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빨리는 등굣길 만원 버스

by 윙글

우와, 새 교복이다!
3년 내내 입기 싫던 촌스러운 중학교 교복을 벗고 드디어 새 교복을 입었다.
예쁜 교복을 입고 나니 등굣길도 날아갈 듯 가벼웠다.
버스 안에서 찌부러지기 전까지는.


고등학교를 간다는 것은 한마디로… 피곤함이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것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통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인문계 고등학교는 어느 정도 거리 안에 있는 학교 중에서 배정되지만 나는 인문계 진학을 거부하고 실업계 디자인과를 지원했다.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랄까...
한 시간 남짓한 통학시간은 나에게 더욱 진한 다크 서클과 만성 수면부족을 안겨주었다.


남들 다하는 한 시간 버스 통학 가지고 뭔 투정을 부리냐고?

당연히 긴 통학 시간이 전부가 아니다.

버스 통학을 처음 해보는 나는, 요령이 없어 버스를 타면 앞부분에 자리를 잡고 서 있었다.

한 시간이나 가는데 의자에 있는 사람이 언젠가는 일어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미쳤지...


자고로 버스는 앞부분이 제일 미어터진다.

꽉 눌린 오징어가 되기도 하고 사람들 틈을 뚫지 못해 내리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까지 한다.

운동과 담쌓은 여자애가 책가방을 맨 채 떠밀려가지 않으려고 뭐라도 붙잡고 한 시간을 버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도 날마다...

울고 싶었다. 아니 울었던가?


한 달 남짓, 나는 그렇게 등하교를 하면서 몸살과 짜증을 달고 다녔다.

아마도 신학기에 나의 표정이 무서워 말 걸기 어려웠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저질 체력으로 버스에 시달린 채 아침을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지만 나도 바보는 아니다. 체력은 부재중이지만 뇌와 눈이 있다.

주변을 살피고 실험을 통해 얼마 후부터는 버스에 탑승하자마자 무조건 맨 뒷자리로 갔다.

그때의 쾌적함이란!

빈 공간도 있고 타이밍만 잘 맞으면 빈자리까지 있어 처음부터 주욱 앉아서 갔다.

이때만큼은 나만의 리무진이랄까?

나중에는 의자에 앉아 무릎 앞에 책가방을 세워 다리를 가리고, 깍지 낀 손으로 가방 끈을 붙잡았다.

가방도 굴러가지 않고 치마 입은 다리도 가릴 수 있어 일석이조다.

그렇게 나는 고정된 자세로 잠을 자는 신공을 터득하게 된다.

물론 주구 장창 잠만 잔 것은 아니다.

친구와 버스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으면 CD플레이어를 꺼내 무릎 위에 얹어놓고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었다.

조성모 오빠의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바라보면 10대 소녀의 감성세포가 깨어나 날뛰기 시작했다.


역시...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다.


커버 사진 출쳐: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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