현재 네팔 남부 타라이 지방의 룸비니 동산이다. 당시 카필라바스투라는 소왕국의 왕 슈도다나와 마야 부인 사이에서 왕자로 태어났다.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을 목격하고(사문유관), 29세에 왕위와 가족을 뒤로한 채 진리를 찾아 출가했다.
당대 최고의 스승들을 찾아가 선정(요가)을 배우고, 6년간의 처절한 고행을 했으나 이것이 구경각(완전한 깨달음)이 아님을 알고 중도를 택했다. 35세에 부다가야의 보리수 아래에서 깊은 명상에 들어, 샛별을 보고 연기법(緣起法)을 깨달아 부처가 되었다. 45년간 길 위에서 설법하며 수많은 제자를 교화하다가, 쿠시나가라의 사라쌍수 아래에서 "모든 것은 변한다. 게으르지 말고 정진하라", 고 말하며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자등명 (自燈明) 법등명 (法燈明)"
"자기 자신을 등불(빛)로 삼아라. 그리고 진리(부처님의 가르침)를 등불(빛)로 삼아라."
세계 종교와 인도에 끼친 업적 석가모니의 등장은 당시 브라만교가 지배하던 인도 사회에 거대한 영적 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사람은 태생에 의해 천민이 되거나 바라문이 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에 의해 귀해지거나 천해진다"라고 선언했다. 카스트 제도의 신분 차별을 부정하고, 불가촉천민이나 여성도 깨달음을 얻으면 성자가 될 수 있다는 파격적인 평등주의를 실천했다.
당시 종교는 신에게 제사를 지내 복을 비는 기복 신앙이 주류였다. 그러나 붓다는 신조차 윤회하는 존재로 보았으며, 인간 스스로의 수행과 지혜를 통해 신보다 더 높은 경지(해탈)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어 인간의 존엄성을 극대화했다.
그리고 형식적인 제사 의식보다는 자비, 비폭력, 올바른 말과 행동 등 도덕적 실천이 업을 정화하고 행복을 가져온다는 사실적인 인과율을 강조했다.
그의 가르침은 인도 국경을 넘어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가 동아시아(대승불교)와 동남아시아(상좌부불교), 티베트(밀교)의 문명을 형성하는 근간이 되었다.
붓다의 가르침은 방대하지만, 그 핵심은 고통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는 '치유의 논리'이다.
연기법 :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이 생긴다." 모든 존재는 홀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원인과 조건이 되어 얽혀 있다는 진리이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곧 붓다를 보는 것이다.
삼법인 : 세상 만물의 세 가지 특징이다.
제행무상(諸行無常): 모든 형성된 것은 변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제법무아(諸法無我): 모든 것에는 고정된 실체(아트만)가 없다. (힌두교와의 결정적 차이)
일체개고(一切皆苦): 무상하고 무아인 것에 집착하기 때문에 삶은 고통이다. (후대에는 열반적정으로 대체되기도 함)
사성제 : 깨달음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이다.
고(苦): 삶은 고통이다(현실 인식).
집(集): 고통의 원인은 집착과 갈망이다(원인 분석).
멸(滅): 집착을 없애면 고통이 사라진 해탈에 이른다(목표 설정).
도(道): 해탈에 이르는 8가지 바른 길(팔정도)이 있다(실천 방법).
팔정도 : 정견(바른 견해), 정사유(바른 생각), 정어(바른말), 정업(바른 행동), 정명(바른생활), 정정진(바른 노력), 정념(바른 마음 챙김), 정정(바른 집중). 이는 쾌락과 고행의 양극단을 피하는 '중도'의 실천이다.
승가 : 붓다는 최초로 출가 수행자들의 공동체인 '승가'를 조직했다. 그의 제자는 출가자인 비구, 비구니와 재가자인 우바새, 우바이의 사부대중으로 구성되었다.
십 대 제자 : 각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10명의 핵심 제자이다.
사리불 (지혜 제일): 승단의 실질적인 리더 역할을 했다.
목건련 (신통 제일): 사리불의 단짝 친구로,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를 구제한 효심으로 유명하다.
