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을 했지만 나는 오래도록 고등학교를 떠나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마음에 남은 미련이 많아서 너희들의 곁을 떠나는 것이 싫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을 고하는 너희들에게 조금은 서운할 만큼.
나는 그만큼 온 마음을 쏟아버렸던 것 같다.
아니, 학교와 친구들에게 흠뻑 빠져버렸던 것 같다.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너희들은 모르겠지.
나는 야간대학과 회사를 병행하는 것이 너무 벅차고 힘이 들 때면 혼자 학교에 왔다.
쓱 한번 학교를 둘러보고 주변만 서성이다 괜히 학교 담벼락 벽돌을 손가락 끝으로 쓸고 가곤 했다.
그 느낌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손끝에라도 남겨두고 싶어서.
지나가는 누군가 본다면 달밤에 웬 미친 여자인가 했겠지마는, 나에게는 그만큼 그리운 곳이었다.
그런 학교의 추억이 담겨있는 너와의 일기는 나에게 참 소중했다.
그러니 지금까지 일기를 보관하고, 이렇게 글로 남기고 있는 것이겠지.
1999년에서 온 일기장안에는 그리운 그 시절의 학교와 친구들, 우리의 열정과 추억이 담겨있었다.
그때에도 우리에게 일기는 소중한 존재였나 보다.
일기를 애정하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날짜 없는 10월 말
내가 고등학생돼서 얻은 건 다른 것도 있지만,
일기가 내겐 가장 소중하게 남을 거야...
아무에게도 하지 못했던 말 이 일기에 죄다 털어놓으니까...
이렇게 털어놓은 얘기들이 익으면 훗날 내가 컸을 때 좋은 안주꺼리가 될 거 같아.
중략…
이렇게 한 글자씩 모여 한 줄이 되고 한 줄이 모여 한 페이지가 되고 그 한 장 한 장들이 모여 한 권이 되는 동안 내게 많은 변화가 있을 거 같아.
항상 바쁘단, 피곤하단 핑계에 일기 제때에 전해주지 못해서 너무나 미안하네.
앞으로도 그런 일의 반복이겠지만…
그래도 나 이해해줘야 해. 알았지? 그리고, 항상 고맙다.
꿈을 좇아 열심히 달려가는 네가 참 멋졌다.
너는 넘어져도 앞으로 나아가는 나에게 강하다고 말했다.
그것은 생각보다 큰 위로와 힘이었다.
어딘가 부족한 너와, 어딘가 망가진 내가 투덜대고 끄적인 노트.
그 노트에 쓰여있는 오래전 추억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정말로 그 시간들을 사랑했다.
26년이 지난 오늘, 삐걱거리는 나의 기억력과 한 권 남은 교환일기에 의지해 그 추억들을 이 책에 눌러 담았다.
마지막으로 너와 나의 우정을 한편에 담아 이 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