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펜을 잡은 이유
초등학교 때, 나가는 백일장마다 상을 받아왔다. 나는 책을 많이 읽은 편도 아니었고 내 감정을 맘껏 표현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지도 않았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내가 쓴 글들을 사람들이 맘에들어 했나보다. 아마도 그때 쯤, 학교에서 참가할 수 있는 글짓기 대회는 다 참가 했던거 같다. 교내, 시(그 때는 군)대회는 그냥 내기만 하면 상을 탔다. 하지만 글쓰기에 유별난 재주가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 도 대회를 나가게 되었는데, 금상. ‘어? 진짜 나 소질이 있나?’ 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날 집에와서 엄마한테 상장을 꺼내 보여주었다. 거의 매번 조회 때마다 상을 받아와서 그런지 엄마는 큰 감흥이 없었다. “이거 도 대회야.” 조금 칭찬받고 싶은 마음에 툭 튀어 나왔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빠는 “글쓰는게 무슨 재주야? 글 써봤자 뭐해. 나중에 배고픈 직업이야.”
그 뒤로는 글짓기 대회에 나가지 않았다. ‘하찮은 재주였구나. 그래도 도대회 금상이면 잘한거 아닌가. 굳이 상받고 욕먹는 게 맞나.’ 조금의 반항심과 수치심에 더이상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상상력이 느껴지는 소설도 읽지 않았고, 그냥 내 감정이 매말라 가기만을 바랬다. 어쩌다 문득 펜을 끄적인 밤이면 다음날 일어나 종이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꼭 다 먹고버린 과자 껍데기 같았다. 감정을 표현하는게 사치처럼 느껴졌다. 아빠가 이야기 했던 것처럼 나의 허기짐을 글로 남기는 것 같았다. 꼭 ‘나 너무 배고파 배가고파 먹을것 좀줘’ 구걸하는 것 같아 구차해 보였다.
이런 싸구려 감정따위, 왜 이딴걸 썼나몰라.
종이를 쓰레기통에 찢어 구겨 넣으면서 혼잣말을 하곤했다.
그 일이 있고 27년이 지난 지금.
나는 캐캐묵혀 놓았던 나의 말들을 꺼내 놓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것은 나에게 씁쓸한 기억이지만, 살다보니 내 인생에 나보다 더 소중한 존재들이 생기고 나니, 나는 영원히 기억하고 싶고 무언가 남기고 싶어졌다.
영원히 기억한다는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내 글속에 그 존재들은 계속 나에게 의미있는 존재로 남을테니까 말이다.
아마도 재주가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그냥 조금 밋밋한 미사여구 없는 이 글도 곧 내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