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힌두교 사원
이번 글에도 인도가 배출한 성자 - 불교 석가모니, 자이나교 마하비라, 힌두교 가우디파타, 샹카라, 미슈라, 미드바, 차이탄야, 타고르, 라마나 마히리쉬 등을 알아보기로 한다. 이 아홉 분의 성자, 성인들은 인도 출신으로 인류 정신세계의 지평을 마음껏 편친 거룩한 영혼들이다. 이번 차트는 힌두교 불일이원론의 성자 가우다파다이다.
가우다파다((서기 500년~700년경)는 힌두교 철학사, 특히 불이일원론((不二一元論 Advaita Vedanta)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신비에 싸인 인물 중 하나이다. 그는 위대한 성자 아디 샹카라의 스승의 스승으로, 샹카라 이전에 불이일원론의 체계를 최초로 확립한 사상가이다.
흔히 샹카라가 불이일원론을 창시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사상적 뿌리와 논리적 토대는 가우다파다에 의해 완성되었다. 요청한 항목에 따라 가우다파다의 생애와 사상을 자세히 정리해 본다.
가우다파다의 정확한 생몰 연대나 개인적인 생애에 대한 기록은 고대 인도의 많은 현자가 그러하듯 불분명하다. 그러나 학계와 힌두 전통의 연구를 종합해 볼 때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활동시기는 대략 기원후 6세기에서 7세기 사이 (서기 500년~700년경)로 추정된다. 이는 대승불교가 인도에서 꽃 피웠던 시기 이후이자, 샹카라(8세기경)가 등장하기 이전이다.
이름인 '가우다(Gauda)'와 '파다(pada: 존칭)'를 분석해 볼 때, 그가 오늘날의 벵골(북벵골의 옛 지명이 가우다 데샤) 지역 출신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 다른 전승에서는 그가 히말라야 깊은 곳(배드리카슈라마)에서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시대적 배경을 보자. 그가 활동하던 시기는 불교의 중관학파(공 사상)와 유식학파가 인도 철학계를 주도하고 있었다. 가우다파다는 이러한 불교 철학의 정교한 논리에 대응하여, 우파니샤드의 가르침을 논리적으로 변호하고 재해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었다.
가우다파다가 힌두교와 인도에 끼친업적은 단순히 '샹카라의 스승의 스승'이라는 칭호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힌두교 베단타 철학과 대승불교 철학 사이의 '잃어버린 고리이자' '거대한 다리'이다.
그는 불이일원론을 체계화했다. 샹카라 이전에 산재해 있던 우파니샤드의 일원론적 가르침을 하나의 일관된 철학 체계로 묶어냈다. 그는 "이원성은 환영이며, 비이원성만이 실재다"라는 것을 이성적인 논리로 증명하려 한 최초의 베단타 철학자이다.
가우다파다는 힌두교 성자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강력했던 불교 철학(특히 나가르주나의 중관론과 바수반두의 유식론)의 논증 방식과 용어를 과감하게 차용했다. 그는 불교의 논리를 빌려와서 이원론(상키야, 니야야학파 등)을 격파하고, 궁극적으로는 우파니샤드의 '브라만(Brahman)' 사상을 옹호했다. 이 때문에 일부 보수적인 학자들은 그를 '가면 쓴 불교도'라고 비판하기도 했으나, 그의 이러한 통합적 시도가 있었기에 힌두교는 불교의 논리를 흡수하여 다시 인도의 주류 종교로 부상할 수 있었다.
후대 아디 샹카라가 인도 전역을 돌며 불이일원론을 전파할 수 있었던 강력한 논리적 무기(마야 론, 꿈의 비유, 인과율 부정 등)는 대부분 가우다파다의 저서에서 빌려온 것이다.
가우다파다의 철학은 그의 주저인 <만두키야 카리카>에 집약되어 있다. 그의 가르침은 매우 급진적이고 타협이 없다.
아자티바다 (불생론 不生論)는 가우다파다 철학의 핵심이자 결론이다. '자티(Jati)'는 태어남, 기원을 뜻하고 '아(A)'는 부정을 뜻한다. 즉, "어떤 것도 결코 태어난 적이 없다"는 파격적인 주장이다.
