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재미나는 일
우리 같이 놀아요.
뜀을 뛰며 공을 차며 놀아요.
우리 같이 불러요.
예쁜 노래 고운 노래 불러요.
이마엔 땀방울
마음엔 꽃방울
나무에 오를래
하늘에 오를래
개구쟁이
방송에서 김창완 아저씨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린 나와 내 동생 선희에게 유난히 "개구쟁이" 마지막 소절이 인상적이었다.
기존의 대중가요와는 달리 창의적이고 순수한, 동요 같은 가사와 멜로디가 우리에게 왠지 모르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우리는 마당을 뛰어다니며 "개구쟁이!!"를 외쳤다.
그러다
개 구쟁이,
개구 쟁이,
개구쟁 이
글자 하나하나에 엑센트를 다르게 변형해 부르다 보니 기분이 배로 좋아졌고, 정말 하늘로 날아오를 듯 배를 잡고 웃었다.
겨울날의 해는 짧았다.
우리 집 딸 넷은 평소에 다른 방에서 잤지만 겨울이면 엄마가 군불을 따뜻하게 지핀 안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잠을 잤다.
내 잠자리는 항상 벽 쪽이었고, 내 옆에는 동생 선희가 있었다. 오빠는 다른 방에서 자고 딸 넷과 엄마 아버지, 뜨끈뜨끈한 온돌방에서 오붓하게 겨울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잠을 자려는데 자꾸만 '개구쟁이'가 떠오르는 거다. 그래서 한 번만 더 하고 잘 생각에 선희를 툭툭 건드렸다. 어둠 속에서 선희 얼굴을 향해 숨죽이고 "개구쟁이!"라고 했더니, 선희가 큭큭 웃었다.
낮에 둘이 신나게 놀았던 여운이 불씨처럼 남은 탓에, 고스란히 그 기분에 젖어들었다. 그대로 한 번만이 지켜졌으면 문제없었으련만, 선희의 화답이 이어졌다. "개구 쟁이!" 큭큭큭! 숨죽여 웃었지만 우리 웃음소리는 고요한 정적을 깼나 보다.
"거 누구냐!
누가 시끄럽게 하냐!
빨리 자라!"
하늘 같은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때 잤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둘이서 이불을 뒤집어썼다.
소리가 나지 않게 최소한 음소거를 한 상태로,
"개구쟁이!"
"개구 쟁이!"
무서운 아버지 눈을 피해, 긴장감과 스릴이 넘치는 "개구쟁이"는 이불속에서 하늘을 날고 있었다.
신기하게 질리지도 않고, 중독성 있는 '개구쟁이'를 이불속에서 속삭이며 웃음소리마저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죽였다.
금지된 장난(?)은 절정에 이르렀고, 맘껏 웃지 못한 웃음은 폭발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께 경고를 받은 후라 뭔가 불안한 조짐이 감지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끝내야 된다며, 내가 검지 손을 들어 보이며 마지막 힘을 주었다.
"개굴쟁 이?!!"
너무 오버했나? 싶던 그 순간
풉!. 풉!!
나와 선희가 동시에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니 이놈 자식들이!!"
아버지는 화가 나셨다.
이불속에서 계속 킥킥대는 걸 왜 모르셨겠는가, 참아주시려 애를 쓰셨겠지만 마지막 개구쟁이 한 방은 너무 쎘다.
결국 선희와 나는 그 추운 겨울밤, 마루로 쫓겨났다.
내의 바람에 엄동설한 한겨울 마루는 정말 추웠다. 그래도 발이 시려 까치발을 하고, 이불속에서 참았던 웃음을 하얀 이를 드러내고 시원하게 날려 보냈다.
찬바람만큼이나 속이 시원한 웃음이었다.
아마도 그때가 이맘때가 아니었을까.
세월 속에서 잃어가고 있는, 그러나 잃고 싶지 않은 소중한 기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행복과 즐거움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할까?
새해에는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
김창완 아저씨의 노래
"개구쟁이!"
그날의 기억처럼.