마하가섭 (두타 제일): 엄격한 수행자이자, 붓다 입멸 후 교단을 이끈 후계자(가사 전수자)이다. 선불교의 1대 조사가 된다.
아난다 (다문 제일): 붓다의 사촌이자 시봉(비서). 붓다의 모든 설법을 기억하여 훗날 경전을 편찬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우바리 (지계 제일): 천민 이발사 출신이었으나 왕족들보다 먼저 출가하여 계율의 권위자가 되었다. 평등사상의 상징이다.
라훌라 (밀행 제일): 붓다의 친아들. 마하파자파티
고타미: 붓다의 이 모이자 양모. 최초의 비구니가 되어 여성 출가의 길을 열었다.
저서 (경전의 성립) : 석가모니 부처는 생전에 단 한 권의 책도 직접 쓰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나 예수처럼 그의 가르침은 모두 구전으로 전해졌다.
결집 : 붓다가 입멸한 직후, 제자들이 모여 스승의 가르침을 암송하고 서로 확인하여 정리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를 '결집'이라 한다. 제1차 결집: 마하가섭의 주도하에 아난다가 경(말씀)을, 우바리가 율(계율)을 암송하여 최초의 원시 경전이 성립되었다.
삼장 : 이후 논(해석)이 추가되어 불교 경전은 경·율·론의 '삼장'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니까야 / 아함경: 초기 불교의 가르침을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는 경전 군이다.
대승 경전 : 후대에 붓다의 근본정신을 재해석하며 나온 금강경, 반야심경, 법화경, 화엄경 등은 붓다의 친필 저술은 아니지만, '붓다의 말씀(불설)'으로서 권위를 인정받는다.
불교가 인도에서 쇠퇴한 이유 불교는 인도에서 탄생하여 천 년 넘게 융성했지만, 13세기경 본토인 인도에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그 복합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내부적 원인 : 초기 불교는 대중의 언어로 설법하며 민중 속에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며 승려들은 거대한 대학(날란다 등)에 모여 난해한 철학 논쟁에 몰두했다. 불교는 점차 '지식인들의 종교'가 되어 일반 대중의 삶과 멀어졌다. 후기 불교는 힌두교의 탄트라 의식을 받아들여 밀교화되었다. 이는 불교와 힌두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고, 대중들은 굳이 불교를 믿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외부적 원인 (힌두교) : 샹카라와 같은 힌두 철학자들이 불교의 논리를 흡수하여 힌두교를 체계화했고, 대중적으로는 '박티 운동(신에 대한 헌신)'이 일어나 민중을 사로잡았다. 힌두교는 붓다를 탄압하는 대신, 그를 '비슈누 신의 9번째 화신(아바타)'으로 편입시켰다. 붓다가 힌두교 신의 일부가 되면서, 불교는 독자적인 종교로서의 설 자리를 잃었다.
결정적 타격 : 12~13세기, 튀르크계 이슬람 세력이 북인도를 침공했다. 우상 숭배를 배격하는 그들은 불교 사원과 대학을 집중적으로 파괴했다. 1193년, 이슬람 장군 박티야르 킬지는 불교의 심장부인 날란다 대학을 파괴하고 수천 명의 승려를 학살했다. 힌두교는 재가 중심의 브라만들이 시골 곳곳에 뿌리박고 있어 살아남았지만, 사원과 승려 중심이었던 불교는 구심점을 잃고 순식간에 붕괴했다. 생존한 승려들은 티베트나 네팔로 도망쳤고, 인도 본토에서 불교의 맥은 끊어지게 되었다.
오늘날 인도에서 불교는 20세기 암베드카르 박사의 신불교 운동으로 되살아나고 있지만, 여전히 소수 종교이다. 인도 종교별 인구 구성비 (2011년 공식 통계)를 보면 분명히 알 수 있다. 힌두교 79.8%이고, 이슬람교 14.2%, 기독교 2.3%, 시크교 1.7%, 불교 0.7%, 자이나교 0.4%이다.
그러나 석가모니가 남긴 '자비'와 '지혜'의 등불은 인도를 떠나 전 세계 인류의 정신적 유산으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