우주, 세상, 개별 영혼은 실제로 창조되거나 태어난 적이 없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밧줄을 뱀으로 착각하는 것과 같은 '환영'일뿐이다.
따라서 '창조'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직 불변하는 브라만만이 실재할 뿐, 변화하거나 생성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그의 '절대적 불이일원론'이다.
의식의 세 가지 상태 : 그는 <만두키야 우파니샤드>를 해석하며 인간 의식을 세 단계로 분석한다.
깨어있는 상태 (Vishva): 외부 대상을 인식하는 상태.
꿈꾸는 상태 (Taijasa): 내면의 대상을 인식하는 상태.
깊은 잠의 상태 (Prajna): 대상도 인식도 없는 상태.
가우다파다는 "깨어있는 상태나 꿈꾸는 상태나 본질적으로 같다"라고 주장한다. 꿈속에서 목마름을 느껴 물을 마시는 것이 깨어나면 헛된 일이듯, 깨어있는 세상의 경험도 궁극적 관점에서 보면 실재하지 않는 환영이라는 것이다. 오직 이 세 상태를 관통하여 지켜보는 '제4의 상태(Turiya)'만이 참된 실재이다.
아스파르샤 요가 (Asparsha Yoga) : 그는 수행법으로 '아스파르샤 요가'를 제시했다. '스파르샤'는 접촉을 뜻하므로, 이는 '접촉 없는 요가' 혹은 '관계 맺지 않음의 요가'이다. 마음이 대상(세상)과 접촉하지 않고, 마음 그 자체의 본성(순수 의식)에 머무르는 수행이다. 마음이 대상을 쫓지 않을 때, 마음은 그 진동을 멈추고 브라만이 된다는 것이다.
제자들 : 가우다파다의 직접적인 제자는 많지 않으나, 그 계보는 힌두교 역사상 가장 중요한 라인(Lineage)을 형성한다.
고빈다 바가밧파다: 가우다파다의 직계 제자이다. 그는 나르마다 강가에서 수행하던 중, 어린 아디 샹카라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아디 샹카라 (Adi Shankara): 가우다파다의 제자인 고빈다의 제자이므로, 가우다파다는 샹카라의 파라마구루(스승의 스승)가 된다. 샹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가우다파다를 "베다의 지혜라는 바다를 휘저어 불이라는 불멸의 꿀을 가져오신 분"이라고 극존칭 하며 찬양했다. 사실상 샹카라의 모든 사상은 가우다파다의 주석을 확장하고 대중화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서 : 가우다파다의 저작으로 확실시되는 것은 단 하나, 그러나 베단타 철학사에서 기념비적인 걸작인 <만두키야 카리카>이다.
가우다파다의 <만두키야 카리카>는 힌두교 베단타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문헌 중 하나이다. 아디 샹카라가 불이일원론을 체계화하기 직전, 그 사상적 토대를 완벽하게 닦아놓은 최초의 논리적 철학서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가장 짧지만 가장 심오하다고 알려진 <만두키야 우파니샤드>에 대한 운문 주석서이다. 총 215개의 카리카(경구)로 이루어져 있으며,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의 핵심 내용을 상세히 요약해 둔다.
제1장: 아가마 프라카라나 (경전의 장) 첫 번째 장은 <만두키야 우파니샤드>의 내용을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설하는 장이다. 여기서 가우다파다는 인간의 의식을 세 가지 상태로 분석하고, 이를 관통하는 '제4의 상태'를 제시한다.
옴(OM)과 세 가지 의식 상태 그는 성스러운 소리 '옴(A-U-M)'을 의식의 세 단계와 연결한다.
A (비슈바): 깨어있는 상태.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해 외부의 거친 대상을 인식한다.
U (타이자사): 꿈꾸는 상태. 우리는 마음 내부의 미묘한 대상을 인식한다.
M (프라즈냐): 깊은 잠의 상태. 대상도 없고 인식도 없는 무지의 상태이지만, 행복의 씨앗이 잠재되어 있다.
