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이력서를 내고
합격 통지를 받은 날은
두 번째 확인 기일 이틀 전이었다.
합격통지를 받자마자
난 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를 출력했다.
내일이면 서류를 제출해야 하니까.
다음날 이혼인데
이혼 후 서류를 제출할까요라고
다시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지만
완벽한 가족이라는 이름의 네 식구가
한 종이에 담겨 있는 날이
마지막이기에
난 그 서류를 제출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혼 서류정리가 끝났지만
회사에 다시 제출하지는 못했다.
내 사생활의 가장 아픈 부분을
들춰내야 할 것 같아서
난 그냥 모른 척하기로 했다.
회사에서 다시 제출하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싶어서.
같이 일을 시작한 후
사람들은 나에게 당연하다는 듯
사생활에 관해 자연스럽게 질문했고
급기야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마치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웃으며 대답했고
지방에 있어서 주말부부라는
거짓말까지 하며
남편이 있는 척을 했다
내 목소리의 떨림 속에서
무너진 진실이 새어 나오지는 않을까
두려웠지만,
담담하게 아닌 척했다.
왜 나는 당당하게 사실을 말하지 못했을까.
왜 아직도 '완벽한 가족'의 그림자를
뒤집어쓴 채
살아가야 하는 걸까.
여전히 남편이 있는 사람처럼
가면을 쓰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나는 여전히
‘남편이 있는 여자’라는 허울 속에 묶여 있다.
사실을 말하는 순간,
내가 더 작아질 것 같아서,
누군가의 동정 어린 눈빛 앞에 서게 될까 봐,
나는 차라리 거짓말을 택했다.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아마 언젠가 당당하게 밝히는 날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이혼녀”라는 타이틀이 아직은 나를 겁나게 한다.
그 세 글자가 내 이마에 새겨져 있는 듯,
누군가 물어올 때마다
심장이 콕콕 찔리는 기분이다.
아이 나이는 몇 살이냐는 사소한 질문조차
“남편은?”으로 이어질까 봐,
내 목소리는 늘 조심스러워지고
아무 일 아닌 대화 속에서
들킬까 봐 숨죽이는 나를 발견한다.
아직은 그 빈자리를 솔직하게 드러낼 용기가 없다.
누군가의 눈빛 속에서
‘이혼녀’라는 낙인이 찍히는 순간,
내가 더 작아질까 봐 두렵다.
그래서 오늘도 태연한 척,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남편이 있는 척을 한다.
거짓으로 포장된 대답이
나를 갉아먹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직은 내가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하지만 언젠가는 이 무거운 가면을 벗고 싶다.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그림자도 아닌,
오롯이 ‘나’로 불릴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그날이 오면,
이 모든 두려움조차
내가 걸어온 길을 증명해 주는 작은 흔적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