투리야 (제4의 상태): 가우다파다는 이 세 가지 상태가 모두 변하고 사라지는 일시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세 상태를 지켜보는 배경이자 근원인 '투리야'를 소개한다. 투리야는 깨어있음도, 꿈도, 잠도 아닌 순수 의식 그 자체이다. 이것은 인과율(원인과 결과)에 묶여 있지 않으며, 이원성을 초월한 '불이(Advaita)'의 상태이다. 1장은 우리가 진정한 자아인 투리야를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 우리는 이미 그것임을 경전의 권위에 의거하여 선언한다.
제2장: 바이타티야 프라카라나 (허상의 장) 2장부터는 경전의 권위가 아닌, 철저한 이성과 논리를 통해 현상계의 비실재성을 증명한다. 여기서 가우다파다의 유명한 '꿈의 논증'이 등장한다.
깨어있는 세상 = 꿈꾸는 세상 가우다파다는 묻는다. "꿈속에서 우리는 배고픔을 느끼고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다. 그 순간만큼은 꿈이 100% 리얼하다. 하지만 깨어나면 그것이 허상임을 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깨어있다'라고 느끼는 이 세상은 어떨까? 가우다파다는 "깨어있는 상태와 꿈꾸는 상태는 본질적으로 같다"라고 주장한다.
둘 다 '보는 자(주체)'와 '보이는 대상(객체)'이 있다.
둘 다 처음과 끝이 있어 영원하지 않다.
꿈속의 물이 깨어난 후의 갈증을 해소하지 못하듯, 깨어있는 세상의 물건도 꿈속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공간과 시간의 모순 꿈속에서 우리는 수천 킬로미터를 여행하지만, 실제로는 좁은 방 안에 누워 있을 뿐이다. 꿈속의 시간과 공간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가우다파다는 깨어있는 세상의 시공간 역시 집단적인 마음(마야)이 만들어낸 투영일 뿐, 절대적인 실재가 아니라고 결론짓는다. 따라서 "세상은 실재하지 않는다."
제3장: 아드바이타 프라카라나 (불이의 장) 세상이 허상이라면, 무엇이 진실인가? 3장에서는 오직 '하나(One)'만이 실재한다는 불이일원론을 확립한다.
허공과 항아리의 비유 : 가우다파다는 개별 영혼(Jiva)과 절대 자아(Brahman)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탁월한 비유를 든다.
무한한 허공이 있다. 여기에 항아리를 빚으면, 항아리 속의 허공이 생겨난 것처럼 보인다.
항아리 허공은 "나는 좁다", "나는 더럽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항아리가 깨지면 어떻게 되는가? 항아리 허공이 날아가서 큰 허공과 합쳐지는가? 아니다. 허공은 처음부터 하나였고, 항아리가 있을 때도 하나였으며, 깨진 후에도 하나이다.
변한 것은 오직 '항아리(육체와 마음)'라는 형태뿐이다.
아자티바다 (불생론) : 따라서 개별 영혼은 결코 태어난 적이 없다. 태어난 적이 없으므로 죽을 수도 없다. 우리가 겪는 윤회와 고통은 항아리가 빚어지고 깨지는 것을 '나'라고 착각하는 것일 뿐, 그 안의 허공(아트만)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스파르샤 요가 (Asparsha Yoga) : 가우다파다는 이를 깨닫기 위한 수행법으로 '아스파르샤 요가(접촉 없는 요가)'를 제시한다. 마음이 대상과 접촉하여 진동하면 세상이 창조된다. 마음이 대상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고요해지면, 마음은 자신이 곧 브라만임을 깨닫게 된다. 이것은 억지로 생각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비실재성을 통찰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도달하는 경지이다.
제4장: 알라타샨티 프라카라나 (횃불의 장) 마지막 장은 가장 철학적이고 논쟁적인 장이다. 가우다파다는 불교(특히 중관학파와 유식학파)의 논리학을 대거 차용하여, 인과율 자체를 부정하고 이원론자들을 논파한다.
횃불의 비유 이 장의 제목이 된 유명한 비유이다.
불붙은 횃불을 허공에 빠르게 돌리면, 불의 원, 직선, 곡선 등 다양한 모양이 나타난다.
하지만 횃불을 멈추면 그 모양들은 어디로 갔는가? 어딘가로 숨었는가? 아니면 소멸했는가?
아니다. 그 모양들은 애초에 존재한 적이 없다. 단지 횃불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착시일 뿐이다.
의식의 진동 가우다파다는 세상 만물도 이와 같다고 말한다. "의식이 진동하면 주관과 객관의 세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의식이 진동을 멈추면 세상은 사라진다. 세상이 안으로 들어오거나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다. 횃불의 잔상처럼, 세상은 실체 없이 나타난 현상일 뿐이다.
인과율의 부정 그는 원인과 결과의 논리를 철저히 부수어 버린다.
원인이 결과보다 먼저 있어야 한다면, 영원한 것(Brahman)은 변할 수 없으므로 원인이 될 수 없다.
원인에서 결과가 나온다면, 태어난 것은 죽어야 하므로 영생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진정한 실재 차원에서는 "어떤 원인도 없고, 어떤 결과도 없다."
세상은 인과관계로 얽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마야(환영)의 영역 안에서만 유효한 법칙일 뿐이다.
가우다파다의 메시지 <만두키야 카리카>의 결론은 명확하고 단호하다.
우리가 고통받는 이유는 '내가 묶여 있다'라고 생각하고, '해탈해야 한다'라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가우다파다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본래 태어난 적이 없고, 영원히 자유로운 브라만이다"라는 사실에 눈뜨는 것(잠에서 깨어나는 것) 뿐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은 감상적인 신앙심이나 복잡한 제의를 배제하고, 오직 서늘할 정도로 날카로운 지성만으로 진리의 정상을 정복한 베단타 철학의 금자탑이다.
이 책은 가장 짧은 우파니샤드인 <만두키야 우파니샤드>에 대한 운문 주석서이다. 총 215개의 절과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가마 프라카라나 (경전의 장): <만두키야 우파니샤드>의 내용을 해설하며, 옴(OM) 소리와 의식의 세 가지 상태(깨어있음, 꿈, 잠)를 분석한다. 여기서 그는 깨어있는 세계와 꿈의 세계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논증한다.
바이타티야 프라카라나 (허상의 장): 세상(현상계)이 왜 실재하지 않는 거짓인지를 논리적으로 증명한다. 그는 "꿈속의 경험이 깨어나면 부정되듯, 깨어있는 경험도 지혜를 얻으면 부정된다"라고 주장한다.
아드바이타 프라카라나 (불이의 장): 비이원성의 진리를 설파한다. 여기서 그는 "허공이 항아리 안에 갇혀 있다고 해서 항아리 허공이 되는 것이 아니듯, 아트만(자아)은 육체에 갇혀 있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유명한 비유를 든다. 또한, 불생론을 확립한다.
알라타샨티 프라카라나 (횃불을 끄는 장): '알라타'는 횃불을 의미한다. 횃불을 빠르게 돌리면 마치 불의 원이나 직선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멈추면 그 형상은 사라진다. 세상 또한 의식의 진동이 만들어낸 횃불의 잔상과 같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그는 불교의 논리학을 대거 차용하여 이원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마음의 평화(Shanti)에 이르는 길을 제시한다.
기타 저서: <상키야 카리카 주석>이나 <우타라 기타 주석> 등도 가우다파다의 저작이라는 설이 있으나, 학계에서는 동명이인이거나 후대의 가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따라서 <만두키야 카리카>만이 그의 확실하고 유일한 유산으로 인정받는다.
가우다파다는 "세상은 태어난 적도 없고, 죽는 자도 없으며, 실제로는 묶인 자도 없고, 수행하는 자도 없으며, 자유를 원하는 자도 없고, 구원을 갈망하는 자도 없고, 해탈한 자도 없다. 이것이 최고의 진리다. "라는 충격적인 선언을 남긴 성자이다.
그는 대승불교의 세련된 논리를 흡수하여 힌두교 우파니샤드의 진리를 변호했으며, 이로써 샹카라라는 거인이 등장할 수 있는 길을 닦아준 불이일원론의 진정한 개척자라고 정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